트레일러닝 | 우리나라 트레일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트레일러닝 | 우리나라 트레일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 글 사진 유지성 본지 아웃도어 자문위원·오지레이서
  • 승인 2013.02.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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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일본 대회 활성화…국내 업체 인식 전환 필요

▲ 트레일은 등산과 러닝이 결합된 신종 레포츠이자 문화다. 그걸 알아야 이 시장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호에는 트레일 러닝의 주 무대이자 시장인 대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트레일 러닝 대회는 미국, 유럽이 유명하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활성화 돼있다. 미국의 경우 수백 개의 트레일 러닝(레이스)이 매주 각지에서 벌어지며 레이스의 거리도 50km, 80km, 100km, 160km로 정립되어 상금을 건 대회가 많이 개최된다. 또한 시장 활성화에 따라 <트레일 러너> <울트라 러닝> 등 전문 잡지도 출판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3년 <트레일 러너>의 통계에 따르면 당시 미국의 트레일 러닝 인구는 4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상당 수준까지 발전된 상황이다. 하세가와 컵 대회를 보면 단 하루 만에 2000명 정원의 참가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단일 대회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대회는 노스페이스에서 주최하는 UTMB (Ultra-Trail du Mont-Blanc)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몽블랑을 달리는 이 대회는 개인·단체 참가전이 있으며 거리도 100km, 119km, 168km, 300km 등 4가지 코스로 다양하다. 참가 자격 또한 엄격해서 기존의 트레일 또는 장거리 오지 레이스 참가 경험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참가를 인정받는 조건의 대회들이 여럿 생기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에는 없다. 일본의 ‘Ultra trail Mt. Fuji’의 경우 거의 모든 조건이 UTMB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 트레일 레이스는 고급마켓이다.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들은 물론 그것을 선도하는 업체들의 의식수준은 그 이상으로 높아야한다.
트레일 대회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산을 달리고 모든 것이 산속에서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산을 중심으로 그 인근 도시까지 포함한 전체 지역에서 대회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마을과 마을 사이 이어지는 길을 달린다. 중간에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너고 들판을 달리며 심지어 도심지를 누비기까지 한다. 이 모든 과정과 행위를 통틀어 대회라 불리며 그 지역의 축제로 승화시킨다. 하나의 대회는 그 지역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1년을 준비하는 커다란 축제 한마당이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나와 선수들을 응원하고 대회 스텝으로 참가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아직도 많은 차이가 있다. 단적인 예로 국내 마라톤 대회를 보더라도 주로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을 아직까지 많이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트레일 대회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걸까. 뭐든지 어느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려면 문화와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나 레저·아웃도어는 국민소득 비례 단계적으로 발전하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초창기 수준이다. 아직까지 고차원적인 수준으로 문화와 시장이 함께 성장한 상태는 아니다. 그리고 언제나 말하지만 업체들의 근시안적인 업자 마인드가 항상 문제다. 트레일 레이스는 고급마켓이다.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들은 물론 그것을 선도하는 업체들의 의식수준은 그 이상으로 높아야한다. 그래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고급시장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 트레일 러닝 대회는 미국, 유럽이 유명하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활성화 돼있다.

어떠한 산업이건 유행이건 한번 뜨려면 순간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필요하다. 한국의 트레일 마켓 규모는 아직까지 미흡하지만 적어도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 나가야 한다는 건 알 수 있다. 비지니스 측면에서 볼 때 세상에는 같은 종목이라도 두 가지 시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시장이고 하나는 눈에 안 보이는 시장이다. 트레일의 경우 보일 듯 안 보일 듯한 시장인데 이유는 단순히 산을 가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격한 표현으로 트레일은 등산이 아니다. 등산과 러닝이 결합된 신종 레포츠이자 문화다. 그걸 알아야 이 시장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트레일 문화와 시장의 중심에는 아웃도어 업체가 필연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업체들의 분발과 노력, 인식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트레일 러닝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누가 어떻게 누구와 시작하느냐에 따라 그 시장과 문화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을 갈 수 있다.

▲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대회로 꼽히는 UTMB. 사진제공 Canal Aventure.

▲ 트레일 러닝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누가 어떻게 누구와 시작하느냐에 따라 그 시장과 문화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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