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도는 화개산, 수정산, 율두산이 만든 삼각점 사이 바다를 간척해 지금의 큰 섬이 되었다. 해발 260m의 화개산 일대는 예나 지금이나 교동도의 중심지여서 읍내리에 교동읍성이 남아있고 대룡리에 교동면사무소가 위치한다.
월선포선착장에 내리자 새하얀 눈 세상이 펼쳐진다. 읍내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 역시 눈으로 뒤덮였다. 폭설이 내린지 며칠 지났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방심했다. 즉시 제설작업이 이뤄지는 서울과 달리 지방은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미끄러운 길을 달린다기보다 슬금슬금 이동해서 교동읍성을 찾는다. 1629년(인조7년)에 쌓았다는 이 읍성은 야트막한 언덕을 둘러싼 형태다. 전체 길이는 430m로 동·남·북쪽 세 곳에 문루를 세웠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남문(유량루)만 남아있다. 그나마 남아있던 누각도 1927년 불어 닥친 거센 태풍에 무너지고 지금은 석축과 홍예문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성안은 민가와 경작지가 들어서 원형을 알아보기가 어려운데다 성벽도 허물어지기 직전이다.
다시 읍내리를 거쳐 면소재지가 있는 대룡리로 향한다. 도중에 왼편으로 방향을 꺾으면 동산리와 난정저수지에 이르지만 이쪽 길은 초입부터 반질반질한 얼음판이나 다름없어서 차마 들어설 엄두가 안 난다.
읍내리가 옛 교동의 중심지였다면 대룡리는 현재 교동도의 중심이다. 면사무소를 비롯해 초·중·고등학교와 대룡시장 등이 밀집해 있다. 대룡시장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골목길을 걸어본다. 골목 안은 여느 시장들의 활기찬 모습과 거리가 멀다. 얼마 전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된 이후 관광객들이 제법 늘었다고 들었건만, 겨울철은 해당사항이 없나보다. 골목은 온통 무채색 계열의 물감을 뒤집어쓴 듯 무표정해 보인다. 만물상에 걸린 낡은 벽시계 바늘이 멈춰있다. 마치 어느 순간에 시간이 멈춘 듯 보인다. 교동도 주민들 중에는 한국전쟁 때 황해도에서 바다를 건너온 피난민들이 많다. 전쟁이 끝나면 금방 고향에 돌아가려니 했던 세월이 어느덧 60년.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 안 풍경은 긴 세월의 무게로 인한 것인가 보다.
교동도 동쪽 해안은 북한 땅을 마주보며 고구저수지까지 이어진다. 들판 옆으로 난 길은 좁은 농로지만 콘크리트포장이 돼 있고 의외로 제설작업이 돼 있다. 이 일대 군부대 병사들이 치운 듯하다. 덕분에 수월하게 고구저수지와 철새들을 구경하고 슬슬 월선포선착장으로 향한다. 교동도에 오면 화개산 정상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눈길로 인해 원래의 계획이 대폭 축소됐다. 아쉬움이 남지만 혹한기 투어는 일정을 강행하기보다 물러설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하다가 예기치 못한 전복사고를 당한다면 사람도 오토바이도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월선포선착장을 떠난 카 페리가 창후리선착장으로 뱃머리를 향한다. 창후리 근처 인화리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 공사장이 보인다. 2014년 완공 예정이라고 하니, 다리가 놓이기 전에 다시 한 번 교동도를 찾아올 생각이다.
TIP 오토바이 운전면허 자격 교동도 여행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