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packing |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③ 캠핑하기
Backpacking |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③ 캠핑하기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3.07.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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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캠핑장 찾기…농월정 야영장

▲ 농월정 관광지 뒤에 숨어 있는 야영장. 조용한 분위기가 제법 좋았다.

결론 먼저. 농월정 야영장에서 캠핑할 수 있다. 단, 식당가 지나 한적한 곳에 숨은 캠핑장을 잘 찾아내야 한다. 잘 관리되진 않았지만, 조금 너그럽게 봐준다면 충분히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외진 데다 평일이어서 우리는 꽤 넓은 캠핑장을 독채로 쓸 수 있었다.

선비문화탐방로를 취재하기로 결정할 때, 염두에 둔 캠핑장은 농월정 야영장이었다. 사전에 함양군청 문화관광과에 문의한 결과, ‘편의시설이 썩 훌륭하진 않지만, 1~2동 텐트를 치고 1박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출발 전날, 농월정 야영장에서는 캠핑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그럴 경우 황암사 주변에서 캠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트레킹을 마치고 전영순 해설사와 함께 찾은 황암사에는 아스팔트 주차장 위에 텐트를 쳐야 할 판이었다. 어렵더라도 농월정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 텐트 치기 전에 허기를 메우기 위해 물을 끓였다. 라면 말고 다른 게 분명 있을 텐데.
“이게 재미있단 말이지”
농월정 관광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상가에 캠핑장을 물어보니 ‘저 뒤 어디쯤’이라고만 말할 뿐,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고 있었다. 지도에도 나온 야영장이니 분명 어딘가 있겠지… 막연한 생각으로 마을 안으로 난 길을 다니다가 꽤 넓은 공터를 발견했다. ‘혹시’와 ‘설마’가 교차하던 순간 희미한 이정표가 보였다. ‘농월정 야영장’. 잡초가 무성한 것을 보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우선 확인할 것 두 가지. 화장실과 취사장. 다 있고, 물도 잘 나왔다. 합격. 괜찮은 자리를 잡아 텐트를 치기로 했다.

인적 드물던 야영장에 땀에 전 세 사람이 등장하자 모기들도 신났다. 텐트 두 동을 치는 동안 모기들은 신나게, 결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럴 땐 환한 랜턴을 멀찌감치 켜 날벌레들을 유인하고 헤드랜턴 등 개인 조명은 최대한 약하게 하는 게 좋다. 그래봐야 땀 냄새는 어쩔 수 없겠지만.

캠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어쩌면 텐트를 칠 때일 것이다. 몸은 고되지만 이제 곧 맛볼 여유로운 시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보다 금요일이 더 행복한 이유와 같다. 그 행복을 맛보며 마지막 팩을 박고 줄을 당겨 팽팽하게 하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던 손혜진 작가의 한 마디.

▲ 덩치 큰 사람이 있다면 조금 무거워도 편한 텐트를 가져갈 수 있다. 이날 밤은 편안했다.

▲ 사이트 구축 완성. 소요 시간 30분. 백패킹의 맛.

“이게 재미있단 말이지.”
흔한 말로 멀쩡한 집 놔두고 이 고생을 좋다고 사서 하는 모양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표정이다. 마냥 재미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 고되기만 한 걸 어쩔 수 없이 참는 것도 아니어서 “익숙해지면 재미 있죠”라고 답했다.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잘 되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건 어차피 개인의 몫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아침의 날씨는 맑았고, 텐트에서 나오는 손혜진 작가의 표졍 역시 밝았다. ‘올빼미형 인간’임에도 잘 자고 일어났다고 했다. 며칠 후 마감을 위해 애써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원고를 쓰다가 보게 된 손 작가의 페이스북.

“캠핑의 묘미는 아직은 모르겠고, 막연하게나마 쓸모없어 보이는 일에 대해 전보다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할까. (중략) 실은 인생은 마땅히 낭비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면서…”
‘캠핑, 다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ㅋㅋ’
또 한 명의 캠핑 인구가 늘어나는 순간이다.

▲ 캠핑장의 망중한. 텐트는 말리고 이야기는 나누고.
▲ 캠핑장의 흔한 아침식사. 왼쪽 위 장비는 핸드프레소다.

▲ 릿지라인의 캠핑 매트와 하우스오브말리의 아웃도어 스피커의 조합이 좋았던 밤.

Tip 농월정야영장

반짝거리진 않아도 쓸 만한 캠핑장
농월정 야영장은 농월정 관광지 안쪽 마을에 숨어 있다. 주차장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큰길에서 주차장 들어가는 길이 ‘농월정길’인데, 주차장으로 빠지지 말고 그 길을 따라 300m 정도 직진하면 길 오른편에 캠핑장이 있다. 잡초가 무성한 걸 보면 그다지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큰 나무들이 있어 그늘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취사장과 화장실에 물이 나오니 하루 묵는 데 불편하진 않다.대신 관리하는 이가 없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차를 대고 바로 옆에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전기나 온수, 샤워장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여름이라 물놀이를 하고 싶다면 농월정 인근에서 물놀이를 하고 캠핑장에 오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물놀이를 미처 하지 못했다면 캠핑장 길 건너편의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면 된다. 개울에 가기 위해서는 개인 소유의 주택 마당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공손하게 양해를 구하니 주인은 너그러운 미소로 통행을 허락해주었다. 대신, 쓰레기를 마땅히 버릴 곳이 없으니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고 나올 때 되가지고 나와야 한다.

함양군청에서는 이 야영장을 오토캠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캠핑장을 이용할 없으니, 미리 확인할 것.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4397

주소 : 경남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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