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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공룡과 사자 잡으러 가자
아기 공룡과 사자 잡으러 가자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21.07.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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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영남알프스 하이킹

가을철 억새가 하늘거리는 금빛 물결을 보는 것도 좋지만 거대한 능선이 초록으로 물드는 늦봄과 여름 사이의 영남알프스도 매력적이다. 그 매력에 빠지고자 울산 신불산과 영축산을 찾았다.

노란빛 향연, 홍류 폭포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아홉 개의 산이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아름다운 산 중 억세 평원이 장관을 이루는 신불산, 영축산으로 하이킹을 떠났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울산의 사나운 날씨가 훅~ 하고 온몸으로 치고 들어온다. 다시 문을 닫고 시원한 택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썰어야지. 등산화를 야무지게 고쳐 묶고 배낭에 땀 닦아줄 손수건 장착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숲길을 걸어 들어가니 노란 햇볕과 함께 반짝이는 홍류 폭포를 만났다. 잦은 비에 폭포다운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맥주 거품처럼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찰랑거리는 물결, 초록빛으로 물든 싱싱한 나무들이 내는 노랫소리를 듣고 있자니 공룡은 무슨 공룡이냐, 여기서 눌러앉고 싶은 심정이다.

뾰족한 공룡 등짝, 신불산
홍류 폭포에서의 신선놀음을 끝낸 뒤 깎아 지르는 오르막 산행을 시작했다. 경사가 조금이라도 심하면 ‘깎아 지르는 오르막’이라는 표현을 하곤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허풍쟁이였는지 실감했다. 이번 산행이야말로 깎아 지르는 오르막이다.

좁은 흙길을 지나면 바위벽이 나온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아찔하지만 또 직접 붙어보면 밟을 곳과 잡을 곳이 있다. 바위벽을 올라가며 ‘우리나라만큼 등산로 정비가 잘된 곳이 없는데 왜 이곳에는 밧줄 하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해서 밧줄을 철거하고 우회로로 진행할 수 있게 바뀐 것을 나중에 알고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길을 살짝 잘못 들어서 안내 표지판을 못 보고 지나친 것이다. 이곳을 찾게 되는 사람들은 안내 표지판을 참고해서 꼭 우회로로 산행하기 바란다.

아찔한 바위를 몇 번이나 타고 넘었을까. 시야가 트이며 신불산 아기 공룡 등짝이 눈앞에 나타났다. 뾰족뾰족, 삐죽삐죽 참 야무지게도 생겼다. 공룡을 안마해주듯 신중하면서도 날렵하게 칼바위 능선을 지났다. 외줄을 타는 듯 아찔했지만 사방에 펼쳐진 멋진 경치에 둘러싸여 있으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이게 바로 자연이 주는 환각제일까. 오늘은 경치도 더위도 몹시 환상적이다. 이어서 몇 번의 칼바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걸어온 능선을 바라보니 어떻게 지나 왔는지 아찔하다. 우리의 인생에도 아찔한 순간이 많지만 어떻게든 모두 견뎌내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지금을 살고 있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얼굴이 갈색으로 타들어 가는 더위를 이겨내면 시원하고 여유로운 밤을 맞이 할 수 있겠지.

오늘도 경쟁이 아닌 오롯이 오름을 즐기며 신불산 정상에 닿았다. 신불산에는 정상 석이 두 개 있다. 안쪽에 감춰진 원조 꼬마 정상 석과 새롭게 세워진 큰 정상 석. 어떤 것이든 우리의 오름질을 끝마쳤다는 것에 환호한다. 우리의 도착과 함께 태양도 뉘엿뉘엿 퇴근 준비를 한다. 적당한 곳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발포 매트 하나 깔고 누워 보는 별은 재미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보다 좋다. 지금 이 순간에는 이 영화가 끝나지 않고 오래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탄탄한 사자 등판, 영축산
새벽녘, 제법 사나운 바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바람도 많이 불지 않고 데크 팩을 박지 않으려고 자립 텐트를 챙겨간 탓에 팩 다운을 하지 않았는데, 밤사이 심해진 바람에 텐트가 코앞에서 왔다 갔다 춤을 추고 있었다. 조금 늦장을 부리고 싶었지만 이러다가는 텐트에 들어 있는 채로 이동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침낭을 박차고 철수를 시작했다. 오늘은 광활한 대자연이 펼쳐지는 영축산을 찍고 마을로 하산할 예정이다. 산행은 어렵지 않다. 신불재에서 조금만 올라서면 그 뒤로는 눈에 다 담기도 힘들 정도로 광활한 영축산 능선이 펼쳐지고 그 능선을 밟고 영축산 정상에 올라서면 된다.

이제 갓 떠오른 햇볕이 싱싱한 초록의 나뭇잎들에 닿는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다. 그다음으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들어온다. 어제 신불산 칼바위 능선이 공룡의 등이었다면 영축산의 능선은 탄탄한 사자의 등판 같았다. 이런 다양한 매력을 가진 영남알프스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감탄과 함께 너무 일찍 도착해버린 영축산 정상은 아름다운 만큼 아쉬움도 크다. 그러나 우리에겐 오늘 마지막 일정이 있다. 바로 산행의 재미에 종지부를 찍어줄 산장체험이다.

낭만적인 취서산장
해외의 유명한 산들을 보면 모두 중간에 산장이 자리하고 있어 산행 중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고 식사도 할 수 있어서 낭만과 추억을 더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립공원 대피소를 제외하고는 산장을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영남알프스에는 음식과 물 등을 판매하는 낭만적인 산장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하산 길에 있는 취서산장에 들러볼 작정이다. 이어지는 너덜길이 지겨워질 때 쯤 취서산장의 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라면이나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놓여있는 삐뚤삐뚤한 의자와 테이블이 감성을 자극했다. 하수와 음식물 처리 문제의 방법을 찾아 꾸준히 이런 산장의 감성을 간직하기를 바란다. 일찍 움직인 탓에 시간이 여유로워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지만 남겨놓은 하산의 숙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하산 길은 꼬불꼬불 나 있는 숲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신중하게 다음 길을 확인해야 불상사를 면할 수 있겠다. 꼬불꼬불 길을 따라 드디어 지내마을에 닿았다. 마을에 닿을 때쯤 숲에서 발견한 새콤달콤한 산딸기의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하산 완료 후 걸어온 길을 보니 까마득하다. 고개를 뒤로 쑥~ 빼야 보일 만큼 높은 영축산이다. 오늘도 산행으로 충전한 감성과 자신감으로 또 다음 충전일까지 버틸 수 있겠다. 언제나처럼 대가 없이 우리를 위로해주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작은 실천을 고민하며 다음 여정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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