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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아홉수 우리들' 수박양 작가 인터뷰
웹툰 '아홉수 우리들' 수박양 작가 인터뷰
  • 고아라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1.04.07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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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29세, 아직 서툴고 미숙한 우리들에게 세상은 수많은 선택과 책임을 던져주며 어엿한 어른이 되라 한다. 연애, 직장, 시험 어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 모든 ‘어른이’를 위로하는 작가, 수박양을 만났다.

언제부터 웹툰 작가를 꿈꿨나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미대에 진학했지만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어요. 미술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중 우연히 들른 중고 서점에서 ‘토마’ 작가님의 <크래커>라는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와 아기자기한 그림에 눈과 마음을 빼앗겼죠. 그때부터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웹툰 작가를 꿈꾸면서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에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았어요. 웹툰이라는 것이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콘텐츠이다 보니 ‘좋은 그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과정에서 ‘내가 웹툰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저를 가장 힘들게 했습니다. 이미 훌륭한 스토리와 그림으로 사랑받는 웹툰 작가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면서 데뷔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고요. 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 계속 마음을 다잡아야 했어요.

웹툰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네이버 웹툰의 아마추어 작가를 위한 플랫폼인 ‘네이버 도전만화’에 원고를 투고했습니다. 꾸준히 연재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반응이 좋았고 네이버 측 제안을 통해 정식으로 연재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으로 데뷔한 작가들이 많아요. 요즘에는 여러 플랫폼에서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어 공모전을 통해 데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수박양’이라는 필명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 제 이름인 ‘박수현’에서 착안해 애칭식으로 바꾼 이름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수박이기도 하고요.

사진제공 네이버웹툰컴퍼니

<아홉수 우리들>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홉수 우리들>은 ‘봉우리’, ‘차우리’, ‘김우리’ 등 같은 이름을 가진 스물아홉 세 여자들의 사랑과 우정, 일상을 담은 성장물입니다. 어디선가 제 만화에 대한 감상으로 '성장하기 참 좋은 나이, 스물아홉'이라고 써주신 글을 봤는데, 딱 제 만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것 같아요. 우리는 늘 일상 속 다양한 기쁜 일과 나쁜 일을 통해 성장하잖아요. <아홉수 우리들>은 성장하는 20대 막바지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설정이 흥미로워요.
세 명 모두 저의 20대 모습이에요. 해리 포터의 호크룩스처럼요(웃음). 웹툰 작가를 꿈꾸는 봉우리였던 적도,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상처를 품고 있는 차우리였던 적도, 친구들에 비해 자꾸만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해하는 김우리였던 적도 있죠. 20대 끝에서 마주치는 연애, 일, 가족, 꿈 등 다양한 고비들을 담고 싶어 이름도 ‘우리’라고 지었어요. 독자들이 <아홉수 우리들>을 보면서 ‘맞아 나도 그래’라던가 ‘나도 20대엔 그랬던 때가 있었지’ 하는 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우리 모두의 20대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진제공 네이버웹툰컴퍼니

스토리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스토리를 짤 때 개인적인 이야기나 감정을 작품 속에 녹여내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저는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한자리에 앉아 몇 시간을 보내기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경험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가 불쑥 다가오기도 해요.

웹툰 속 ‘봉우리’가 작가님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아요.
저도 그런 댓글을 정말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봉우리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스토리가 많아 독자분들에게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간 것 같아요. 봉우리는 메인 주인공이기 때문에 가장 일반적인 20대 여자로 만든 캐릭터거든요. 자연스럽게 20대 때 저의 생각과 감정이 많이 녹아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들을 때마다 조금 쑥스러워요. 사실 저는 봉우리와 외모부터 성격까지 닮은 구석이 없거든요. 봉우리는 훨씬 귀엽고
소녀스러워요(웃음).

사진제공 네이버웹툰컴퍼니

현실적인 대사가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주로 제가 평소에 했던 생각들, 친구들과의 대화 중 나온 이야기들을 씁니다.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고통은 가장 현실적인 곳에서부터 시작되잖아요. ‘돈이 많다고 백 프로 행복하진 않겠지만, 돈이 없으면 사람은 백 프로 불행해진다’, ‘마치 날 행복하게 해 줄 천사처럼 나타나서 악마처럼 등을 돌리니까 사랑은 거짓이야’, ‘나의 20대. 잘 살아보고 싶었지만, 그저 살아내야만 했고. 꿈을 꾸고 싶었지만, 꿈이 없었고. 사랑했지만, 사랑받지 못했던. 나의 이십 대. 나의, 봄날이여’ 등 모두 비극적인 순간 탄생한 대사에요. 지나고 나면 정말 별거 아닌데, 당시엔 죽을 만큼 힘들죠. 제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웹툰에 담았는데, 독자분들이 위로와 힘을 얻었다는 글을 봤어요. 아픈 기억이 작품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소스가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어요. 세상에 필요 없는 경험은 없다는 말이 증명되는 셈이니까요. 슬프고 힘들었던 시간도 모두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현실적인 배경 역시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그때그때 관심있는 주제들을 웹툰에 많이 등장시키는 편이에요. 우연히 듣게 된 후 푹 빠진 노래의 가사, 전날 맛있게 먹은 점심 메뉴, 최근 자주 가는 카페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것들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진제공 네이버웹툰컴퍼니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웹툰 작가들 중 누가 봐도 감탄할 만큼 그림을 잘 그리는 분들이 많아요. 그에 비하면 저는 경험도 적고 그림을 잘 그리는 편도 아니에요. 대신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캐릭터에 맞는 의상이나 인물이 주로 머무는 공간의 색감, 인테리어 등으로 상징적인 이미지를 드러내요. 화려한 그림체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주인공 ‘봉우리’의 패션이 화제에요.
제가 옷을 좋아하고 잘 입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 반대에요. 평소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고 늘 마감에 쫓기기 때문에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거든요. 꾸미지 못하는 설움을 웹툰 속 인물들에게 푸는 것 같아요. 대리만족이랄까요(웃음). 예쁜 옷을 좋아하는데 웹툰 속 캐릭터들이 잘 소화해 줘서 기특하면서도 부러워요.

<아홉수 우리들>의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기에 비유되는 20대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 거죠. 사실 이 웹툰을 통해 어떤 메시지나 위로를 전달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어요. 그저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지나온 20대를 일기처럼 적어낸 작품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 가까운 곳에서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데뷔 전부터 봐왔던 독자분들이 꾸준하게 응원해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어요.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인기가 많아야 좋은 작품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웹툰을 보고 응원해 주시면 아무래도 더 힘이 나거든요.

작품을 연재하면서 스스로 변한 점이 있다면?
전보다 강인한 사람이 됐어요. 웹툰 작가가 되기 전에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늘 걱정이 많았거든요. 연재를 하면서부터는 ‘마감만 할 수 있다면 그 외에 다른 일들은 어떻게 되는 상관없어’라는 초월적인 마인드로 변한 것 같아요. 독자들이 작품을 좋아해 주니 ‘어, 내가 하는 이야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가 보다’하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자신감이 생기니 좀 더 자유롭게 저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됐고요.

작업을 하지 않을 땐 주로 무엇을 하나요?
연재 중에는 일주일의 대부분은 작업, 혹은 작업을 위한 준비로 시간을 보내요. 그 외에 시간은 수다를 떠는데 거의 다 쓰는 것 같아요. 말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실컷 떠드는 게 가장 즐겁거든요. 쇼핑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데 연재 중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해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해요.

차기작에 대한 독자분들의 기대가 커요.
<아홉수 우리들>은 아무래도 데뷔작인 만큼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차기작은 좀 더 탄탄하게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장르는 ‘로맨스’가 될 것 같아요. <아홉수 우리들>에서는 로맨스가 각 인물들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다뤘기 때문에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거든요. 차기작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 얘기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고 싶어요.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웹툰 작가가 아니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이나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저의 작품을 보고 하루 중 5분이라도 즐거웠거나 위로를 받았다는 것에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거든요.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힘든 여정이겠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니 과정도 즐기시면서 준비하시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가장 첫 번 째로 작품을 오래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데뷔가 늦은 만큼 더 소중하고 간절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히트 작품의 작가로 이름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오래오래 독자분들과 탄탄한 작품으로 함께하는 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스스로가 즐겁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까지, 세 가지가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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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리 2021-05-22 23:00:38
꼭 책으로 나왔으면 하는 웹툰입니다. 소장해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