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익어가는 시간1
술이 익어가는 시간1
  • 김경선 부장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9.03.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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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변천사

‘전통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술, 막걸리다. 오랜 세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져 내려온 막걸리의 맛은 한때 부침을 겪었지만 2000년대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의 입맛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우리 술의 맛과 가치가 궁금했다.

알수록 특별한 막걸리의 세계
막걸리 변천사

술이란 게 참 신기하다. 감정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널뛰듯 환희에 찰 때도 사람은 술을 찾는다. 자연 앞에서 한 없이 무기력한 인간에게 술은 잠시나마 용기를 북돋고 기묘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원천이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술의 역사도 지난하다. 동아시아지역은 곡물을 발효해 만든 술이 발전했다. 보리, 쌀, 밀 등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누룩을 만들어 술을 대량으로 주조했다. 서민들은 권력자의 횡포와 자연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술을 만들고, 마시고, 취했다. 이 주조의 과정은 사람과 사람을 거쳐 때론 올곧게, 때론 아슬아슬하게 명맥을 이어왔다.

누룩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균이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누룩이 다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누룩을 떡처럼 성형하는 병국을 사용했다. 반면, 일본은 곡물에 누룩균을 입힌 입국이 주류였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도 입국 사용이 늘었다. 오늘날 병국 보다 입국으로 만든 전통주가 대부분인 것도 이런 이유다.

조선시대만 해도 집에서 술을 담그는 문화가 성행했다. 집집마다 누룩을 만들던 시기다. 일제강점기 시절, 전통술에도 암흑기가 찾아왔다. 20세기 초, 일제가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 전통을 말살시키기 위해 주세법과 주세령을 시행하면서 가가호호 누룩을 만들던 시대는 끝이 났다.

해방 이후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기, 국가가 나서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시켰다. 대신 값싼 밀가루나 옥수수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실패할 확률이 적은 밀막걸리는 점차 전통방식을 대신했다. 그렇게 사라져가던 전통주가 다시 활기를 되찾은 건 2000년대 이후부터다. 곡물로 만든 건강한 술, 맛과 향이 좋은 우리 술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막걸리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무엇으로 만드나
막걸리의 주성분은 물이다. 전체 성분 중 80%를 차지한다. 여기에 알코올이 6~7%,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소량 첨가되고, 식이섬유와 비타민 B,C 유산균, 효모 등이 나머지 10%를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물이 좋아야 맛있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단 소리다. 술을 만드는 데 있어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비단 이 공식이 막걸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브루어리 취재를 다니다보니 맥주 역시 물이 술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 다음은 곡물이다. 멥쌀, 찹쌀, 보리, 밀가루…. 어떤 곡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 색이 달라진다. 여기에 무슨 첨가물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변주한다. 국내에는 3천여 종의 막걸리가 있다. 맛도 다 제각각이다. 재료와 방법에 따라 수없이 변주되는 막걸리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막걸리를 빚는 법은 여러 가진데, 가장 대중적인 것은 밑술을 7~10일간 숙성하는 방법이다. 고두밥과 물, 누룩을 넣어 잘 섞은 뒤 25도 내외로 일주일 간 술을 익힌 후 거르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이때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떠내면 청주(약주)이고, 물을 넣어가며 적당히 체로 걸러내면 탁주(막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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