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k Column|섬뜩한 봄을 피하는 방법
Desk Column|섬뜩한 봄을 피하는 방법
  • 이두용 차장
  • 승인 2016.04.27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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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전 세계가 시끌시끌했습니다. 구글Google 이 선보인 인공지능 알파고와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국 때문이었는데요. 전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라며 승리를 장담했던 인간대표 이세돌이 첫 승부에서부터 패하면서 그를 응원하던 많은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총 다섯 번의 대국.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4:1이라니요.

매 승부에 이세돌의 필승을 기원했던 사람들도 결국엔 컴퓨터의 완승을 인정했고 과학의 발전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어찌 인간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컴퓨터에 바둑 고수의 자리까지 내주는 신세가 됐을까요. 정말 놀랄 ‘노’자입니다.

대국의 여파는 대단했습니다. 세기의 승부가 펼쳐질 때마다 대중은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에 주목했고 매체들은 이를 앞다투며 기사로 쏟아냈습니다. 1,000여 대의 서버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알파고를 상대로 인간이 1승을 거둔 건 대단한 일이라는 의견도 상당수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보다 빨리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번 대국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또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사라질 인간의 직업군을 나열하는 경제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음 직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고 전멸하게 만드는, 아직은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이야기가 가까운 시일 내 펼쳐질 것처럼 떠드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알파고의 대국 기사엔 ‘알파고의 승리가 예상될 때 전원을 뽑으면 이긴다’는 식의 댓글도 여럿 있었습니다. 유치하지만 맞는 말이긴 합니다.

여전히 아날로그가 좋은 저로선 익숙해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조차 두렵습니다. 하물며 사람보다 똑똑한 컴퓨터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물론 아무리 우리가 디지털의 발전을 거부한대도 몸이 편한 것을 찾게 되는 순리에 따라 얼마 되지 않은 미래에 더 많은 디지털 장비를 달고 살 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진화해도 인간을 모방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입니다. 과거에 만들어진 수많은 SF 영화에서도 인공지능인 로봇이 인간과 다른 점은 늘 감정의 결여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설렘, 자녀가 부모의 품 안에 있을 때의 안정, 열심히 노력한 일에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의 행복, 소중한 사람이 떠났을 때의 슬픔, 사소한 오해로 비롯된 미움, 뜻하지 않은 손해를 입었을 때의 분노 등 감정은 뛰고 있는 심장을 가져야만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 사실 요즘엔 TV를 틀면 ‘저게 감정 있는 사람이 할 짓인가’ 싶을 정도의 잔혹한 뉴스가 쏟아집니다. 특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자녀를 학대하거나 심지어 잔인하게 죽이기까지 했다는 부모의 이야기도 끊이지 않습니다. 섬뜩합니다.

감정이 순수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입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고 싶고, 몸이 피곤하면 눕고 싶은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의 설렘이나 자녀의 재롱을 볼 때의 기쁨 같이 감정은 순수한 것이어야 합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분노조절장애’라는 낯선 단어를 알게 됐습니다. 분노 역시 인간의 감정이지만 사랑과 안정, 행복 같은 선한 감정이 쉬 사라지는 증상일 것입니다. ‘참는 게 미덕’이던 시대에서 ‘참는 건 손해’라고 생각하는 요즘에 이른 건 슬픈 일입니다. 순수한 감정은 봄날의 온기처럼 ‘따듯함’에서 비롯되어야 가장 인간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인공지능이 따듯한 마음으로 스스로 판단해 선행을 베풀거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행복을 느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4월이고 봄입니다. 지천으로 꽃이 만개하는 오롯한 온기의 계절입니다. 더없이 좋은 봄을 만끽하기 위해 온기 가득한 선한 다짐을 해봐도 좋겠습니다. TV를 틀면 쏟아지는 섬뜩한 뉴스를 줄일 방법 역시 나부터 따뜻한 감정으로 살아가는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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