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
와인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
  • 글 진정훈 소믈리에 | 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널
  • 승인 2015.05.21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즐기는 게 이기는 거다

와인에 대한 대부분의 잘못된 상식은 와인을 마실 때 폼을 잡기 위한 내용들이 많다. 중요한 건 와인을 맛있게 즐기는 것이다. 보관 상태가 좋은 와인을 마시면서 폼을 잡기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며 와인 맛을 즐기는 모습이 가장 좋은 테이블 매너다. 이번 달에 갈 캠핑에는 굳이 와인 잔을 챙겨 짐을 늘리지 않고 현지에서 사용할 물컵을 이용해 와인을 맛있게 즐겨보는 게 어떨까? 주변 경치와 함께 와인 한 잔의 여유로움을 즐긴다면 멋진 밤이 될 것이다. 혹시 지금까지 와인 맛에 대해 감동을 받지 못했다면, 와인 캠핑 모임을 만들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이다.

▲ 좋은 사람과 즐겁게 와인을 마시는 것, 그게 최고의 경지다.

1. 전문가 최고의 경지는 와인 맛을 알아맞히는 것이다.

한 해 농사지어 수확한 포도는 수십만 가지의 맛을 가진 각기 다른 와인으로 만들어지고, 와인과 맛있는 음식들을 함께 곁들이는 것을 보면 와인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와인 시음회를 하거나 와인 디너를 하다 보면 와인 맛을 알아맞히려고 노력하거나, 와인이 어떤 품종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맞히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와인이 어릴 때부터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음식에 비해 너무 공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배우면서 어떤 와인의 맛을 보고 그 와인이 어느 지방에서, 몇 년도에 나온 와인인지 알아맞히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의 경우, 먹을 때마다 된장과 김치의 원산지 특징과 숙성 과정 및 방법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먹었던 수많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의 원재료가 무엇이고, 어떤 특성의 음식이라고 알아맞힐 사람도 없을 것이다. 와인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보다 공부해야 알 수 있는 음식은 더욱 아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음식의 차이가 아니라 음식을 대하는 목적의 차이에 있다. 와인을 관리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할 전문가는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재료가 어떻게 준비되었는지를 알아두면 좋겠지만, 마시거나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가격과 함께 맛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영화에서처럼 와인 이름을 알아맞힐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 보르도에만 1만여 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전 세계 수많은 와인 중에서 하나를 맞힌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프랑스 소믈리에 시험에서도 시험을 보는 지역의 와인이 주로 대상이 되는데, 이렇다 하더라도 와인 이름을 맞히는 문제는 배점이 아주 작아서 틀리더라도 합격 여부에 상관없을 정도이다. 전문가이고 싶어 하는 사람일수록 와인에 대한 정보를 맞히거나 지식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을까?

▲ 와인에는 포도가 나고 자란 공간과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그대로 즐기면 족하다.
2. 와인 잔을 잡을 때, 다리 부분을 잡아야 한다.
특히 화이트 와인 잔을 잡을 때는 손의 온도가 글라스와 와인에 전달되기 때문에 와인 잔의 다리를 잡으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체온으로 와인 온도를 1도 높이기 위해 와인을 마시지 않고 기다리는 건 고행에 가깝다. 프랑스 소믈리에 교육 과정에서도 와인 잔 잡는 부분이나 매너에 대한 규정은 없다.

3. 와인 병의 바닥 쪽이 깊게 들어가야 좋은 와인이다.
같은 용량을 담으려면 병 바닥이 깊게 들어갈수록 병의 윗부분이 더 올라가야 한다. 그럼 병이 더 커 보이는데, 병이 클수록 와인은 고급스럽게 보인다. 전 세계 와인 유통 회사들은 큰 병을 선호하는 편인데, 환경 운동가들은 와인 맛과 상관없는 병 크기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와인 병 바닥이 아치형으로 들어간 본질적인 이유는 외부 압력을 견디기 위함이다.

4. 레드 와인은 육류, 화이트 와인은 생선과 함께 마신다.
대부분의 와인은 그렇게 마시면 맛있다. 그러나 이는 와인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공식이다. 닭, 거위 같은 육질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고기는 화이트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5. 와인의 눈물이 많이 남을수록 좋은 와인이다.
와인의 눈물이란, 와인을 잔에 따르고 흔들 때 와인 잔의 겉 표면에 흘러내리는 액체의 모양을 말한다. 와인이 담긴 잔을 흔들면 알코올이 순간 증가하고 수분 위주의 액체에 표면장력이 더 커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주위 온도나 와인 온도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모습이 아름다워서 눈으로 즐기기엔 좋지만 와인의 질과는 무관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