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섬 발리
치유의 섬 발리
  • 글 사진 전영광 | 취재지원 아야나 리조트
  • 승인 2014.07.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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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 | 이니그마가 담는 세상

촉촉한 감성과 여유로움일랑 모조리 적금통장에 넣어버린 대가로 우리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잃어버렸으니 슬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을 살아내며 육신이 지치지 않고 영혼이 상처받지 않은 자 누가 있으랴. 영험한 치유의 섬 발리로 떠나야 하는 건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리즈뿐 만이 아닐 것이다.

다양한 색의 섬 발리
적도를 지나 남쪽으로 7시간,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는 시간은 결코 녹록치 않다. 아름다운 바다 그리고 근사한 리조트만을 찾는다면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겠다. 태양, 바다, 모래(Sun, Sea, Sand)를 갖춘 아름다운 휴양지는 전 세계 곳곳에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발리에는 상처받은 영혼까지 치유할 사람들, 기도, 평화(People, Pray, Peace)가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는 독특하게도 힌두신을 섬기는 지역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힌두교는 발리의 토착문화와 결합되어 발리식 힌두교로 뿌리 내렸다. 섬 곳곳 가장 아름다운 곳에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발리인들은 신께 바치는 공물인 차낭을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밥 먹듯이, 아니 그보다 더 빈번히 기도를 드린다.

온전히 종교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그들, 그래서 발리의 또 다른 이름은 ‘신들의 섬’이다. 신실한 발리인들은 멀리서 온 손님을 허투루 대접하는 일이 없다. 따뜻하게 맞아주고 마음을 다해 대접한다. 순수한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 메마른 일상에서 닫혀있던 마음의 문은 조금씩 열리고 상처받은 영혼에는 새살이 돋는다.

셀 수 없이 많은 신이 존재하는 힌두교처럼 발리의 매력도 무척 다양하다. 짐바란에선 파란 바다 속 휴식을, 쿠타에선 붉은 노을 속 서퍼들의 열정을, 우붓에선 녹색 정글 속 예술의 향기를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발리의 모습일 테니 어느 한 곳만을 보고 발리를 말한다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인 격일 테다. 그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색이 없다. 그러니 발리에서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러야 한다.

블루 짐바란

발리 남쪽에 위치한 짐바란은 인도양의 거친 바다와 마주한 곳이다. 석회암 절벽 아래로 시원스레 펼쳐진 인도양의 푸른 바다와 하늘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적신다. 짐바란의 색은 블루다. 시원한 블루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모두 씻기는 듯 청량하다. 천혜의 자연환경 위에 내로라하는 리조트들이 경쟁하듯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발리니즈 특유의 진심 어린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발리는 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탄생했다. 발리까지 가져온 근심과 걱정, 스트레스가 있다면 이곳에서 모두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그저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쉬는 것이 짐바란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제 발리를 좀 더 탐험해볼 여유가 생겼다면 짐바란 아래에 있는 울루와뚜 사원을 찾는다. 이 사원은 발리 최남단에 위치해 있어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인도양의 거센 파도가 부딪히는 아찔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울루와뚜 사원에는 손버릇 나쁜 원숭이들이 살고 있다.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넋을 잃을 때쯤이면 뒤쪽에서 다가와 귀신같은 솜씨로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훔쳐간다. 그 실력만큼은 악명 높은 프랑스 파리의 소매치기보다 한 수 위다.

울루와뚜 사원의 원숭이들이 놀라운 점은 안경을 인질(?)로 거래를 시도한다는 점. 원숭이들은 안경을 훔친 뒤 멀리 달아나지 않고 한 두 걸음 거리에서 농성을 벌인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면 이내 과일장수 아주머니가 다가와 원숭이에게 망고스틴을 건넨다. 원숭이는 두 손 두 발에 망고스틴을 가득 채운 후에야 안경을 그 자리에 내려놓는다. 안경을 되찾은 관광객은 기쁜 마음으로 아주머니에게 과일 값을 치른다. 이로써 작은 소동은 모두가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원숭이는 맛있는 망고스틴을 먹었고, 과일 장수 아주머니는 과일을 팔았고 관광객은 작은 추억을 만들었다.

짐바란에 어둠이 내리면 더 환하게 빛나는 곳이 있다. 바로 5성급 리조트인 아야나 리조트 내에 위치하고 있는 락바다. 바다 위 14m 높이 바위 위에 걸려있는 락바는 발리가 자랑하는 최고의 명소로 락바를 찾기 위해 발리에 오는 이도 있을 정도다. 짐바란의 붉은 노을에 인도양의 거친 파도 소리를 잘 흔들어 섞은 후 연인의 달콤한 사랑으로 가니쉬를 장식한 칵테일은 천국의 맛이다.

레드 쿠타

한적한 어촌이었던 발리를 전 세계에 알린 건 거친 파도를 찾아 이곳까지 흘러 든 서퍼들이었다. 쿠타 해변의 거친 파도는 물놀이엔 불리한 조건이지만 서퍼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환경이었던 것. 붉은 노을 위로 서퍼들의 뜨거운 열정이 수놓는 쿠타의 색은 진한 레드다. 해변을 향해 있는 뽀삐스 거리에는 서퍼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와 음식점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그 거리의 매력에 빠져 눌러 앉아버린 장기 배낭여행자 포스가 더해져 그곳은 마치 방콕 카오산로드를 보는듯하다. 우리에겐 허니무너의 천국으로 알려진 발리지만 사실 이곳은 배낭여행자의 천국이기도 한 셈이다.

서퍼들은 붉은 노을이 해변을 가득 매운 저녁까지 파도 위를 향해 몸을 던지고 또 던진다. 해변에 앉아 서퍼들을 바라보며 시원한 빈탕 맥주 한잔을 기울이는 것도 쿠타를 즐기는 방법. 멋진 기술이 성공할 때면 심사위원이라도 된 양 10점 카드를 들어주고 말이다. 쿠타의 밤은 낮보다 더 뜨겁다. 혈기 왕성한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곳에 모여드니 매일 흥겨운 파티가 이어진다. 낮 동안 서핑으로도 그 에너지를 다 발산하지 못한 건지 깊은 밤까지 클러빙으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발리니즈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에도 민감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그 균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그들이 믿는 힌두교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기도하고 명상을 하면서 끊임없이 아름다운 내면을 가꿔 나가는 것이 발리니즈들의 삶이다. 발리를 경험한 사람들마다 아름다운 발리니즈들의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눈으로 본 풍경은 잊혀지지만 마음으로 느낀 감정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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