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싱어송라이터 윤영배
인터뷰 | 싱어송라이터 윤영배
  • 글 임효진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4.07.1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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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달과 풀처럼 사는 남자

예전엔 ‘사람은 나면 서울, 말은 제주로’라는 말을 했다. 뭍사람은 제주를 마소를 키우는 목장 정도로 여겼고 예술의 혼을 꽃피우기에는 부족한 땅으로 여겼다. 하지만 신비롭고 영험한 땅 제주에 예술가들이 모여기 시작하면서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예술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제주 풀꽃처럼 살아가는 싱어송라이터 윤영배 씨를 만났다. 그는 바람도 쉬어가는 조용한 마을에 소박한 집 한 채 마련하고 캠핑 의자에 앉아 홍차를 즐기고 있었다.

▲ 그는 제주에서 노래처럼 살기로 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제주에서는 언제부터 사셨나요?

11년 전부터 살았어요. 그전에는 앨범 재킷 촬영하러 몇 번 왔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보름 정도 제주에 머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내봤어요. 그때 아주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과는 달랐어요.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는 데 여기는 막연하게 계속 같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고향이 어디시죠? 그래도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데 제주도로 내려오시기는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고향은 경북 구미에요.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도시의 편리함에 부당함을 느꼈다랄까. 도시의 편리함은 마음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항상 안도할 수 없죠. 막연한 긴장감, 불안감이 항상 공기처럼 있었던 거 같아요. 도시의 짜인 질서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의 질인가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만들어진 질서에 강제로 편입된 상황인 겁니다. 기존의 질서가 추구하는 방향이 내가 원하는 삶이냐는 비판적인 상상력을 갖게 된 거죠. 제주는 삶에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려줬어요.

▲ 제주는 그에게 언제와도 그대로인, 안식처가 돼 주었다.

제주의 어떤 점이 가장 좋으세요?

평소에 느낀다기보다, 도시에 음악 작업하러 나갔다가 제주로 돌아오면 안도감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내가 여기 속해 있다는 위안이 듭니다.

같이 음악 하는 장필순 씨와 이상순 씨, 최근에는 이효리 씨도 제주에 살게 되셨죠. 많은 사람이 제주가 예술가의 섬이라는 인식을 가진 거 같습니다. 제주가 예술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구체적으로는 음악이 더 여유로워졌어요. 서울의 녹음실에서는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자연, 새, 강, 달을 노래했죠. 하지만 여기서는 스스로 묻는 물음이 조금 달라졌어요. ‘노래하는 사람이 될래, 노래처럼 살래?’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노래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다른 음악 하는 사람 중에는 제주에서의 삶이 작업물에 영향이 있다고 느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주에 내려와서도 여전히 상업적 영역에 삶이 놓여 있다면 영감을 받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요.

▲ 그는 생명과 평화에 대해 고민하는 녹색당 당원이다.

텃밭에서 농작물을 기르시는가 봐요?

네, 한 10가지, 토종 씨앗으로만 키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토종 씨앗이 사라져 가고 있어요. 그래서 토종 씨앗을 보급하는 ‘씨드림’과 같은 곳에서 종자를 받아 키우고 있습니다. 먹을거리가 안전하려면 규모가 크면 안 돼요. 대규모 단일 종에서는 먹을 만한 작물이 나오기 힘듭니다. 이건 농부의 잘못도 아니고 어느 농가를 가든 사정은 비슷할 겁니다.

▲ 텃밭에는 풀과 농작물이 한데 어우러져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밭고랑도 없고 잡풀은 무성하고, 어딘지 좀 독특하네요.

이게 태평농법이라고 하는 겁니다. 할아버지들이 보면 안 좋아하시는데, 풀을 뽑지 않고 뿌리를 남겨둔 채 줄기만 가끔 잘라주는 거예요. 사람들은 풀이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생각해 제거하지만 풀이 있어서 땅의 무기질이 풍부해지거든요. 땅을 살리는 농법입니다.

가장 최근의 활동으로는 녹색당 가를 만드셨더라고요. 녹색당에 대한 소개와 어떻게 음악 작업에 참여하시게 됐는지 알려주세요.
당원으로서 참여하게 됐어요. 이상순 씨 집에서 상순 씨가 연주하고 한철 씨와 시와 씨가 노래를 했죠. 일종의 재능 기부입니다. 녹색당은 저와 가장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인 곳입니다. 한국에 녹색당이 없었는데 2년 전 발기대회를 열고 창당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이제는 한 나라 단위로는 지구적 의제를 풀 수 없게 됐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본만의 문제일까요? 지구 상의 문제에요. 근본적이고 근원적으로 생각하고 인식을 나누어야 합니다. 내일이 오늘과 같으리라는 것은 생각만 해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아웃도어 활동하시는 분들도 환경에 대해 많이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이제 국내도 녹지가 3분의 1밖에 남아있지 않아요. 원래의 자연 상태를 간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연을 지켜야지 아웃도어 라이프도 있으니까요.

아웃도어 활동은 자주 하시나요?
제주는 오름이 많잖아요. 자전거를 타고 오름에 자주 갑니다. 숲을 좋아서 무릉곶자왈도 자주 갑니다. 숲에 가면 안타까워요. 균형감 있게 보존이 됐으면 좋겠는데…. 갈 때마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갑니다. 도움도 안 되면서.

▲ 그가 자주 애용하는 자전거가 마당 한 편에 세워져 있다.

제주에서의 삶을 동경해 귀향을 꿈꾸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제주는 이미 포화상태에요. 제주도는 인구 60만, 자동차는 20만대 가량 수용할 수 있는데 이미 넘어섰어요. 매우 보수적인 단체인 국제에너지기구마저도 제주도의 급속한 발전을 걱정하고 있어요.

우리는 정확히 봐야 합니다. 위험한 것과 두려운 것은 다릅니다. 막연하면 두려워지죠. 위험한 것을 정확히 봐야 대안도 보이고 희망도 보입니다. 500년 전, 인디언은 ‘삶은 없고 생계만 있다’고 말했습니다. 삶은 이야기인데 이야기는 없고 이제 생존만이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제 즐거운 것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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