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 제주 ③ 사려니숲길
Korea Travel | 제주 ③ 사려니숲길
  • 임효진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협찬 마모트
  • 승인 2014.07.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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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숲길 입구~물찻오름 입구~ 붉은오름 입구
제주 태고의 신비가 어우러진 사려니숲

제주하면 으레 한라산이 떠오른다. 걷기를 즐기는 이들은 올레를 먼저 꼽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이번엔 소문난 길보다 제주의 비밀스런 속내를 훔쳐 보고 싶었다. 인간에게 내쫓겼던 노루가 다시 돌아왔다는 신령의 숲, 사려니로 향했다.

▲ 비가 와서 안개에 휩싸인 삼나무 숲은 신비한 느낌이 한 가득이다.

노루가 뛰어노는 신령의 땅, 사려니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피아노의 숲’에는 신비한 피아노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천방지축 카이는 숲 한가운데 있는 피아노를 연주한다. 숲에는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고 음악 소리를 듣고 동물 친구들이 모여든다. 이 영화에서 숲은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의 잔치가 열리는 곳으로 그려진다. 사려니 숲에 발을 딛는 순간 기자는 영화 속 피아노의 숲이 떠올랐다.

▲ 행사 기간에는 짚신을 신고 송이길을 걷는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신령한 곳‘이라는 뜻으로 ’살아니‘ 또는 ’솔아니‘라고도 불리는 사려니숲.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이어지는 사려니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에 위치한다. 2009년 7월 제주시가 기존의 관광 명소 이외에 제주시 일대의 대표적인 장소 31곳을 선정해 발표한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이기도 하다.

▲ 이국적인 삼나무 숲에서 아름다움에 도취됐다.
오늘은 사려니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히는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붉은오름으로 이어지는 10km 구간을 걷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다. 길을 나설 때부터 날씨가 끄물거렸다. 고도가 높은 들머리에 닿자 어김없이 사방이 운무에 휩싸이더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니 대기는 뿌옇고 공기는 차분해졌다. 이 숲에 신령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화산 송이가 뿌려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숲길을 걷는 것은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푹신한 길을 걷기에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장과 심폐 기능이 향상된다고 알려졌다. 두 팔을 벌리고 가슴으로 깊게 심호흡을 하며 걸었다. 심호흡 몇 번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진다. 주위를 둘러보니 도심에선 보지 못한 나무가 즐비하다.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붉은오름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화산 송이 길 위로 때죽나무 하얀 꽃이 흩뿌려져 가는 길을 수놓는다. 이곳은 노루가 마음 편히 지내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봄과 여름에 한라산 고지대에서 주로 생활하는 노루는 밀렵으로 인해 1970년대 말까지는 멸종 위기에 처했었다. 이후 보호정책을 강화해 지금은 개체 수가 늘었다. 기자는 겨울이면 식량을 구하지 못한 노루가 민가로 내려온다는 뉴스로 노루를 접했다. 선한 눈을 가진 노루는 인간을 두려워해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가까이서 만날 수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려니 숲은 인간과 노루가 친구가 되게 하여 주는 가보다.

▲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한 사려니 숲.

▲ 친구나 가족과 함께 사려니 숲을 찾는 인구가 늘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삼나무 숲에 압도되다
입구에서는 제6회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행사 기간에는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각종 체험 행사가 열린다. 기자도 짚신을 신고 송잇길을 걷는 체험을 해봤다.

제주도 화산 송이는 화산활동의 화산쇄설물로 원적외선 방사율이 89%이고 항균성이 99%나 돼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준다고 한다. 짚신을 신고 걸으니 몸 안에 독소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걷는 게 조금 어색하지만 처음 신어보는 짚신과 울퉁불퉁한 송잇길과의 만남은 나름의 재미가 있다. 체험을 끝내고 다시 숲길에 올랐다.

비자림로 코스와 붉은오름, 사려니오름이 만나는 지점인 명상의 숲길 ‘월든’에 도착했다. 이곳은 자연림 코스와 인공림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명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본 때죽나무 꽃과 관중을 만난 것만으로도 사려니숲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젠 곧 날머리려니’ 짐작하는데 눈앞으로 삼나무 숲이 일행을 맞아 선다. 기대하지 않았던 탓일까. 하늘에 닿을 듯 곧게 뻗은 삼나무의 아름다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곳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곳 마냥 평안했다. 엄마의 뱃속이 이런 곳이었을까. 태곳적 모습을 간직한 사려니 숲길에서 알 수 없는 신령스러운 기운을 받고 붉은오름으로 나왔다. 신비한 꿈속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 사려니는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려니숲에 사는 친구들
사려니 숲길의 식생은 78과 254종이 분포하고 있다. 목본류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참꽃나무, 말오줌때, 사람주나무, 윤노리나무, 쥐똥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양치류는 천남성, 꿩의밥, 둥굴레, 박새, 새우난, 좀비비추, 풀솜대, 으름난초, 개족도리 등의 초본류, 석송뱀톱, 고비, 가는홍지네고사리, 광중, 나도히초미 등이 서식하고 있다.

동물은 육식성 포유류인 오소리와 제주족제비가 서식하고,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인 매, 팔색조, 참매가 서식하고 있다. 큰오색딱다구리, 박새, 곤줄박이, 삼광조 등 산림성 조류와 원왕, 검은댕기해오라기 등 산림습지 주변에 서식하는 조류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쇠살모사가 많고,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비바리뱀이 서식하고 있으며, 제주도룡뇽은 산림습지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 밖에 봄·여름은 작은소참진드기(살인진드기)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기이니 탐방코스가 아닌 숲 속에 들어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코스 1
비자림로(1112번 도로)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출발
사려니오름까지 편도 16km 5~6시간 (행사 기간만 개방)
성판악 주차장 편도 9km 2~3시간 (행사 기간만 개방)
물찻오름까지 구간 왕복 9.4km 2~3시간
붉은오름까지 편도 10km 3시간

코스 2
붉은오름 입구(남조로 1118번 도로)에서 출발
사려니오름까지 편도 13km 5시간 내외(행사 기간만 개방)
성판악 주차장 편도 8.6km 2~3시간(행사 기간만 개방)
붉은오름 순환 2km 40분 내외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 편도 10km 3시간 내외

행사 기간 외 사려니오름 탐방
산림청 사이트 제주시험림 탐방에약 코너에 들어가서 탐방 7일 전 사전 예약 후 서귀포시 서성로 방면 출입구를 이용해 입장할 수 있다.
·문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064-730-7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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