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공간 예술가 제임스 터렐을 만나는 시간
공간이 먼저일까? 빛이 먼저일까? 만약 이런 질문이 주어진다면 빛과 공간 예술가(Light & Space Artist)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지닌 제임스 터렐은 빛이 먼저라고 당당히 이야기 할 것이다. 제임스 터렐은 “빛은 인간에게 있어 생명의 줄기”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심지어 빛은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 자연 채광과 인공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천장. |
그의 철학대로라면 빛이 죽은 공간은 아무리 고급 소재에 고급 인테리어를 했다 치더라도 죽은 공간이다. 빛이란 단지 공간이나 사물을 비춰주기 위한 하나의 소도구가 아니라 반대로 공간이나 사물이 바로 그 빛으로 인해 생명을 가진다는 패러다임이다.
제임스 터렐은 빛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빛에도 사람을 유혹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창조적 아티스트 터렐의 탄생으로 최초로 빛과 공간의 예술이라는 일종의 설치예술이 시작되었다. 미국 네바다주 남동부의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시티센터에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시티센터는 4년 전 라스베이거스 중심부를 관통하는 길에 생겼는데, 그 건물의 투자 금액이 전 세계 민간 투자 규모로는 최고인 11조원이 넘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아리아 호텔, 브다라 호텔, 더 하먼 호텔에 뷰어 콘도형 호텔, 크리스털 명품 쇼핑몰까지 거대한 건물 6개 군이 하나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복합도시 기능의 대단지였다. 규모 면에서 아리아 호텔 하나만 보더라도 객실 수만 4천 개 정도 되니 일반 호텔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그래서 이들은 이곳을 새로운 세상의 중심지(The Capital of the New World)라고 부른다.
▲ 나무 구조물 1층에는 안내데스크, 2층에는 레스토랑이 설치돼 있다. |
▲ 다소 밋밋해 보이던 공간이 다양한 빛의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
시티센터가 들어서기 전 이 골목은 아주 오래된 낡은 호텔과 조그만 선물 가게, 피자집 등이 줄지어 서있던 볼품없던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이 모여 단 시간 내에 대규모 호텔단지인 시티센터를 지었고, 이 마법의 성을 책임지는 중심에 공간과 빛의 제왕인 제임스 터렐이 있다. 시티센터 내부의 크리스털 명품관에서 모든 공간을 평면에서 입체면으로 부각시키고, 그 경사진 면 하나하나에 빛이란 하나의 생명체를 불어 넣은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털 명품관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면 천장으로 향하는 긴 삼각형 편대가 보인다. 이 삼각형은 시시각각 공간에 쏘여지는 천장 빛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색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다. 터렐은 아마 푸른 하늘과 석양이 지는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행기는 미지의 세상과 연결해 줄 수 있는 우리들의 꿈을 가득 실은 하나의 상징일 수도 있다. 터렐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빛은 참 경건하고 성스러운 유혹으로 다가왔다. 산소 같은 관능미를 내세우면서. 그리고 왠지 강하게 절제된 지성으로.
그래서 터렐은 “내 작품은 당신이 눈으로 볼 때만 존재한다”라는 이야길 하는데 물론 시각적 설치예술가로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변해 가는 빛의 궤도를 따라 가면서 세상에 그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더 깊게 읽어 달라는 해석으로 보고 싶다.
▲ 평범한 커피숍도 제임스 터렐의 작품 아래에서는 특별한 매력을 갖게 된다. |
▲ 얼음 기둥 그라시아가 아름다운 빛으로 빛난다. |
터렐의 거대한 작품 아래의 수많은 명품관들과 레스토랑, 커피숍들은 날개를 달아 더 품격 있게 보인다. 그리고 그 숍 앞에는 또 하나의 명물인 13개의 얼음기둥 그라시아가 터렐의 빛의 예술에 응답하듯 시시각각 색이 변하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니 환상이란 말은 아마도 아껴 두었다가 이곳에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가 설치 공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대한 나무로 만든 독특한 대형 구조물이다. 아래쪽에는 안내 데스크를 설치하고 위쪽에는 레스토랑을 설치했는데, 미국의 국조인 독수리 집을 본 뜬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하얀 공간을 배경으로 짙은 밤색을 가진 이 구조물은 나름대로 기품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크리스털 시티센터의 설치 구조물들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빛과 하나가 되고, 이방인들도 슬로우 빛의 속도로 터렐의 작품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빠져 들어가는 세계이다.
앤드류 김(Andrew Kim)|(주)코코비아 대표로 에빠니(epanie) 포장기계 및 차를 전 세계에 유통하며 커피와 차 전문 쇼핑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전문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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