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 미국 라스베이거스 크리스털 시티센터
ANDREW'S TRAVEL NOTE | 미국 라스베이거스 크리스털 시티센터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4.04.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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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공간 예술가 제임스 터렐을 만나는 시간

공간이 먼저일까? 빛이 먼저일까? 만약 이런 질문이 주어진다면 빛과 공간 예술가(Light & Space Artist)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지닌 제임스 터렐은 빛이 먼저라고 당당히 이야기 할 것이다. 제임스 터렐은 “빛은 인간에게 있어 생명의 줄기”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심지어 빛은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 자연 채광과 인공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천장.

그의 철학대로라면 빛이 죽은 공간은 아무리 고급 소재에 고급 인테리어를 했다 치더라도 죽은 공간이다. 빛이란 단지 공간이나 사물을 비춰주기 위한 하나의 소도구가 아니라 반대로 공간이나 사물이 바로 그 빛으로 인해 생명을 가진다는 패러다임이다.

제임스 터렐은 빛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빛에도 사람을 유혹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창조적 아티스트 터렐의 탄생으로 최초로 빛과 공간의 예술이라는 일종의 설치예술이 시작되었다. 미국 네바다주 남동부의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시티센터에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시티센터는 4년 전 라스베이거스 중심부를 관통하는 길에 생겼는데, 그 건물의 투자 금액이 전 세계 민간 투자 규모로는 최고인 11조원이 넘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아리아 호텔, 브다라 호텔, 더 하먼 호텔에 뷰어 콘도형 호텔, 크리스털 명품 쇼핑몰까지 거대한 건물 6개 군이 하나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복합도시 기능의 대단지였다. 규모 면에서 아리아 호텔 하나만 보더라도 객실 수만 4천 개 정도 되니 일반 호텔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그래서 이들은 이곳을 새로운 세상의 중심지(The Capital of the New World)라고 부른다.

▲ 나무 구조물 1층에는 안내데스크, 2층에는 레스토랑이 설치돼 있다.
▲ 다소 밋밋해 보이던 공간이 다양한 빛의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시티센터가 들어서기 전 이 골목은 아주 오래된 낡은 호텔과 조그만 선물 가게, 피자집 등이 줄지어 서있던 볼품없던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이 모여 단 시간 내에 대규모 호텔단지인 시티센터를 지었고, 이 마법의 성을 책임지는 중심에 공간과 빛의 제왕인 제임스 터렐이 있다. 시티센터 내부의 크리스털 명품관에서 모든 공간을 평면에서 입체면으로 부각시키고, 그 경사진 면 하나하나에 빛이란 하나의 생명체를 불어 넣은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털 명품관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면 천장으로 향하는 긴 삼각형 편대가 보인다. 이 삼각형은 시시각각 공간에 쏘여지는 천장 빛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색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다. 터렐은 아마 푸른 하늘과 석양이 지는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행기는 미지의 세상과 연결해 줄 수 있는 우리들의 꿈을 가득 실은 하나의 상징일 수도 있다. 터렐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빛은 참 경건하고 성스러운 유혹으로 다가왔다. 산소 같은 관능미를 내세우면서. 그리고 왠지 강하게 절제된 지성으로.

그래서 터렐은 “내 작품은 당신이 눈으로 볼 때만 존재한다”라는 이야길 하는데 물론 시각적 설치예술가로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변해 가는 빛의 궤도를 따라 가면서 세상에 그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더 깊게 읽어 달라는 해석으로 보고 싶다.

▲ 평범한 커피숍도 제임스 터렐의 작품 아래에서는 특별한 매력을 갖게 된다.
▲ 얼음 기둥 그라시아가 아름다운 빛으로 빛난다.

터렐의 거대한 작품 아래의 수많은 명품관들과 레스토랑, 커피숍들은 날개를 달아 더 품격 있게 보인다. 그리고 그 숍 앞에는 또 하나의 명물인 13개의 얼음기둥 그라시아가 터렐의 빛의 예술에 응답하듯 시시각각 색이 변하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니 환상이란 말은 아마도 아껴 두었다가 이곳에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가 설치 공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대한 나무로 만든 독특한 대형 구조물이다. 아래쪽에는 안내 데스크를 설치하고 위쪽에는 레스토랑을 설치했는데, 미국의 국조인 독수리 집을 본 뜬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하얀 공간을 배경으로 짙은 밤색을 가진 이 구조물은 나름대로 기품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크리스털 시티센터의 설치 구조물들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빛과 하나가 되고, 이방인들도 슬로우 빛의 속도로 터렐의 작품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빠져 들어가는 세계이다.

앤드류 김(Andrew Kim)|(주)코코비아 대표로 에빠니(epanie) 포장기계 및 차를 전 세계에 유통하며 커피와 차 전문 쇼핑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전문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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