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ke & Camp | 강화도 해안도로 Step2
Bike & Camp | 강화도 해안도로 Step2
  • 글 강다경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7.22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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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Go… 오감을 열고 지면에 경의를
연미정~함허동천 왕복 70km

▲ 강화도는 바다뿐 아니라 모내기 끝마친 6월의 한가한 논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다.

강화도는 아픈 땅이다. 5진 7보 53돈대는 아픔의 흔적이다. 한 국가가 존속하기 위해 치러야할 투쟁을 위해 세워진 축조물이다. 지루한 역사 선생님을 만나면 5진 7보 53돈대란 이 숫자들이 설기만 할 수도 있으나 302.4㎢의 땅에 있기에는 많은 축조물이다. 

선사시대의 고인돌, 단군의 참성대, 고려, 조선의 역사를 강화도는 다 품고 있다. 교복 입고 학교 다니며 달달 외던 ‘1876 강화도조약’의 그 강화도이기도 하다. 역사를 찾아 강화도 구석구석을 훑자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욕심은 접어두기로 했다. 내가 달리게 될 땅에 경의를 표하며 눈만 열어두기로 했다.

▲ 연미정은 강화도 조약으로 시작된 일제강점기 역사의 증언대로 500년 된 느티나무가 서있다.

▲ 화이팅을 외치며.

▲ 용진진 가기 전 미루나무가 길을 시원하게 한다.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없어 아쉬웠다.
연미정에서 출발했다. 민통선의 군부대 초소 바로 앞에 자리한 경치 좋은 정자 연미정은 고려시대 것으로 500년 된 느티나무가 버티고 서있다. 500년, 말이야 쉽지만 느티나무를 보는 순간 500년 동안 살아있어 푸르다는 것의 묵직함을 알 수 있다. 연미정 정자에 누워 뒹굴고 싶은 유혹도 만만치 않을 만큼 고즈넉한 명당이다.

그러나 이 명당은 많은 함의를 품고 있다. 강화도 조약으로 시작된 일제강점기 역사의 증언대가 연미정이다. 한반도 남과 북의 위태로움을 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미정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땅은 개풍군이다. 가깝고도 먼 곳, 북한의 땅이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남한의 현재 지표를 절감하게 된다. 삶이 역사인데도, 실제로 역사를 삶에서 마주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기 어렵다. 강화도는 자주 이런 풍경을 내준다.

민통선 북쪽은 군부대의 허락을 얻어야만 갈 수 있다. 우리는 남쪽으로 향했다. 강화나들길의 심도 역사문화길이기도 한 이 길의 왼편은 철조망이 바다를 막아서고 있다. 간간이 차도로 군부대의 차량이 지나간다. 오른편은 한없이 조용한 농촌의 풍경이다. 좀더 가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만 시작이라 힘들지는 않았다. 회귀할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으나 <스캇> 스포츠스터30의 기어 효율이 좋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오르막을 지날 수 있었다.

▲ 기상청에서 밀물, 썰물 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다.

▲ 강화도는 펜션 밀집도가 높은 곳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이쁘구나, 참 넓고 좋구나”
해안을 따라 달리다 길이 끝나면 굴다리로 진입해 해안동로를 달리면 된다. 이번 자전거 캠핑에 동행한 트레일코리아의 김진학 국장은 트레일 전문가로 강화 나들길이 생기자마자 전부 걸었다고 한다. 2년 전 5월 직원들과 함께 자전거 국토종주도 했지만, 강화도를 자전거로 달리긴 처음이라고 했다. 쉬엄쉬엄 달리고 중간중간 내려선 동안 자전거 국토종주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이쁘구나, 참 넓고 좋구나 알았어요. 낙동강 구간은 컨디션은 나쁘지만 풍광이 좋아요. 굽이굽이 휘어진 낙동강물을 보며 내려올 수 있죠.”

덜컥 욕심이 나지만 날이 더워져 계획 잡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5박6일 일정이었다는데 내 속도로는 일주일이 넘게 걸릴 것이다. 말을 하며 달리는 사이 이미 몸은 땀범벅이 돼가고 있었다. 김국장이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국토종주하며 자전거길을 위해 산을 까뒤집고 짚신 신고 다니던 길을 파괴하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강화 자전거길은 인위적으로 산을 파헤치거나 하지 않았다. 차도 옆에 길을 냈다.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용진진 가기 전 모내기를 끝낸 논과 드높은 미루나무가 길을 시원하게 한다. 용당돈대 가는 길의 오르막 곁으로는 장미가 환하다. 6월다운 풍경이다. 자전거 캠핑의 묘미는 바로 이것이다. 계절에 맞는 자연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지나치는 풍경이 아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속도를 조절하거나 멈출 수 있다.

▲ 황산도에 들러 바닷물에 마음만 풍덩 적셨다.

▲ 황산도 갯벌체험장에는 관찰 데크가 있어 살아있는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다.

강화도의 표정, 금계국의 길
각각의 돈대와 보마다 멈춰서 들르기에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함허동천에 해가 지기 전 도착하기로 계획했는데 머리에 내리쪼이는 직사광선 덕에 폐달을 밟는 속도가 더뎌졌다. 화도돈대에만 잠시 들렀다. 돈대는 평지보다 높아 자전거를 끌고 가기 어려워 세워뒀다. 갯벌이 멀찍이 펼쳐져 있었다. 물새 몇 마리가 뻘 위를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풍경이 한가롭다. 김진학 국장은 “바닷물이 어떻게 저렇게 빠졌다 가득 차냐”며 감탄했다.

신비는 가까운 곳에 있다. 그것을 신비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만 있으면 된다. 과학이 그 신비의 베일을 한 꺼풀 벗기긴 했으나, 드넓게 드러난 갯벌은 공식을 떠올리게 하기보다 인간의 왜소함과 자연의 무한함 사이의 숭고함을 느끼게 했다. 숭고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을 만큼의 막막한 감정이다. 작년 강화도로 드라이브 와 차창 밖으로 갯벌을 본 적이 있으나, 그와는 다른 직접성의 갯벌이 펼쳐져 있었다. 갯벌 사이사이 드러난 숨구멍들로 들고 나는 생명까지 생각하게 하는 풍경이다.

▲ 샛길로 빠져 푸른 논밭을 느끼는 것은 강화도 해안도로 자전거 타기의 또 다른 재미다.

▲ 케네디는 “자전거 타는 단순한 즐거움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6월 강화 해안도로는 금계국의 길이다. 노란 꽃이 하염없이 펼쳐져 있어 이름을 궁금해하던 차에 차도를 지나는 경운기 탄 아주머니께서 이름을 알려주셨다. 개망초도 길 가득 어여쁘게 피어있다. 모내기를 끝낸 논의 싱싱함도 눈부셨다. 폐달을 밟는 동안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초지진에 잠시 들렀다.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막아낸 방어 시설인 초지진은 규모가 작지만, 조선 후기 사용되던 홍이포가 전시돼 있다. 지금 진의 모습은 1976년 복원된 것이라 한다. 역사는 피를 흘린 기록인 경우가 많다. 눈을 감고 초지진에서 일어났을 전투와 그 전투가 불러일으킨 개개인의 아픔을 떠올리며 초지진을 잠시 보았다. 평화로운 바닷가는 금세 피냄새로 어지러워진다.

▲ 스탠드 없는 자전거 세우기.

▲ 중간 중간 운동으로 몸을 풀어주기.

삼안교 삼거리에서 함허동천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낮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구릉이다. 딸기농장이란 팻말을 보기도 전에 딸기 향기가 코에 가득 스민다. 6월에 맡는 딸기향이 그리 달콤할 수가 없다. 얼마간 달리자 거름 냄새도 풍겨온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지나면 코와 귀가 길을 향해 열린다. 길에는 사람 사는 향이 가득하다.

이전까지 달려온 길이 강화 해안도로의 바다와 갯벌, 역사의 길이었다면 여기부터는 펜션 밀집도가 가장 높은 관광도시 강화의 면목을 볼 수 있다. 통나무로 짓거나 거꾸로 된 집 모양, 풍차 모양의 펜션이 즐비하다. 우리는 잠시 선두5리 어시장으로 들어서 바다의 짠내를 맡았다. 갯벌에는 어선이 정박해있어 바닷가 강화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시장답게 횟집도 있다.

▲ 푸른 잔디밭 위 <스캇> 스포츠스터.
▲ 강화도는 도로가 좁아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만난 트럭 운전자들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라며 자전거 도로로 달려달라는 당부를 했다.

오르막은 길고 내리막은 짧다!!!
어시장을 나와 함허동천으로 들어가는 길까지는 자전거도로가 나있지 않다. 2차선 도로가 뻗어 있다. 주말에는 통행 차량이 많으므로 조심히 달려야 한다. 그러나 그 길이 보여주는 풍경은 아름답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여름의 푸른 논밭이다. 절로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흥얼거리게 된다. 자연에 정령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함허동천에서 하루를 자고 연미정으로 돌아오는 날은 하늘색이 달랐다. 바다에는 물이 더 차 전날의 갯벌 풍경과는 다른 강화도 염하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같은 길도 하늘의 색에 따라 다른 곳이 된다. 하늘과 바다를 음미하며 땀내를 안고 연미정으로 내달렸다. 전날은 천천히 달려 시속 9.5km의 속도를 냈으나 돌아오는 길에는 15km 정도 속도였다.

갑곶돈대에서 연미정으로는 내리막 오르막이 이어지는데, 오르막 정상에 있는 일행의 모습이 아득하기만 했다. 자동차를 탔을 때는 느낄 수 없던 지표면의 경사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르막은 내리막을 담보로 한다. 내리막으로 달리는 동안만은 땀을 언제 흘렸냐는 듯 룰루랄라 달린다. 자전거는 공평하다. 올랐으면 내려간다. 이 내리막이 생각도 환하게 열어줄 것 같다. 6월의 모내기 한 논이 유독 환하다.

▲ 연미정에서 갑곶돈대까지 강화나들길의 심도 역사문화길이 이어진다. <스캇>의 스포츠스터가 우리와 길을 함께 했다.
▲ 오르막이라고 무조건 기어를 낮추지 말고 “퇴로를 남겨두라”는 김진학 국장의 조언에 따르자 자전거 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 여름에는 장갑을 끼기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라이딩 도중 넘어질 경우 손을 바닥에 대므로 장갑 착용은 필수다.

▲ 트레일러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내리막에서 속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평지에서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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