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은 절대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벼락은 절대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6.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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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 Survival 낙뢰 대처법

7월29일 낮 12시쯤. 북한산 용혈봉(581m) 정상에 벼락이 내리쳤다. 정상에 있던 4명의 등산객들은 10억 볼트에 육박하는 엄청난 에너지의 공격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불행은 용혈봉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 수락산에서도 등산객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벼락으로 사망할 확률은 60만분의 1. 그러나 올 여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벼락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 돼버렸다.

양전하와 음전하의 마찰로 전기 발생

여름철에는 유난히 낙뢰가 자주 발생한다. 낙뢰, 즉 벼락은 번개와 다르다. 번개는 대기 중에 발생하는 방전현상이며 벼락은 공중전기의 대지방전현상이다. 쉽게 말하자면 번개는 땅으로 떨어지지 않지만 벼락은 지면으로 직접 떨어져 더 위험하다. 북한산과 수락산에서 일어난 사고도 낙뢰로 인한 재해다.

한 지역이 갑자기 더워지면 수증기가 적란 모양의 구름을 만들면서 물방울이 발생한다. 이때 구름 위쪽은 양전하(+)로, 구름 아래쪽은 음전하(─)로 분리되면서 마찰이 생겨 전기가 발생하는데 이 현상이 벼락이다.
벼락의 온도는 태양 표면의 5배에 해당하는 섭씨 3만도에 육박해, 사람이 벼락을 직접 맞았을 경우 화상과 내장 파괴 등의 상해를 입게 되며 호흡 중단이나 중추신경 마비, 신장 장애, 과열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산봉우리, 바위, 나무 옆은 낙뢰 발생 빈도 놓아

야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낙뢰 위험도 그만큼 더 늘고 있다. 특히 등산, 골프, 낚시 등을 즐기는 사람들은 낙뢰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이런 조짐이 보이면 즉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벼락은 높은 곳에 떨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산봉우리나 능선은 위험하다.

특히 나무가 거의 없는 능선 위에 서 있는 것은 낙뢰가 오길 기다리는 행위나 같다.

높은 나무 밑이 위험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무에 떨어진 벼락은 줄기를 따라 땅속으로 흐르기 때문에 나무 옆에 사람이 있으면 전류가 나무줄기를 타고 인체에 옮기 쉽다. 숲 속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벼락은 보통 비와 함께 출몰하기 때문에 바닥에 고인 빗물을 따라 인체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지대도 반드시 피해야하는 장소다. 벼락이 바위에 떨어지면 전류가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바위 표면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바위 위에 서있으면 감전되기 쉽다. 특히 골프장은 더 위험하다. 넓은 잔디 위에 서있는 사람의 몸이 표적이 되는 데다 골프채가 피뢰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이나 차 안, 움푹 들어간 지대가 안전

뇌성이 요란할 때만 벼락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 벼락은 10km의 거리를 한순간에 달린다. 때문에 날씨가 개어 있을 때도 먼 곳에 소나기구름이 있다면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다.

먼 곳에서 ‘우르르 쾅쾅’하는 뇌성이 들리면 이미 낙뢰의 사정거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낙뢰가 발생했을 때 가장 안전한 것은 건물 내에서 나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야외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차 안이라면 시동을 끄고 낙뢰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산행 중 낙뢰의 조짐이 보이면 즉시 산행을 중단하고 가까운 산장으로 대피해야하며, 산장이 눈에 띄지 않을 때는 산 중턱이나 움푹 들어간 지대, 산사면이 그나마 안전하다.

나무 옆에 있으면 낙뢰가 나무로 내리쳤을 때 바닥으로 흡수돼 흐르는 2차 전류에 감전되기 쉽지만 나무 가지 끝에서 2m 이상 떨어져 나무 꼭대기를 45도 이상의 각도로 쳐다보는 범위 내에 자세를 낮추고 있으면 비교적 안전하다. 이 범위를 ‘보호범위’라고 한다.

철탑이나 송전선 주위도 ‘보호범위’가 된다. 100%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 밑에 있으면 벼락 맞을 걱정은 없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철탑에서 2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 번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산 용혈봉 사고는 나무 한 그루 없는 바위 봉우리 정상에서 사람이 피뢰침 역할을 하면서 발생했다.
 
그 후 전류가 바닥의 빗물을 타고 정상에 있던 나머지 3명에게 흘러 피해가 커졌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4명의 등산객들이 좁은 간격으로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벼락이 감지될 때는 되도록 간격을 넓게 유지하며 이동해야한다.

뾰족한 등산용 스틱과 우산도 주의해야한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벼락이 절연체에 더 잘 내리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벼락은 절연체, 비절연체를 구별하지 않고 높은 지대에 떨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등산용 스틱이나 우산은 항상 자신의 몸 보다 낮게 들고 이동해야한다.

벼락이 칠 때는 스틱을 절대 배낭에 꽂지 말고 손에 드는 것이 좋으며 우산은 쓰지 않아야 한다. 또 부피가 큰 대형 배낭은 등에 지지 말고 가슴에 안은 채 대피해야한다.

올해는 유난히 낙뢰로 인한 인명사고 소식이 많았다. 매년 100만 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는 벼락에 안전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날씨 정보를 아는 것이 필수다.

야외활동 계획이 있을 때는 반드시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뇌우예보가 있을 경우에는 다른 날로 계획을 미뤄 위험을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낙뢰대처법이다.

낙뢰 피해 예방 수칙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구름이 몰려올 때는 가까운 건물 내로 신속히 대피한다.
 차를 타고 가다 낙뢰를 만났을 때는 시동을 끄고 차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산에서는 암릉 지대와 능선, 정상을 피해 산사면으로 대피한다.
 골프나 낚시는 낙뢰의 표적이 되기 쉬우므로 절대 금해야한다.
 우산이나 스틱 등은 자기 몸보다 높이 들지 않는다. 
야외에서는 움푹 패인 지대나 동굴 안이 안전하다. 
나무 반경 2m 안은 2차 전류가 흐르는 위험 지대이므로 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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