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인명 구조, 휴머니스트 수퍼맨
목숨 건 인명 구조, 휴머니스트 수퍼맨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6.24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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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준 익스트림 라이더 등산학교 강사

 | 칭 | 찬 | 합 | 시 | 다 | 는 브랜드 업체 CEO가 추천한 아웃도어 업계 종사자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인을 소개하는 칼럼이다.

올여름 최악의 수해 참사로 아직까지도 전국이 들썩이는 요즘 각종 매스컴에 때아닌 수퍼맨이 나타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익스트림 라이더 등산학교의 등반 강사 김세준씨를 비롯해 등산전문가 8인이 수해 지역 주민 100명 이상을 구조해 현대판 영웅이 됐다. “할일을 했을 뿐인데요”라는 겸손의 미덕까지 갖춘 김세준씨는 한때 <캐신> 카탈로그 모델로 활동했을 정도로 수려한 외모와 다부진 몸을 가진 전문 등반인이다. 현재 등산학교의 강사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지의 암벽을 등반하고 있다. 이번 수해 지역에 이들이 방문한 이유도 오는 9월말 중국 원정을 가기 위한 훈련 때문. 다행히 훈련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어 인근 주민들을 구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았기 때문에 같이 간 동료들 가운데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가족들에게 마지막 전화를 하기도 했다.

이번 참사가 일어난 강원도 인제군 한계3리는 도로 옆 개천이 잔잔히 흐르던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 밤새 폭우가 내리면서 좁은 폭으로 흐르던 개천이 범람, 마을 총 30채의 가구 중 26채를 쓸어 내리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수마로 급변했다. 마을 개천의 폭이 원래 폭의 10배가 넘게 불어나면서 인근에서 가장 높은 곳의 이층집으로 몸을 피신해 있던 김세준씨는 4~5시간이 지나 물이 조금 빠진 틈을 이용해 각종 장비와 로프로 탈출을 시도했다. 김세준씨가 있던 장소로부터 안전지대까지는 50m가 넘는 위험 지역. 붕괴된 집들과 차들이 떠내려 오는 위험한 상황에서 김세준씨는 장비를 갖추고 동료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했다. 마을의 모습은 참담했다. 여기 저기 몸을 간신히 피신한 주민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김세준씨는 동료들과 함께 주민들을 구출해내기 시작했다. 한 두 명씩 구해주다 보니 어느덧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조, 장장 8시간이 넘는 사투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등반전문가 8인의 활약에 감격한 주민들은 그들을 ‘수퍼맨’이라고 불렀다. 죽음을 생각하고 있던 상황에서 어디선가 로프를 꺼내 들고 줄을 타고 와서 사람들을 구출하는 이들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수퍼맨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김세준씨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넓어진 개천의 폭을 사이에 두고 119 구조대도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세준씨와 동료들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100여명의 주민들 중 외부로 나가길 희망하는 50여명의 사람들을 일일이 로프로 옮기고 최후에 자신들이 빠져나가면서 슈퍼맨의 활약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일을 한 것뿐이다. 자신들보다 우리를 더 아껴주시던 주민들의 그 따뜻한 민심을 잊을 수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많이 배웠다”는 김세준씨의 겸손함은 이번 선행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아 따뜻했다. 김세준씨와 동료들은 이번 선행이 잊혀지길 바랐다고 한다. 이런 마음과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들이 세상에 알려져 칭찬받길 원하는 주민들의 마음은 다른 것. 주민 중 한 분이 이들의 선행을 매체에 알리게 되면서 수퍼맨의 활약이 세간에 알려졌다.

김세준씨가 소속된 익스트림 등산학교 홈페이지에는 요즘 수퍼맨 선행을 칭찬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하루에도 수 백 건씩 올라오는 격려의 메시지를 오히려 수줍어하는 김세준씨의 모습에서 이번 선행을 베푼 인품이 느껴졌다. 수마가 할퀴고 간 척박한 땅에 훈훈한 칭찬이 오고 갈 수 있었던 것은 현대판 수퍼맨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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