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 왜 불안해 하는가?
국내 브랜드, 왜 불안해 하는가?
  • 글·장재영 편집장
  • 승인 2011.06.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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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일본 오사카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무슈〉와 〈이수카〉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 두 업체를 찾았다. 두 회사 모두 일본 중견 아웃도어 브랜드 기업으로 40여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지닌 곳이었다. 〈무슈〉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겨냥해 아웃도어 의류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며 〈이수카〉는 지난 40년간 침낭을 비롯해 매트리스 장갑 스패츠 등을 만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현재는 2세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일본인 기업들로 모두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100억원 내외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중소 업체다. 

가장 놀란 것은 두 회사 모두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는 물론 상품 개발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30대 초반의 젊은 사장들이 경영을 하면서도 결코 한눈 팔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오사카의 유명한 장비점에서 가장 중앙에 세계적인 브랜드 업체들과 경쟁하면서도 상품을 팔수 있었고, 〈이수카〉 역시 침낭 코너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전시하는 등 미국과 유럽의 해외 브랜드 앞에서도 결코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결론은 자신감이었고 전문성에 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소비자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 대신에 〈무슈〉와 〈이수카〉를 찾게 된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 우수한 품질 그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드는 지혜가 바로 일본 중견 아웃도어 업체들의 성공 비결이었다. 

최근 밀려오는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들의 공세에 맞춰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국내 브랜드 업체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이 줄어서 부진해 보이기 보다는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모습처럼 보인다. 심지어 모 업체는 할인점 혹은 홈쇼핑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은 “아웃도어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 말을 분석해 보면 지난 몇 년간의 호황에 비해 현재는 그다지 매출이 좋지 못하고, 마진도 높지 않고,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기업은 결코 경기에 좌우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경기가 좋아서 기업하기가 수월하고, 경기가 나빠서 기업하기가 나빠진다면 기업이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지난 10년이 넘는 오랜 경기 불황을 넘긴 일본 기업들은 하나도 살아 남을 수 없어야 할 것 아닌가? 

이젠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은 냉정해져야 할 시기다. 매년 매출을 늘리기 위한 중압감은 없는지? 아니면 기존 전문점 유통망의 한계 때문에 할인점 또는 홈쇼핑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는 않는지? 아니면 사업 부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다. 외부 환경 탓을 하기 전에 자사 브랜드를 왜 소비자들이 외면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자는 정직하다. 상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다면 고객도 브랜드를 외면하지 않는다. 브랜드 성공 여부는 바로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운영자들의 몫이다. 일본의 중견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들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웃도어  편집장  장 재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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