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벨 VS 블랙다이아몬드
그리벨 VS 블랙다이아몬드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6.27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RAND VS BRAND

알피니즘의 역사와 궤도를 함께 한 암·빙벽 장비의 발전은 철저한 장인정신과 기술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목숨을 담보로 극한의 어려움을 뛰어넘는 산악인들에게 장비는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장비의 발전과 역사를 같이 한 두 브랜드가 있다. 유럽의 대표 브랜드 <그리벨>과 미국의 대표 브랜드 <블랙다이아몬드>. 암·빙벽 장비의 신화로 우뚝 선 두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그리벨 | 200년 전통의 빙벽장비 명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꾸르마이어(Courmayeur)에서 탄생한 <그리벨>은 대대로 농기구를 만들던 대장장이 집안 그리벨가(家)가 1818년 클러이머들의 주문에 따라 장비를 제작하면서 시작된다.

몽블랑 남쪽 산록마을에 위치한 <그리벨> 본사는 빙벽장비를 만들기 최적의 환경이었다.

끊임없는 필드테스트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알프스라는 환경은 최고의 필드테스트지였던 것이다.

이런 환경 덕분에 <그리벨>은 1909년 산악인 에켄스타인과 함께 알피니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10발짜리 크램폰(아이젠)을 만들어냈으며, 1929년에는 프런트포인트가 달린 현대적인 크램폰을 제작해 최고의 빙벽장비 명가로 인정받게 된다.

그 이후에도 최초로 크로몰리 합금을 사용해 전보다 훨씬 가볍고 얇으면서도 강한 크램폰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크램폰은 세계 3대 고봉인 에베레스트·K2·칸첸중가 등정에 사용된다.

<그리벨>은 1900년대 중반 이후 다소 침체기를 맞았지만, 1982년 현재의 사장인 요하키노 고비(Gioachino Gobbi)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전략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전통적인 방식만을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좀 더 현대적인 기술력과 디자인을 제품에 접목시킨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1986년에는 구부러진 샤프트 피켈인 ‘람보 아이스액스’를 선보인다.

이렇게 최초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그리벨>은 창의적인 기술력으로 빙벽 장비의 역사를 여러 번 고쳐 썼다.

특히 <그리벨>의 열단조 기술(Hot Drop Forging)은 고대부터 명검을 만들던 방식으로 쇠안에 불규칙하게 분산된 분자의 배열을 일정한 방향으로 재배열해 특정한 온도로 가열하고 두드려 힘을 가한 후 열처리해 그 특성을 영구히 유지시키는 독특한 금속 가공 방법이다.
 
주조 과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지만 기존의 제품들보다 내구성이 훨씬 강하고 가벼워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리벨>은 다양한 후원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리벨>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특히 1991년부터 매년 가장 주목할 만한 알파인 등반을 한 클라이머와 팀에게 황금피켈상을 후원하며 빙벽 장비 명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알프스라는 대자연을 필드 삼아 항상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그리벨>. 장엄한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여기며 <그리벨>은 오늘도 여전히 진화중이다.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브랜드 | 블랙다이아몬드


한국 클라이머들의 성지, 북한산 인수봉에는 취나드 코스가 있다.

거대한 크랙으로 이루어진 길은 최고 난이도가 5.10b로 1년 이상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등반이 가능한 코스다. 이 코스를 개척한 사람은 미국의 유명한 산악인 이본 취나드(Yvon Chouinard)다.

이본 취나드 하면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떠올리지만, 최고 성능의 암벽 장비를 만들어내는 <블랙다이아몬드> 역시 그가 만든 브랜드다.

어린 시절부터 산을 쏘다니기 좋아하던 취나드는 10대 시절 이미 요세미티에서 암벽등반을 시작한다.

1950년대, 제대로 된 장비가 없던 시절 취나드는 손수 장비를 만들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하던 장비가 바로 피톤이다.

직접 만든 피톤이 동료 등반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자 그는 자신이 만든 장비를 팔기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취나드는 불티나게 팔리던 피톤 생산을 중지한다. 강철로 만든 피톤이 바위에 손상을 줄 수 있어 환경을 파괴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후 취나드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안전한 등반장비를 만들기 시작한다.

암벽장비의 안전성은 목숨과 직결된다. 잘못된 장비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 암벽등반이기 때문이다.

취나드는 자신이 만든 장비를 현장에서 직접 사용해가며 단점을 보완해 안전하고 기능적인 장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환경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장비로 이후 전 세계 클라이머들이 선호하는 <블랙다이아몬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본 취나드가 개발한 수많은 장비들은 클라이머들의 등반에 많은 도움을 준다. 1959년에는 취나드 카라비너를 제조했고, 68년에는 크램폰을 만들었다.

71년에는 헥센트릭과 스토퍼를 개발해 클린 등반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으며, 87년에는 캐머롯을 만들어 등반중 바위 손상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이후 1989년 취나드 이큅먼트는 클라이밍과 스키에 대한 열정을 가진 회사 블랙다이아몬드로 전환한다.

그리고 미국의 클라이밍 시장을 장악한 <블랙다이아몬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1996년 유럽법인을 설립했으며, 급기야 2004년에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블랙다이아몬드 중국 법인을 세워 글로벌 경영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블랙다이아몬드>는 새로운 도전을 겁내지 않는 브랜드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스키와 부츠까지 만들어내며 전세계 아웃도어인들에게 사랑받는 전천후 브랜드로 우뚝 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