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봄나들이
느긋하게 봄나들이
  • 고아라
  • 승인 2024.03.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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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봄꽃 명소

꽃만큼이나 북적이는 인파에 발걸음이 망설여진다면 주목. 만개한 봄꽃 사이로 여유로운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국내 봄꽃 명소를 꼽았다.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장하나


거창 덕천서원
망덕산 아래 깊은 골짜기,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덕천서원에도 벚꽃이 만발했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벚꽃 명소는 아니지만 거창 주민들에게 이곳은 봄이 시작되는 곳이자 봄맞이 명소다. 덕천서원은 1979년 영천 이 씨의 후손인 이학두가 선조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부지 크기가 3만3천m2에 달한다. 경내에는 정면 4칸, 측면 1칸 규모의 서원 건물을 비롯해 정면 3칸, 측면 2칸의 덕산정, 팔각정, 관리사 등이 있다. 벚꽃 시즌 이면 어김없이 돌다리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이국적인 생김새의 다리 하나가 얕은 천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다리 위를 터널처럼 뒤덮은 벚꽃 덕에 SNS 성지로 꼽힌다. 꽃이 만개하다 못해 물 아래로 떨어지는 3월 말이면 다리 위와 물 위에 벚꽃이 가득해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서원 내에는 아담하지만 봄 풍경이 아름다운 연못도 있으니 놓치지 말자. 덕천서원의 벚꽃은 3월 말에 피지만 조금 이르게 방문해도 좋다. 벚꽃이 피기 전, 동백꽃과 목련이 서원 전체를 울긋불긋하게 물들이기 때문. 벚꽃보다 크기도 커 어떻게 찍어도 명사진이 된다.
경남 거창군 거창읍 장팔길 594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김지호


남산골 한옥마을
벚꽃 시즌이면 서울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필동에 자리한 한옥마을은 조금 나은 편이다. 근처에 벚꽃 명소로 유명한 남산공원이 있기 때문. 여의도 윤중로나 석촌호수처럼 벚꽃나무 자체가 많진 않지만 한옥과 연못이 벚꽃과 어우러져 남산골 한옥 마을만의 독특하고도 고즈넉한 풍경을 뽐낸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에서나 볼법한 봄 풍경을 서울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1998년에 옛 가옥을 복원해 조성한 마을로 5동의 한옥, 전통 정원, 연못 청학지 등을 품고 있다. 돌담길을 거닐며 기와지붕 위로 흐드러진 벚꽃을 구경하다 고풍스러운 정자에 앉아 전통 조경 양식으로 조성된 정원을 내려다보자. 자연이 입은 봄의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남산골 한옥마을은 즐길 거리도 다채로워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5채의 한옥에서 각각 한복 입기, 한지 접기, 한글 쓰기, 전통차 마시기 등 한국 전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야외에서 혼례가 치러지기도 해 한국 전통 혼례를 두 눈으로 직접 구경할 수도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34길 28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김흥만



경주 대릉원
경주의 벚꽃 명소하면 경주보문단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유명한 만큼 북적이는 인파를 피하기 힘들다. 화려한 벚꽃 풍경도 좋지만 소중한 사람과 여유롭게 벚꽃 구경을 즐기고 싶다면 대릉원을 추천한다. 벚꽃축제가 한창인 대릉원 돌담길을 지나면 일순간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유려한 능선으로 이어진 봉분 사이로 연분홍빛 잎을 흩날리는 나무들이 손을 흔드는 대릉원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덕에 이미 벚꽃 명소로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대지가 워낙 넓고 경주 내 다른 벚꽃 명소들보단 인파가 덜해 충분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대릉원은 40ha에 달하는 부지에 23기의 봉분들이 아담하게 솟아 있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경주 명소지만 봄이면 부드러운 곡선의 봉분들이 초록빛 잔디와 흐드러진 벚꽃 이불을 덮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 인기가 많다. 여기에 따스한 주홍빛 노을이 더해지면 한없이 평화로운 대릉원을 만끽할 수 있다.
경북 경주시 황남동 31-1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이범수


서귀포 녹산로 유채꽃도로
서귀포 가시리마을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도로, 녹산로가 있다. 해마다 봄이 오면 10km 구간의 도로 양옆에 노란 유채꽃이 만개해 봄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풍성하게 피어오른 꽃 사이를 달리다 보면 어느 방향이든 좋은 곳에 닿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4월이면 유채꽃과 벚꽃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 과거 이 녹산로는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이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관통하는 길이었다. 당시 제주는 우리나라의 대표 목장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녹산로가 있는 가시리마을에서 왕이 타는 ‘어승마’를 비롯한 나라의 말들을 키웠다고. 덕분에 녹산로 길목에는 조랑말 박물관을 비롯해 승마장, 조형물 등 말과 관련된 볼거리가 가득하다. 또한 근처에 따라비 오름, 큰사슴이 오름 등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여럿 있어 함께 즐기기도 좋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김지혜


진안 마이산
전국에서 가장 늦은 벚꽃이 핀다는 마이산.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탓에 벚꽃 시즌을 놓쳤다면 서둘러 마이산으로 달려가자. 근처에만 가도 저 멀리 나란히 솟은 두 암봉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왼쪽 암마이봉은 687.4m, 오른쪽 숫마이봉은 681.1m로 사면에 울퉁불퉁한 구멍의 타포니(암석 입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형성된 풍화 구조)가 있어 예로부터 영산으로 여겨졌다. 마이산 입구로 들어서면 타포니와 함께 거대한 돌탑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크기의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하나하나 쌓여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탑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탁 트인 호수와 호수 전체를 감싸듯 만개한 벚꽃이 진풍경을 펼쳐낸다. 호숫가에는 나무 데크가 이어져 있어 유유자적 벚꽃 속을 산책하듯 거닐 수 있다. 마이산 벚꽃길은 ‘숨은 벚꽃 명소’로 꼽히며 〈내 딸 서영이〉, 〈남자가 사랑할 때〉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잔잔한 호수에서는 오리 배를 타고 분홍빛으로 물든 마이산을 둘러볼 수도 있다.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745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허은선


울산 무거천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울산에는 무거천이 있다. 맑은 물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는 울산 주민들의 쉼터이자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봄이면 산책로를 따라 만개한 벚꽃이 자연 터널을 만들어내 가볍게 봄나들이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벚꽃 시즌에는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 트럭과 커피 트럭 등 노점상이 들어서 간단한 요기나 커피 한 잔을 곁들이기도 좋다. 사실 무거천은 과거 심각한 오염을 앓았던 적이 있다. 경관 특화사업 이후 도심 속 자연 산책로로 탈바꿈하면서 주민들은 물론 여행자들까지 찾아오는 명소로 거듭난 것. 지금은 울창한 나무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냇물, 고즈넉한 돌담이 울산 남구의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특히 옥천 3교 아래에는 깊은 산중의 폭포를 꼭 닮은 미니 폭포가 있어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탁 트인다. 인근 회사원이나 아파트 주민들은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포근한 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
울산 남구 무거동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박성근


창원 여좌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축제를 꼽자면 진해군항제가 아닐까. 진해군항제의 메인 스폿인 경화역을 방문하기 전에 진해역 근처에 자리한 여좌천을 찾아가 보자. 진해의 아름답고 풍성한 벚꽃이 하천을 중심에 두고 터널을 이뤄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봄바람이 스칠 때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비는 마치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여좌천의 하이라이트는 ‘여좌천 로망스다리’. 2002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로망스〉의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명소다. 하천 양옆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연결하는 다리인데, 매년 3~4월이면 만발한 벚꽃에 둘러싸여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어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이 다리 위에서 고백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여좌천 옆으로 펼쳐진 약 1.5km의 데크는 양옆은 물론 하늘까지 풍성한 벚꽃으로 뒤덮여 산책을 하는 내 내 꽃 속에 파묻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연인과 가족들이 찾아오는 명소이니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찾으면 비교적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해가 지고 나면 조명에 형형색색의 빛이 들어와 색다른 벚꽃 풍경을 뽐낸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217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이준혁


함안 말이산고분군
매년 봄이면 SNS를 뜨겁게 달구는 주인공이 있다. 평온한 언덕 위, 홀로 만개한 벚꽃을 이고 있는 ‘나홀로벚나무’가 바로 그것. 경상남도 함안에는 진해나 하동처럼 온 마을을 물들일 만큼 많은 벚꽃은 없지만, 이 나홀로벚나무 하나로 ‘숨은 벚꽃 명소’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벚나무 옆에 단짝 친구처럼 놓인 벤치에 앉아 넓고 푸른 잔디밭, 주홍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하늘, 포근한 이불처럼 펼쳐진 벚꽃을 한 프레임에 담아 찍는 기념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사실 나홀로벚나무가 우뚝 서있는 곳은 단순한 언덕이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를 추진 중인 함안의 가야고분군인 말이산고분군이다. 금관가야와 더불어 가야 문화를 대표하는 아라가야의 유적인 것. 해발 68m의 말이산 구릉 에 조성된 말이산고분군은 5~6세기에 만들어진 113기에 무덤들이 자리하고 있어 경주의 고분군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야외 박물관이다. 말이산고분군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함안박물관을 거쳐 오르는 것. 이름도 생소한 아라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박물관에서 쉽게 배우고 이해한 후 말이산고분군을 마주하면 감동은 배가 된다.
경남 함안군 가야읍 고분길 1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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