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커피하우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
  • 신은정 | 자료 제공 비엔나관광청(vienna.info)
  • 승인 2024.03.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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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는 창작이 피어나는 생산적인 공간이자, 사교계의 중심지였다. 역사와 함께 흘러온 커피하우스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Café Hawelka ©Julius Hirtzberger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세월을 거치며 변화를 거듭했지만,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유는 여전히 그대로다. 사람들은 철학을 즐기거나, 명상하거나, 신문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체스를 하거나, 친구들과 또는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를 나누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물론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기 위해서도.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스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어제의 세계〉에서 쓴 대로, 커피하우스는 여전히 “커피를 저렴하 게 마실 수 있는 민주 클럽이며, 작은 금액으로 모든 손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토론하고, 글을 쓰고, 카드 게임을 하고, 우편을 받고, 무엇보다도 몇 시간 동안 끝없이 신문과 잡지를 소비할 수 있다.” 이처럼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는 맛있는 멜란지Melange 커피와 신선한 구겔호프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계층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Café Landtmann ©Christian Stemper

Café Hawelka ©Julius Hirtzberger


비엔나 커피하우스의 역사는 길다. 1685년 처음 생겨난 이후 1700 년대부터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초의 기록은 지금의 로텐투름거리Rotenturmstrasse 14번에 위치한 곳에 있던 카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은 1685년에 알바니아 출신인 요한 디오다토Johann Diodato가 문을 열었으며, 오늘날 이 주소는 다니엘 모저 카페Café Daniel Moser의 본거지다. 2011년에는 비엔나의 커피하우스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 목록에 등록됐다. 공식 보고서에는 “커피하우스는 손님들이 시간과 공간을 소비하는 곳이지만, 청구서에는 커피만 표시된다”라고 적혀있다. 이 내용은 전통적인 비엔나 커피하우스의 역할을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비엔나에는 우아한 전통 카페부터 스탠딩 룸만 있는 간단한 비스트로, 그리고 넓은 레스토랑 카페부터 아늑한 제과점 카페까지 2천 개가 넘는 다양한 커피하우스가 있다. 클래식한 커피하우스에서는 웨이터들이 여전히 검은 옷을 입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목재 바닥, 대리석 테이블, 간단한 토넷 의자 및 고급 벤치 시트 등 인테리어도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정 그룹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커피하우스도 있다. 부처의 공무원들은 게오르크-코크-플라츠 Georg-Coch-Platz의 카페 미니스테리움Café Ministerium에, 예술계 학생들은 스튜벤링Stubenring에 있는 프뤼켈Prückel에, 정치인들은 우니버시타츠링Universitätsring의 란트만Landtmann으로 간다.

Café Museum ©Christian Stemper

Café Central ©Christian Stemper



사교계의 중심지이자, 창작의 터
커피하우스는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자, 창작이 피어나는 생산적인 공간이었다. 비엔나 사람들은 이곳에서 만나고 대화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제1 지구 헤렌가세에 위치한 카페 센트럴Café Central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은 시인 피터 알텐베르크다. 20세기 초반에 이곳은 알텐 베르크의 우편 주소이자 그가 스타민치쉬(정기회의)를 가졌던 장소였다. 여기서 그는 모더니즘 건축가 중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아돌프 로스Adolf Loos와 그의 아내 리나, 배우이자 수필가인 에곤 프리델Egon Friedell, 작가 알프레드 폴가르Alfred Polgar와 만나곤 했다. 현재 카페 센트럴의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근사하다. 평일에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인기 있으며, 주말에는 방문객들이 시를 즐기고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만끽한다.
문화 예술적 이미지를 가진 카페 하벨카Café Hawelka도 제1 지구에 위치해 있다. 그 역사는 전쟁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작가, 예술가 및 지식인들이 카페 하벨카를 자주 찾았고, 이곳은 반부르주아 민족주의 예술가 운동의 본거지가 되었다. 다수의 문학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였는데, 비엔나 그룹Vienna Group의 구성원들인 H.C. 아트만H.C. Artmann, 콘라트 바이어Konrad Bayer, 게르하르트 뤼엠Gerhard Rühm, 오스발트 비너Oswald Wiener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 시절 이후에도 하벨카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화덕에서 만든 맛있는 부흐텐Buchteln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부흐텐은 보헤미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도넛&브리오슈로, 일반적으로 블루베리 잼으로 가득 차 있다.
20세기 초반 비엔나의 주요 인물들이자,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예술인이 된 많은 이가 1899년에 나슈마르트Naschmarkt와 체제시온Secession building 옆에 위치한 프라임 지역에 문을 연 카페 뮤지엄Café Museum을 자주 찾았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시카, 요셉 로스, 칼 크라우스, 게오르크 트랙, 엘리아스 카네티, 헤르만 브로흐, 로버트 뮤질, 레오 페루츠, 알반 베르크, 프란츠 레하르, 오스카 슈트라우스, 오토 바그너 등이다. 정기 고객이기도 했던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이곳의 간결한 인테리어를 만들었다. 도시의 화려함과 반대로 장식을 배제하고 절제된 미학적 요소를 제공해 ‘카페 니힐리즘Café Nihilism’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1931년에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의 제자인 요제프 조티Josef Zotti에 의해 리모델링됐다. 여러 차례 폐쇄되고 다시 디자인되다가, 2010년 요제프 조티의 디자인 콘셉트를 복원해 다시 오픈했다.

Demel, Mehlspeisen ©Julius Hirtzberger

Demel, Buchteln ©Julius Hirtzberger



커피하우스에 찾아온 변화
링스트라세 블르바르드Ringstrasse Boulevard에는 전통적인 비엔나 커피하우스가 27개나 있었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많은 커피하우스가 문을 닫았다. 지금은 몇 곳만이 살아남았다. 케른트너 링Kärntner Ring의 슈바르첸베르크Schwarzenberg와 유니버시탯스 링Universitätsring의 란트만Landtmann 같이 전성기 때처럼 복원된 곳도 있으며, 어떤 곳들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통과 더불어 최신 커피 트렌드도 이 도시에 자리 잡았다. 지속 가능성, 천연 순수성, 공정 무역, 직접 무역, 다양한 맛과 향, 자체 로스팅, 콜드 브루부터 드립 필터까지 새롭고 다양한 방식이 커피하우스를 변화시켰다.
그 중 한 곳은 4구에 위치한 페이보리텐슈트라세Favoritenstrasse에 있는 카페파브릭Kaffeefabrik이다. 작지만 독특하게 장식된 가게는 전 세계의 다양한 원두를 사용하여 자사 로스터리에서 로스팅 한 제품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한다. 케니흐스클로스터가세Königsklostergasse에 위치한 아크랩 에스프레소바Akrap Espressobar도 자체 로스터리를 보유하고 있다. 카페인이 가득한 트리플 샷을 비롯해 다양한 커피를 제공한다. POCPeople On Caffeine는 8구에 있는 교회의 날개 안에 위치한 유니크 한 장소에 가게를 오픈했다. 여기서는 고전적인 에스프레소 머신이 나 옛날식 드립 필터를 사용해 만든 커피를 역사적인 아치형 천장 아래에서 즐길 수 있다.
비엔나에서는 커피를 달콤한 빵과 함께 즐기곤 한다. 덕분에 자체 카페를 운영하는 빵집과 제과점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다Aida는 전통적인 비엔나 카페-콘디토라이(카페-제과점)의 상징적인 체인으로, 도시 전역에 30개 넘게 자리하고 있다. 분홍색으로 꾸며진 실내에서는 케이크, 페이스트리, 크루아상, 슈트뒬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최고의 베이커리 제품과 디저트는 쿠르콘디토라이 오베를라Kurkonditorei Oberlaa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자체 로고를 가진 자허Sacher와 데멜Demel의 전설적인 제품 또한 선택 사항이다. 비엔나의 일반적인 커피하우스도 다양하고 달콤한 디저트를 제공한다.

Café Schwarzenberg ©Julius Hirtzberger



비엔나에는 다양한 전통 커피 메뉴가 있다. 슈바르처Schwarzer 또는 모카Mokka는 우유가 없는 진한 커피로 에스프레소와 같으며, 벌렌거터Verlängerter는 뜨거운 물로 양을 늘리는 블랙커피로 우리가 흔히 아는 아메리카노다. 크로셔 브라우너grosser Brauner 또는 클라이너 브라우너kleiner Brauner는 소량의 크림이나 우유가 들어간 커피이며, 멜란지Melange는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뜨거운 우유와 에스프레소를 섞고 우유 거품을 얹은 것이다. 슈바르처에 휘핑크림을 얹으면 아인슈페너Einspanner, 멜란지에 휘핑 크림을 얹으면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가 된다. 럼이 들어간 유리컵에 모카를 넣은 피아커Fiaker도 있다.
비엔나에는 커피와 관련된 독특한 전통이 있다. 커피하우스 소유자들의 축제인 커피하우스 오너스 밸(www.kaffeesiederball.at)이다. 전통적이고 혁신적인 커피하우스를 대표하는 비엔나 커피하우스 오너스 클럽이 주최하며, 매년 약 6천 명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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