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카의 성공 비결
호카의 성공 비결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4.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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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식 조이웍스 부사장・본부장

러닝 및 트레일러닝 슈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호카부터 백패커 사이에서 워너비 브랜드로 각광 받는 사마야까지, 현재 한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브랜드들을 다수 취급하는 조이웍스의 장만식 부사장을 만나 사업 성공 비결과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조이웍스의 장만식입니다. 2002년부터 기획 및 생산 업무로 일을 시작해 컬럼비아, 디스커버리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에서 기획과 바잉 관련 업무로 경력을 쌓은 후 2019년부터 조이웍스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이웍스에서는 12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데, 저는 바잉팀 업무를 총괄중입니다.
조이웍스에서 유통하는 브랜드 중 볼륨이 가장 큰 것은 단연 호카이지만 세계적인 마라토너 킵초게의 시계로 알려진 스포츠 워치 브랜드 코로스COROS, 백패커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프리미엄 텐트 브랜드 사마야Samaya, 조이웍스의 시작부터 함께해 온 명품 다운 브랜드 발란드레valandre와 말라코프스키 MALACHOWSKI, 전 세계적으로 러닝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슈즈 브랜드 노다norda, 의류 브랜드 디스트릭 비전District Vision 등 다양한 브랜드들을 유통하며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패션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아웃오브올OUT OF ALL이라는 편집숍을 운영하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편집숍과 동일한 이름의 아웃오브올 브랜드를 제작해 PB 제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후로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이 큰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호카의 경우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합니다.
힘든 기간이었지만 스포츠 업계는 위기가 기회가 되는 시기였습니다. 특히 아웃도어 업계는 더욱 그랬죠. 호카의 DNA가 트레일러닝과 하이킹이다 보니 급격하게 성장이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여럿이 모이는 것을 꺼려하고, 혼자 즐기는 활동이 늘어나면서 호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도 크게 늘어났죠.
코로나19 기간 동안 호카는 사업의 볼륨을 확장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죠.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에 1호 매장을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유통에서는 조이웍스와 꾸준하게 관계를 맺어왔던 전문점과의 관계를 더욱 확고하게 하면서 호카의 강점을 살려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전문점의 장점이 서서히 효과를 보이면서 호카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러닝화는 브랜드 충성도나 사용자들의 기준이 높은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호카는 2009년에 론칭했으니 러닝화 시장을 이미 선점하고 있던 리딩 브랜드에 비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호카는 트레일러닝으로 시작한 브랜드이다 보니 거친 산에서 편안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사용자의 발목과 무릎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죠. 그 결과 벌키한 형태가 만들어졌어요. 극한의 환경에서도 즐겁고 편안하게 활동하는 것이 모토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고, 기존의 제품보다 뛰어난 부분이 많았습니다.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자 좋은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초창기에는 마니아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문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평균적인 신발의 단가도 호카가 비싼 편이었죠. 처음엔 의아하게 바라보던 마니아나 전문가들도 차차 호카를 접해보고 테스트하면서 생각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카의 재구매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신발을 신었을 때 만족스러웠다는 결과니까요.




브랜드를 론칭할 당시 러닝화 시장은 미니멀한 디자인이 대세였습니다. 호카의 오버사이즈 미드솔은 어떻게 보면 무모할 것만 같은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당시 시장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이후 브랜드 성장 과정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호카가 처음 론칭한 것은 2009년입니다. 당시에 살로몬 출신의 니콜라스 메르무드Nicolas Mermoud와 장 루크 디아르Jean-Luc Diard에 의해 시작됐죠. 아무래도 개인들이 시작하다보니 호카는 처음부터 큰 규모의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역시 지금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았죠. 그러다 2014년 미국의 패 션 기업 데커스 그룹에 인수된 후 본격적으로 볼륨을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에 조이웍스에서 호카를 수입하면서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조이웍스는 국내 시장 진출을 등산화로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스테디셀러인 등산화 카하의 첫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많은 소비자들이 지금껏 ‘등산화는 신을수록 길들여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카하를 신어 본 후 편안함에 반할 수밖에 없었죠. 호카는 ‘처음부터 편안한 등산화를 만들겠다’ 는 역발상을 실현했고, 그것이 적중한 거죠. 이후 등산화로 시작된 인지도가 트레일러닝화로 옮겨갔고, 러닝화까지 이어지면서 호카의 대중화를 이뤄냈습니다.

현재 호카의 카테고리 비중은 어떠한지, 인기 제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호카의 카테고리는 크게 하이킹, 트레일러닝, 러닝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컬러별로 따지면 250여 개 아이템이 있죠. 현재는 러닝화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코로나19 이후 캠핑과 러닝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는데, 최근 캠핑은 점차 축소되는 반면 러닝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어요. 러닝 시장이 코로나19의 수혜를 가장 장기적으로 받는 업종인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수치로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러닝이 50%가량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러닝화 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트레일러닝 수요도 늘어나면서 트레일러닝화의 판매율도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가벼운 로드 러닝으로 시작한 러너들이 좀 더 높은 수준의 트레일러닝으로 전환하는 거죠. ‘호카의 러닝화가 편했으니 트레일러닝화도 믿고 신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비단 호카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반적인 러닝화 시장이 세분화됐습니다.
인기 있는 제품은 다양한 편입니다. 최근에는 등산용 샌들인 호파라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클리프톤, 아라히 등 주력 제품의 반응도 좋습니다. 카하나 스피드고 같은 클래식한 제품군도 스테디셀러 아이템입니다.



호카를 처음 신었을 때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편안한 쿠셔닝에 놀랐습니다. 편안함과 기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 같습니다. 호카가 제품을 만들 때 중시하는 점은 무엇인지, 어떤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제작하는지 궁금합니다.
호카의 시작은 산입니다. 거친 지형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구현하기 위한 신발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산에서 내려와 로드용 신발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었죠. 이미 기능은 차고 넘쳤기 때문에 편안하고 기능적인 러닝화를 잘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기능적인 부분에 보다 충실하기 위해서 디자인적으로도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게 됐죠.
결국은 즐거움이 중요합니다. 물론 장거리 러닝은 힘들죠. 하지만 데일리로 러닝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Fun’하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호카는 태생적으로 실험정신이 강한 브랜드입니다. 역발상으로 브랜드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사용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즐겁게, 편하게 달릴 수 있을지,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를 생각합니다.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의 피드백을 꾸준하게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단종된 제품들도 있어요. R&D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혁신적인, 실험적인 제품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호카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호카를 신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호카의 인기는 어떠한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시장에 호카가 첫 선을 보인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완만한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팬데믹 시기를 지나 2022년부터 2023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초반에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기반을 갖춰나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브랜드 성장에 큰 몫을 차지했죠. 어글리 슈즈의 인기도 도움이 됐습니다. 본디 모델의 경우 어글리 슈즈의 인기에 힘입어 초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파트너십도 고무적입니다. 어떤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는지, 또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호카가 퍼포먼스에 강한 브랜드이다 보니 전략적으로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신진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진행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기능적인 브랜드와도 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세티스파이가 그 예죠. 리테일과도 협업을 진행하는데, 미국의 패션 전문 편집숍인 보데가와 지난해 콜라보를 했습니다.
한국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과도 몇 해 전 협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향후에도 한국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성사시키고자 노력중입니다.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K-컬쳐에 대한 니즈가 크다 보니 곧 국내 브랜드와 호카의 협업도 만나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카의 2024년 계획 그리고 장기적인 전략이 궁금합니다.
2024년은 데커스 그룹이 호카를 인수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업의 장기적 관점에서 1단계를 지난 거죠. 그동안은 소비자에게 호카라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인지시키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대중화를 통해 브랜드 확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동안 호카가 기능성이 돋보이는 전문 브랜드였다면 앞으로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패션에 새롭게 접근하면서 대중이 보다 친숙하게 진입할 수 있는 분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마 올해가 획기적 변화의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데커스 그룹이 가는 방향과 조이웍스의 방향은 비슷합니다.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설명을 보다 세심하게 전하기 위해 직영점을 늘리려고 합니다. 현재 4곳의 직영점을 운영중인데, 연말까지 12곳으로 늘릴 계획이죠. 현재 호카는 신발이 메인이지만 올해는 라이프스타일의 비중도 좀 더 늘어납니다. 올해부터는 의류 비중을 보다 적극적으로 늘려나가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호카가 책임질 수 있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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