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웍스, 실용적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다
미니멀웍스, 실용적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다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4.0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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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길 ㈜제이디오 대표

유저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브랜드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2012년 론칭 이후 소규모 회사가 국내 캠핑씬을 이끄는 리딩 브랜드가 되기까지, 부침과 성장을 거듭한 미니멀웍스의 이야기를 ㈜제이디오 정병길 대표에게 들어봤다.




코로나19 이후 캠핑 시장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미니멀웍스는 어떤가요.
코로나19 시기에 캠핑 시장은 무척 호황이었습니다. 우리 브랜드도 무척 바쁜 시기였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캠핑 인구가 급증하면서 매출도 자연스레 성장했습니다. 2021년 도가 가장 피크였죠. 하지만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일상생활 이 점차 회복되면서 캠핑 수요가 빠지기 시작했어요. 캠핑에 서 여행이나 다른 취미생활로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간 거죠. 이런 연유로 미니멀웍스도 2022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줄었습니다. 2023년은 더 안 좋아졌어요. 생각보다 매출이 빠지 는 속도가 가팔라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겨울이다 보니 계절적 영향도 물론 있고요. 아무래도 추운 계절이라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었죠.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경기 영향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 경제 사정도 무척 나빠요. 아무래도 금리가 급증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쓸 돈이 없어요. 생활이 팍팍하니 캠핑 장비를 살 여유도 없는 거죠. 내수 시장이 이미 많이 침체된 상황이라 저희를 비롯한 많은 캠핑 브랜드들이 버티기에 돌입하는 시기입니다.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코로나19 시기에 캠핑 시장이 워낙 활황이다 보니 제품을 우후죽순 만들었는데, 그게 소진이 되지 않으면서 재고가 엄청 많이 쌓여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수주 물량이 거의 없어지고 재고 소진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죠. 올 한 해 재고를 어느 정도 소진하면 2025년부터는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고 보는 전망이 많은데, 국내 시장은 제 경험상 침체가 더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까운 일본 캠핑 시장도 안 좋긴 마찬가지입니다. 업무상 일본 출장을 자주 다니는데, 현지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2022년보다 2023년 매출이 30%가량 빠졌다고 하더군요. 많게는 50% 감소한 매장도 있어요. 유통업계에서도 재고가 어마 어마하다보니 2023년 발주가 거의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미니멀웍스는 창립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현재 상황이 무척 어렵지만 그간의 경험상 기업이 성장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에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10여 년간 어려운 시기도 많았지만 꾸준히 성장한 것 은 분명합니다. 일례로 2019년 40억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60억 원으로 늘어났죠. 5년 사이 4배 가까이 성장한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당분간 힘든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잘 버텨내면 반등의 시기가 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상황은 어렵지만 코로나19 시기에 일본 시장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고, 해외시장 개척을 조금씩 늘려나간 것도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캠핑 브랜드로서 미니멀웍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우리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미니멀웍스는 자연 휴양림 같다”고. 널찍한 캠핑장에서 하는 오토캠핑도 아닌, 오지에서 즐기는 백패킹도 아닌, 자연휴양림에서 만끽하는 캠핑의 느낌 같다고 해야 할까요. 미니멀웍스는 이름에 ‘미니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사이즈가 작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에요. 편리하고 경량화된 캠핑 장비라는 의미가 더 맞습니다. 미니멀웍스를 론칭한 취지는 캠핑하는 데 과도한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않고 싶어서죠. 무겁고 부피 큰 장비를 차에 바리바리 싣고 사이트를 꾸리는데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장비를 정리하는데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좀 더 편리하고 간편하게 캠핑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미니멀웍스가 탄생했어요.
미니멀웍스의 콘셉트는 명확합니다. 설치가 편리하고, 같은 용도의 장비라도 타 브랜드보다 가볍게 만든다. 또 예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도 디자인이 예쁘지 않으면 구매할 마음이 들지 않아요. 이 원칙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미니멀웍스가 놓치지 않고 구현하는 철학입니다. 어떤 소재가 내구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가벼운지, 좋은 소재를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죠.



미니멀웍스 의류도 몇 해 전 론칭했습니다.
제대로 라인업을 갖춰 선보인 건 지난해 S/S시즌부터였죠. 그런데 의류 사업은 쉽지 않더라고요. 미니멀웍스 장비와 의류 사이에 괴리가 있었죠.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반영하 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니멀웍스 의류는 캐주얼한 성향이 짙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타깃층이 너무 넓었죠. 의류는 미니멀웍스 사업의 중장기적 전략에 꼭 필 요한 라인업입니다. 올해부터는 좀 더 명확한 콘셉트를 잡아서 전개하려고 합니다. 기존에 미니멀웍스를 경험했던 유저들에게 집중해 그들을 붙잡기 위한 콘셉트를 잡으려고 해요. 20~40대 주 고객층을 타깃으로 기능적인 부분을 더 넣어서 아웃도어 환경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목표입니다.

유저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매년 고객 초청 캠프 아웃 행사를 진행하고 있죠.
행사를 시작한 계기는 고객에 대한 감사한 마음 때문이죠. 꾸준히 브랜드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 미니멀웍스 제품을 선물합니다. 250팀 정도 초청하는 대규모 행사다 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행사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선착순으로 참가자들을 모집했는데, 올해부터는 미니멀웍스 유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중입니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어려움도 많지만 참가한 캠퍼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캠프 아웃을 통해 캠퍼들이 서로 소통하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미니멀웍스 직원들도 유저들과의 교류를 통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직접 개발한 제품의 피드백도 얻을 수 있어서 고무적이죠.



국내 인기에 힘입어 해외진출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 9개국에 미니멀웍스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아르메니아죠. 반응이 가장 좋은 국가는 일본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일본 진출의 기회를 얻게 됐고, 좋은 반응으로 이어져 감사한 마음입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아웃도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과 일본의 캠퍼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또 선호하는 제품군도 궁금합니다.
과거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습니다. 일본의 캠퍼들은 무채색 계열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죠. 그런데 최근에는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SNS를 통해 전 세계가 빠르게 소통하다 보니 선호하는 디자인, 컬러 등이 비슷해졌어요. 한국 캠퍼들의 수준도 올라갔고요. 캠핑 환경에서는 아직 차이가 있죠. 사실 한국의 캠핑장들은 파쇄석이 많잖아요. 일본의 캠핑장은 잔디나 노지 사이트들이 많아요. 캠핑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캠핑장도 오래된 곳들이 많은데 그래서 더 자연친화적이죠. 한국에서는 전기 사용이 불가한 캠핑장이 별로 없지만, 일본에서는 전기를 사용하는 캠퍼들이 많지 않아요. 이런 것은 분명한 차이점이죠. 일본에서 인기 있는 미니멀웍스 아이템은 쉘터류입니다. 쉘터 G, 아고라 등이 인기죠. 아고라의 경우 벌써 10개 정도 카피 제품이 나오더라고요.

미니멀웍스 하면 엔보트 매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캠핑 트렌드를 이끄는 매장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NVoT는 New Vision On the Trail의 약자로 ‘길 위의 새로운 시선’이라는 의미입니다. 2019년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이후 수도권에 여러 매장을 줄지어 오픈하면서 캠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시작은 미니멀웍스 텐트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죠. 우리 텐트를 펼쳐서 전시해주는 매장이 없었어요.(웃음) 인도어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웃도어 장비들을 선보이고 있죠. 현재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캠핑 시장이 좋을 때는 적극적으로 매장을 확장했는데, 지난해부터 캠핑씬이 축소되면서 적자 매장을 몇 곳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엔보트는 편집숍입니다. 미니멀웍스 외에도 헬리녹스, MSR, 소토, 크레모아 등 다양한 캠핑 브랜드를 취급하죠. 우리는 엔보트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숍에서 벗어나 커뮤니티를 형성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남과 오산 매장에는 2층에 카페를 만들었어요. 올해에는 인천 매장에도 카페를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 해 캠핑에 관한 소통의 장을 형성하고, 다양한 캠핑 제품을 경험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매년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을 출시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지 궁금합니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다양한 만남과 경험을 통해 얻습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제가 내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저의 아이디어가 더 많은 것 같아요.(웃음) 제품을 사용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은 늘 기존 제품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유저들을 만나거나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질문을 합니다. 때로는 생산 공장 직원이 먼저 “이 제품은 미니멀웍스에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을 하기도 하죠. 해외출장 중 아웃도어 관계 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결국 얼마나 많은 소통을 하느냐가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겠네요. 사실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보다 브랜드 볼륨이 커지면서 제품을 개발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다보니 신제품을 개발할 때면 직원들이 주춤거리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하죠.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없으면 미니멀웍스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의 첫 반응이 좋지 않을 순 있지만 트렌드는 계속 변화하고, 유저들의 관심도 바뀌다보면 빛을 보지 못했던 제품이 뒤늦게 인기를 얻기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니멀웍스가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죠.
내년에도 출시를 앞둔 신제품들이 여럿입니다. 미리 밝힐 순 없지만 버너 3~4종, 텐트 3~4종, 퍼니쳐 류 등 여러 제품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편리하고, 가볍고, 예쁜 아이템들이 출시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의 미니멀웍스는 아시아에 국한돼 있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몇 년간 미주나 유럽 등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외 무대에서 우리 제품을 최대한 많이 선보이려고 합니다. 올해 2~3개의 해외 전시회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미니멀웍스를 시작할 때 우리 제품을 해외 캠퍼들이 사용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내수 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을 늘 엿보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죠. 앞으로도 미니멀웍스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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