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 시절의 오즈
그리운 그 시절의 오즈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4.0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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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히메현 소도시 오즈 大洲

작은 교토라 불리는 오즈. 전통 가옥이 이어지는 작은 마을에는 옛 기억이 골목골목 묻어 있다.


가류산장臥龍山荘
가류산장의 이름의 유래는 호라이산에서 시작된다. 가류산장 앞으로 흐르는 히자카와강 건너 호라이산은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 오즈번의 3대 번주 가토 야스츠네가 ‘가류(와룡臥龍)’라 명명했다. 에도시대에는 호라이산이 아닌 가류산이라 불렸고, 가류산을 조망할 수 있는 산장 역시 가류산장이라 이름 붙었다.
강과 산 등 가장 수려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가류산장은 고향을 그리워하던 한 무역상의 소원으로 태어났다. 메이지시대에 고베에서 목랍 수출로 성공한 무역상이었던 코우치 토라지로河内寅次郎는 여생을 고향인 오즈에서 보내고자 했다. 그는 거금을 들여 오즈에 산장을 짓기로 했고, 오즈의 대목수인 나카노 토라오中野寅雄를 중심으로 고베의 정원사 우에 토쿠植徳, 교토의 뛰어난 장인 등이 모여 가류산장이 탄생하게 된다. 토라지오 또한 재료와 장식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확인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1897년에 정원 정비부터 시작된 공사는 1900년에는 후로안, 1903년부터 가류인 건축을 시작하며 1907년에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코우치 토라지로는 이 아름다운 산장에서 막상 2년여 밖에 머물지 못하고 1909년 10월에 눈을 감았다.
가류산장에는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분코文庫, 가류인臥龍院, 후로안不老庵이 있다. 우뚝 솟은 분코를 지나면 가류인의 현관이 나온다. 가류인은 초가지붕으로 설계됐으며 방마다 기능적인 건축 기술은 물론 곳곳에 예술적인 감각까지 엿보인다. 해 질 녘의 공간을 표현한 카게츠 방은 박쥐 모양의 손잡이부터 달을 표현한 둥근 창문, 안개를 표현한 비스듬한 선반이 있다. 둥근 창문 뒤에는 코우치 토라지로의 위패를 둔 불간仏間이 있는데, 촛불을 켜면 둥근 창문으로 빛이 비쳐 달처럼 보인다. 통풍이 잘 되는 점을 고려해 천장을 높게 지어 더욱 시원하게 만든 세이스이 방이 있으며, 응접실인 잇시 방은 다다미를 올리면 가면 음악극 무대가 되고, 바닥 아래에 음향을 높이기 위한 비젠 항아리가 늘어져 있다.
정원으로 나와 욕실로 지어진 지시안을 지나면,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지어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다실, 후로안을 마주한다. 달빛을 반사해 방을 밝게 하기 위해서 천장을 대쪽으로 엮었으며, 건물 뒤편에서는 살아 있는 향나무가 처마를 받치고 있다.
〒795-0012 愛媛県大洲市大洲411-2
09:00~17:00(16:30 입장 마감)
+81893243759
garyusanso.jp


니포니아 호텔 오즈 성곽마을NIPPONIA HOTEL 大洲城下町
여느 시골 마을처럼 오즈 성곽마을에도 점점 사람들이 떠나며 빈 집이 늘어났다. 니포니아 호텔은 주인의 허락을 구한 빈집을 리모델링해 객실로 만들었는데, 중요한 가치는 ‘옛 민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건물과 마을의 역사를 존중하며 진행한 이 프로젝트로 일본식 민가의 다다미나 창문, 천장 등 기존의 빈티지한 멋은 살리면서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더했고, 올해까지 총 26개 동의 빈집이 객실로 재탄생했다. 실제로 방문한 호텔 객실들은 낡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침구나 욕실 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식으로 꾸며 편리하게 만들었고,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부분은 인테리어에 녹아들도록 남겨두었다. 빈집을 활용한 호텔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객실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으며,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객실도 있다. 니포니아 호텔은 마을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객실 덕분에 온 마을을 호텔의 부대시설로 사용하는 셈이다. 조식과 석식 포함 상품으로 예약할 경우 오즈 현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일본식 식사가 제공되는데, 저녁은 코스 요리로 준비되며 조식은 도시락으로도 제공받을 수 있다. 마을에 남거나 새로 생길 빈집들은 가게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795-0012 愛媛県大洲市大洲378
체크인 15:00~20:00/체크아웃 12:00
+81120210289
ozucastle.com

ⓒ신은정


추억창고思ひ出倉庫
쇼와시대(1926년~1989년) 분위기를 재현한 공간으로, 오즈 주민인 히로미 모토시ひろみ もとし가 중학생 때부터 모은 수집품들을 전시해둔 공간이다. 입장료는 200엔. 입구에서부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캐릭터들이 인형으로 남아 가게를 채우고 있고, 쇼와시대 감성이 전해지는 레코드판이 반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손 떼가 묻은 물건들, 빛바랜 사진들, 더 이상 출간하지 않는 잡지들이 지나온 시간만큼 빼곡하게 쌓여 있다. 한편에는 그 시절 이발소를 재현해둔 공간과 아톰, 비틀스 등 그 시대를 장악했던 트렌드들도 엿볼 수 있다. 그 시절을 체험해 보지 못한 이에게는 낯선 광경이 이어지다가 익숙한 로고가 보인다. 시대별로 출시한 코카콜라 병과 굿즈들이 줄지어 있는 이색적인 방이다. 박물관 같지만 대부분의 전시물들이 진열장 밖으로 나와 있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추억창고 앞으로 포코펜 골목이 이어진다. 오즈시에 따르면 ‘포코펜ポコペン’ 이라는 단어는 오래전 일본에서 깡통차기나 숨바꼭질을 할 때 쓰던 구호였다고 한다. 이곳은 평소에는 조용하고 한적한 거리지만, 세 번째 주 일요일이 되면 1960년대 무렵 일본에서 즐겼던 팽이·죽마 등의 옛날 놀이를 체험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795-0012 愛媛県大洲市大洲103
09:30~16:30
+81893576655


오즈 아카렌가관おおず赤煉瓦館
1901년 오즈상업은행의 본점으로 지어졌던 붉은색 벽돌 건물, 아카렌가관. 붉은 벽돌이 지금은 오래된 느낌을 주지만 당시에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획기적이고 신선한 건축의 상징이었다. 붉은 벽돌을 사용한 벽면은 영국식과 프랑스 적층 방식이 혼합되어 있으며, 지붕에는 일본식 기와를 얹어 동서양의 조화가 느껴지는 건축물이다. 용마루 끝에 귀신의 얼굴을 새긴 큰 기와인 오니가와라鬼瓦에 ‘商(장사 상)’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카렌가관이 오즈의 상징과도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오즈가 경제적으로 가장 번영했던 그 당시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잠업과 비단 산업에 더불어 유통의 거점 역할을 하던 오즈에는 금융 기관이 필요해졌고, 오즈상업은행의 본점이 들어서게 된다. 본관 건물 뒤에는 은행의 창고를 그대로 보존해두었다. 당시에는 비단 등 고가의 물건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창고는 그 물건들을 보관해두는 장소였다. 현재는 에히메현의 장인들이 만든 수공예품이나 액세서리, 특산품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2층은 카페와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795-0012 愛媛県大洲市大洲60
09:00~17:00
+81893241281

시마다 약국 카페 마니마니島田薬館カフェ随(まにまに)
오즈 거리에 우뚝 솟은 노란 건물.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앤티크 한 소품들이 가득해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마주한 느낌이다.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직원들의 환대 속에서 더욱 짙어진다. 오즈의 고즈넉한 거리에서 존재감을 뿜어내는 마니마니카페는 다이쇼시대에 약국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카페로, 약국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카페 콘셉트로 녹여냈다. 2층으로 구성된 카페는 1층은 바 좌석과 테이블 좌석을 두고 디저트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며, 2층은 추가 요금을 내고 사용할 수 있으며 미리 예약하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도 있다. 커피나 차를 시키면 종이를 접어 가루약을 담아주던 옛날의 약방처럼 설탕이 종이에, 시럽은 스포이트 병에 담겨 있다. 오즈의 레트로한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마니마니 카페는 추억 여행에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코스다.
〒795-0012 愛媛県大洲市大洲31番地
11:30~18:00(목·금요일 휴무)
+81893576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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