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찾아온 걷기 좋은 길
가을이 찾아온 걷기 좋은 길
  • 신은정 | 아웃도어DB
  • 승인 2023.10.14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 가을의 색이 곳곳에 물들었다. 지난한 여름을 지나오느라 지친 우리에게 꿈같은 가을 풍경을 선물하는 걷기 좋은 가을 명소를 소개한다.


제주관광공사


들판에 펼쳐진 은빛 낙원
제주 어음리 억새 군락지

가을이 찾아오면, 제주의 오름 근처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물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풍경은 제주 애월읍 명소인 새별오름 근처에 군락을 이룬 넓은 억새밭, 어음리 억새 군락지다. 1~2m로 키만큼 뻗어 무성히 자란 억새는 은신처처럼 우리를 숨겨준다.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꽃이 흰색에 가깝고 산이나 뭍에 있으면 억새, 꽃이 갈색에 가까우며 습지나 물가에 있으면 갈대다.
억새의 은빛은 변화무쌍하다. 날씨에 따라서 다양한 분위기를 내고, 노을이 지는 날에는 붉게 물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높은 가을 하늘, 낮게 떠가는 구름과 어우러지는 억새는 놓쳐서는 안될 가을의 낭만적인 풍경 중 하나다. 가을 억새는 9월부터 피기 시작하며 10~11월에 가장 아름답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산 68-5

©고창군청
©고창군청


산자락에 쏟아진 가을의 색
고창 선운사

단풍에 잠긴 둥글둥글한 바위가 떠오르는 고창 선운산. 그 붉쪽 기슭에 자리 잡은 선운사는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동백나무숲으로도 유명 하지만, 붉게 물든 꽃무릇과 알록달록한 단풍이 절경을 보여주는 가을에도 계절의 정취가 더 풍부해진다. 도솔천을 따라 이어진 꽃무릇은 애틋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 선운사의 스님을 남몰래 연모하던 여인이 상 사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후, 여인이 잠든 무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무릇이 피어났다고 전해진다. 10월 중순이면 저무는 꽃무릇의 뒤를 단풍이 잇는다. 선운산 관리사무소에서부터 천마봉까지 이어지는 약 5km의 구간이 온통 단풍으로 가득 찬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평탄한 길이라 힘들이지 않고도 산책하듯 천천히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보령시청


황금빛 비가 내리는
보령 청라은행마을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보령시 청라은행마을. 가을이 되면 온통 노란빛이 가득한 은행 명소로, 지난해 초 종영한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마을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토종 은행나무 30여 그루를 포함해 1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이곳에 담긴 이야기도 재밌다. 오래전 까마귀가 많아 오서산이라고 불린 뒷산이 있었다. 그 아래 연못에 누런 구렁이 한 마리가 살았는데, 이 구렁이는 천년 동안 용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 끝에 여의주를 물고 황룡이 되어 승천했다. 이를 본 까마귀들이 노란색 은행을 여의주라 생각해 마을로 물고와 이곳에 수많은 은행나무가 자라게 되었다고 한다. 황금빛 은행나무를 감상하며 고즈넉한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마을 중앙에서 조선 후기 가옥인 신경섭 고택을 마주한다. 매년 10월이면 청라은행마을 축제도 열린다.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150-65


가을에 내린 눈
봉평 메밀밭

9월 초면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메밀꽃. 봉평에는 들판과 산자락까지 채운 메밀밭을 다 합치면 자그마치 16만 평이나 된다.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은 봉평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작가 이효석은 자신의 고향인 봉평의 메밀밭을 배경으로 〈메밀꽃 필 무렵〉을 썼다. 작가는 이 하얀 장관을 두고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 묘사했는데, 그의 표현처럼 들판을 가득 채운 메밀꽃은 소금을 뿌린 듯, 이른 눈이 내린 듯 하얗게 물들었다. 봉평면 창동리에 위치한 효석달빛언덕에서는 이효석 작가의 생애와 생가, 문학세계 등을 관람할 수 있다. 2km 남짓한 산책로인 ‘이효석문학의숲’도 걸어보자.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한 장터와 물레방아 등을 재현해두어 소설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숲을 지나며 가재가 사는 청정 계곡과 습지 식물들도 만날 수 있다.
이효석문학의숲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618-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