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낭만, 미국 서부 로드 트립
길 위의 낭만, 미국 서부 로드 트립
  • 고아라 | 고아라
  • 승인 2023.10.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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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여행의 낭만을 품고 있다면 미국 서부로 가자. 아름답고 평화로운 소도시부터 지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까지, 하루에도 수백 km를 달리는 여행이지만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미 서부의 풍경은 지루할 틈이 없다.

유타 현대미술관

유타 자연사 박물관


SALT LAKE CITY
솔트레이크시티

이름처럼 거대한 소금 호수를 품고 있는 미국 유타 주의 수도다. 미국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과 대형 쇼핑센터 등 관광명소가 호수 주변을 둘러싸듯 자리해 볼거리가 많다. 유독 도시 분위기가 깔끔하고 평화로운데, 시민 70% 이상이 모르몬교 교도인 덕이 크다. 1847년 모르몬교 총본부가 들어서면서 거주 시민 대부분이 금욕과 검소한 생활을 중시하는 모르몬교 교도가 된 것. 실제 미국 내 도시는 물론 전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도시로 꼽힌다.
솔트레이크시티를 넘어 유타 주의 명소로 꼽히는 유타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of Utah은 유타 지역에서 발굴된 여러 화석을 다루고 있다.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지만 한적한 산자락에 자리해 도심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너른 대지 위, 여러 개의 직선이 가로지르는 듯한 독특한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에서는 천문학과 지리학, 지질학, 인물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유물을 한 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다.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일반적인 박물관과 달리 전시품을 직접 손으로 만지거나 냄새를 맡는 등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다. 흙으로 된 공간에서 화석을 찾아보거나 지진의 강도를 몸소 경험하는 등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만큼 뛰어난 자연 경관도 누릴 수 있다. 박물관 꼭대기 층에 마련된 야외 테라스가 이곳의 하이라이트. 경이로운 유타 주의 대자연과 솔트레이크시티 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유타 주의 자연을 조금 더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다면 레드 뷰트 가든Red Butte Garden으로 가자. 유타대학교가 비영리 목적으로 설립한 수목원으로 유타 주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유타주 시민들의 기부와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어 누구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유타 주에 서식하는 식물부터 바람꽃, 루드베키아, 꽃 사과, 버베나, 아메리칸 인디언이 약재로 사용하던 허브인 ‘꽃범의 꼬리’까지 평소 보기 힘든 전 세계의 꽃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모양도 색도 가지각색인 식물로 가득한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힐링을 즐겨보자. 솔트레이크시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오리가 자유롭게 노니는 연못, 알록달록한 장미가 길을 따라 늘어선 장미 정원 등 다 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덕에 음악회나 미술 전시회, 가든파티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유타대학교 캠퍼스 내에 자리한 유타 현대미술관Utah Museum of Fine Arts은 유타 주 여행 필수 코스다. 중세 유럽 기사부터 고대 이집트 파라오, 동양 무사, 현대에 이르기까지 5000년 넘는 역사를 아우르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기 때문. 유타 현대미술관의 상설 컬렉션은 고대 공예품부터 근현대 예술품까지 무려 2만 점에 달한다. 1900년대 초반, 현지 예술가를 위한 작은 갤러리로 시작해 작품 수가 800점 이상을 넘어가면서 1951년부터 유타 현대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유타 주의 역사와 예술을 마음껏 감상했다면 이제 쇼핑으로 여행을 마무리할 때. 솔트레이크시티 중심에 자리한 시티 크리크 센터City Creek Center는 2012년 오픈한 복합 쇼핑몰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 워낙 금욕과 평화를 중시하는 도시라 쇼핑몰이 흔치 않기도 하지만, 여유롭고 아름다운 공간 속에서 쇼핑, 식사, 휴식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독특하고 현대적인 건물은 LA의 베벌리 힐스 센터와 라스베이거스의 시티 센터 건설을 맡은 타웁만이 지었다. 가운데 독특한 분수를 중심으로 매장이 둘러싸듯 입점해 있어 둘러보기 편리한 것도 장점. 인기 뷰티 편집매장인 세포라부터 에이치엔앰, 갭, 포에버21, 반스 등의 캐주얼 브랜드까지 90개 이상의 매장이 입점해 있다. 산책로도 잘 갖춰져 있으니 꼭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둘러보자.
유타 자연사 박물관 301 Wakara Way, Salt Lake City, UT 84108
레드 뷰트 가든 300 Wakara Way, Salt Lake City, UT 84108
유타 현대미술관 410 Campus Center Dr, Salt Lake City, UT 84112
시티 크리크 센터 50 South Main St, Salt Lake City, Utah 84101


파크시티 메인스트리트

디어밸리 리조트


PARK CITY
파크시티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차로 1시간이면 닿는 파크시티. 우리에겐 2002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익숙한 곳이다. 8천여 명이 거주하는 아담한 도시지만 연간 찾아드는 관광객은 무려 400만 명이 넘는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독립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가 열리며, 세계적인 스키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집라인과 슬라이드 등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는 기본, 하이킹과 바이킹,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파크시티의 대표 관광지는 디어밸리 리조트Deer Valley Resort다. 겨울 스포츠 마니아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소. 이름 그대로 가파른 협곡을 따라 조성된 스키장과 세계적인 수준의 5성급 호텔을 갖춘 리조트다. 21개 리프트와 101개 활강 코스를 갖춰 명실상부 미국 제일의 스키 명당으로 2002년 동계올림픽 당시 프리스타일 모굴과 에어리얼 스키, 회전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겨울에만 인기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름을 맞은 디어밸리 리조트는 온통 녹음이 우거져 온 가족 힐링 명소가 된다. 울창한 숲속에서는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유타 오페라단의 야외 공연인 ‘디어밸리 뮤직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거친 자연의 속살을 누비는 하이킹과 산악자전거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열기구와 승마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5성급 호텔을 갖춘 만큼 숙박시설도 훌륭하다. 마치 백만장자의 대저택 같은 아름다운 외관으로 들어서면 호화로운 객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객실에서는 파크시티의 황홀한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거실과 커다란 벽난로, 럭셔리한 가구가 있는 67개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181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디어밸리 리조트의 하이라이트는 전 세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제이엔지 그릴 레스토랑이다. 야외 테라스에 앉으면 산을 따라 시원하게 뻗은 스키 코스를 눈에 담으며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디어밸리 리조트에서 리프트를 타고 실버레이크 빌리지에 오르면 한적한 잔디밭 한가운데 자리한 예쁜 카페가 눈에 띈다. 넓은 야외 테라스를 갖춘 로열 스트리트 카페Royal Street Cafe다. 스키를 즐기지 않더라도 오로지 이 카페에서 식사하기 위해 디어밸리 리조트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파크시티를 대표하는 맛집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실내도 좋지만 날씨가 좋다면 나무 데크 위에 자리한 야외 테라스 석을 추천한다. 눈이 부시도록 청량한 잔디밭과 붓으로 그린 듯 유려한 능선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져 감탄을 자아낸다. 따뜻한 햇살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신선한 게살과 아보카도, 다양한 채소를 잘게 다져 쌓은 ‘던저니스 크랩’. 함께 담겨 나오는 상큼한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 역시 잘게 썰어 양념한 참치 요리 ‘아히 튜나 타르타르’도 인기 메뉴. 나초처럼 바삭바삭한 과자가 함께 나오는데, 참치를 한 입 크기로 덜어 과자에 얹어 먹으면 훌륭한 간식이자 한 끼 식사가 된다. 브렉퍼스트 레스토랑인 만큼 오후 3시까지만 운영하니 방문하고 싶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디어밸리 리조트에서 내려와 시내로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유럽풍의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미국 속 작은 유럽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 거리는 원래 광부들이 찾는 퇴폐한 동네였다. 1898년 큰 화재 이후 재건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으며 1979년에는 국립 유적지에 등록되기도 했다.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난다. 한적하고 아담한 길을 따라 개성 넘치는 개인 갤러리, 역사박물관, 유니크한 기념품 숍, 로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기 때문. 그중 파크 시티 박물관은 파크시티가 미국 최고의 광산지였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니 꼭 한번 들러볼 것. 미국 최고의 독립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가 개최되는 도시인만큼 연극이나 코미디 공연, 콘서트가 열리는 작은 극장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트롤리를 무료로 운행해 여행 중 지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디어밸리 리조트 2250 Deer Valley Dr S, Park City, UT 84060
로열 스트리트 카페 7600 Royal St Suite 304, Park City, UT 84060
메인스트리트 Main St, Park City, UT 84060



YELLOWSTONE
옐로스톤

여행 좀 해봤다’는 이들도 버킷리스트로 꼽는 옐로스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곳이 바로 미국 서부 로드 트립의 하이라이트다. 땅을 뚫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세찬 물기둥과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온천 등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관찰할 수 있는 곳. 공원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핵심 스폿만 둘러봐도 족히 3일은 걸린다. 넘치는 열정만 믿고 무작정 나서기보다는 미리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대해 공부하고 루트를 짜야 효율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
수만 년 전 형성된 화산을 품고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지금까지도 여러 간헐천과 온천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세계 최대의 간헐천 지역이다. 공원 내에만 500여 개의 간헐천이 있는데 이는 전 세계 간헐천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간헐천은 그랜드 프리즈 매틱 스프링과 올드 페이스풀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야생 동물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흔하게 볼 수 있는 바이슨은 무려 4천마리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강가나 습지 근처로 가면 엘크나 무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북서부 지역이나 산악 지대에서는 코요테와 곰, 여우 등도 발견할 수 있다. 워낙 야생동물이 많다 보니 뜻밖의 교통 체증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바이슨이나 엘크 무리가 도로를 막아서기 때문인데, 심하면 1시간 이상 지체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공원 관리원이 동물 무리를 도로 밖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크게 서부와 동부, 남부, 북동부로 나뉜다. 89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191번 도로와 만나며 옐로스톤 서부에 진입하게 된다. 올드 페이스풀이나 그랜드 프리즈매틱 간헐천 등 옐로스톤을 대표하는 명소가 자리해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최대 관광 지역인 만큼 호텔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이곳에 머물며 며칠 간 옐로스톤을 여행하는 이들도 많다.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는 블랙샌드 베이신Black Sand Basin. ‘에메랄드 풀’과 ‘레인보 풀’ 등 보석처럼 빛나는 영 롱한 자태의 온천이 자리하고 있지만 올드 페이스풀과 그랜드 프리 즈매틱 스프링에 비해 관광객은 많지 않아 한적하게 관람할 수 있 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높이 2m의 물줄기를 뿜어내는 ‘스파우터’ 간헐천이 있는데,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가장 활동이 왕성하다. 한번 물줄기가 솟아오르면 무려 10시간 이상 뜨거운 온천수를 뿜어 낸다. 스파우터 끝자락으로 향하면 블랙샌드 베이신의 메인인 에메랄드 풀이 모습을 드러낸다. 11m를 겨우 넘길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진한 오렌지색과 청량한 초록색이 어우러진 온천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낯설고 신비롭다. 이외에도 에메랄드 풀의 작은 버전인 레인보 풀, 미국 서부의 짙은 노을빛을 닮은 선셋 호수 등 색색의 온천과 간헐천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 목적지는 그토록 고대하던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상징,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Old Faithful Geyser이다. 한번 활성화할 때마다 30~60m에 달하는 물줄기를 내뿜는데, 지난 수십 년간 매일 같은 시각에 물이 솟아오른다. 덕분에 ‘충실한 친구’라는 뜻의 올드 페이스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물기둥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 는 만큼 시간이 되면 간헐천 주변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한 번 물이 솟아오를 때 1~2분간 수온 100°C의 온천수가 3만 L 넘게 쏟아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찰나를 놓쳤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활성 간격이 70분 정도로 다른 간헐천에 비해 짧아 다음 턴을 기다리면 된다. 올드 페이스풀 주변에 기념품 숍과 카페가 있어 기다리는 시간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올드 페이스풀을 지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연기가 자욱한 분화구, 엑셀시어 가이서 크레이터Excelsior Geyser Crater가 그 장엄한 풍경을 펼쳐놓는다. ‘더욱 높이’란 뜻의 간헐천으로 세계 최대 간헐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888년 화산 분출로 생긴 거대한 분화구로 당시 솟아오른 물기둥의 높이와 폭이 각각 91m에 달했다. 온 세상을 뒤덮을 듯한 기세의 수증기 안에 넓고 푸른 온천수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어 더욱 신비롭다. 분화구 주변을 두르고 있는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당시 엑셀시어 가이서 크레이터의 폭발 장면을 담은 사진도 볼 수 있다.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이라 중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천수가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엑셀시어 가이서 크레이터의 나무 데크는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Grand Prismatic Spring으로 이어진다. 한때 높이 90m의 온천수를 뿜어내는 옐로스톤 국립공원 최대의 간헐천이었지만 지금은 활동이 약해져 잔잔한 온천으로 남아 있다. 대신 형형 색색의 물빛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데, 온천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덕분이다. 물 온도에 따라 서식하는 박테리아 개체 수가 달라져 녹색에서부터 노란색, 짙은 주황색이 층을 이루고 있다. 온천 뒤편에 자리한 픽처힐에 오르면 찬란한 오색으로 빛나는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옐로스톤 그랜드캐니언을 지나 북부로 향하면 지금까지의 화려한 풍경과는 다른 산악 지대가 펼쳐진다. 대표 명소는 가장 위험한 간헐천 지대라 불리는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Norris Geyser Basin.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간헐천 중 온도가 가장 높으며 활동량에 따라 수온이 최고 200°C까지 올라간다. 서부의 간헐천과 달리 주변이 사막처럼 황량한데, 높은 산성도 때문이다. 평범한 흙바닥처럼 보이는 땅 아래에는 100°C 이상의 온천이 흐르고 있어 절대 데크를 벗어나면 안 된다. 유독 사고가 잦은 곳으로 악명 높은데, 대부분 탐방로를 벗어났다가 온천에 화상을 입어 생긴 사고다. 2016년에는 한 관광객이 온천에 빠졌는데, 높은 산성도 때문에 시신이 완전히 녹아 유골조차 건질 수도 없었다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줄기를 뿜어내는 ‘로어링 마운틴’과 안개처럼 짙은 수증기를 1년 내내 뿜어내는 ‘포셀린 테라스’ 등은 특히 안전에 주의해야 하는 지역이다.
잭슨 호수에서 북쪽으로 4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남부 입구가 등장한다. 이곳에는 다른 지역의 간헐천과 달리 걸쭉한 진흙 온천이 솟아나는 머드 볼케이노Mud Volcano가 있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유황과 철의 함유량이 높은 온천수가 솟아나기 때문인데, 여기에 주변 바위까지 녹아 섞이면서 진흙처럼 걸쭉한 온천이 되었다. 1870년 옐로스톤 지역을 찾은 탐험대가 머드 볼케이노 일대에서 대포 소리 같은 굉음을 들었다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머드 볼케이노에 자리한 ‘드래곤스 마우스’ 간헐천에서 수증기와 가스가 섞여 폭발하는 소리다. 지금까지도 크진 않지만 간헐천 일대를 울릴 정도의 폭발음이 종종 들린다.
머드 볼케이노에서 공원 중심부로 향하면 웅장한 바위 절벽과 90m가 넘는 폭포가 장관을 연출해 발길을 멈추게 된다. 애리조나주의 그랜드캐니언만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절경만큼은 못지않아 ‘옐로스톤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 of the Yellowstone’이라 불린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수려한 바위 절벽이 인상적인데, 수백 년 전 계곡에 형성된 간헐천에 의해 바위가 부식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오래전부터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캔버스에 이 모습을 담으려는 예술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9세기 말 미국의 화가 토머스 모란Thomas Moran은 옐로스톤 그랜드캐니언을 보고 ‘예술이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수많은 예술가가 꾸준히 찾는 만큼 계곡 건너편에는 ‘아티스트 포인트’라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계곡은 하류 폭포와 상류 폭포로 나뉘는데, 두 폭포 사이에 약 2km의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어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옐로스톤 남부에서 동부로 향하는 길에는 두 지역을 연결하는 목조 다리, 피싱 브리지Fishing Bridge가 있다.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점은 없지만 다리 아래 흐르는 옐로스톤 강 상류에 매년 산란기마다 송어가 몰려 피싱 브리지라 불리게 됐다. 1970년대까지 이곳에서 낚시를 할 수 있었으나 지나친 어획으로 인해 지금은 생태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낚시를 할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덕분에 지금은 송어뿐만 아니라 펠리컨, 백조 등의 물새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청소박물관

청소박물관

POCATELLO
포카텔로

해발고도 1360m의 고지대에 자리한 도시.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 추장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을 지었다. 포커텔로를 ‘웃음의 도시’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독특하고 재미있는 동네다. 〈잡동사니의 문제점〉의 저자 돈 애슬렛Don Aslett이 개관한 이색 박물관과 포카텔로 원주민의 생활상을 재현한 박물관, 버림받은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원 등 도시의 규모는 작지만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포카텔로 시내 중심인 사우스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아이다호 동물원Zoo Idaho은 1932년에 설립돼 미 서부 출신의 야생동물 145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시내 중심에 자리한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 시민들에겐 피크닉이나 산책 명소로도 꼽힌다. 평범한 동물원처럼 보이지만 사실 야생에서 홀로 남겨진 고아나 부상을 당해 야생에서의 생활이 불가능해진 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는 곳이다. 관광객을 위한 동물원이 아닌, 동물을 위한 동물원인 셈.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 역시 동물을 구경하며 웃고 떠드는 대신, 우리 앞에 세워진 게시판을 읽으며 동물들의 상처를 꼼꼼히 살펴보고 위로하는 마음 따뜻한 곳이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자연 생태계를 이해하고 학습하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물 체험 프로그램부터 어른을 대상으로 한 데이 투어 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어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다.
포카텔로는 원주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다호 동물원 옆에 자리한 포트 홀 레플리카Fort Hall Replica를 방문하면 마치 19세기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역사 속 인물이 된 탐험가와 덫사냥꾼, 모피 무역상, 아메리카 원주민, 개척자, 금 채굴자가 당시 의상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옛 포카텔로를 활보한다. 모피를 다듬거나 덫을 만들고 원주민 천막에서 휴식을 취하며 당시 시대상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실내 전시장에서는 1900년대 현대 문명에 정착하기 시작한 개척자들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평범한 가정집부터 치과, 슈퍼마켓 등 19세기의 일상이 펼쳐져 흥미롭다. 2층으로 지어진 통나무 건물에는 포카텔로 원주민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전시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원주민들의 언어부터 생활 용품, 화려한 의상, 독특한 가면 등 눈길을 끄는 전시품이 가득하다.
청소 박물관Museum of Clean은 포카텔로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꼽힌다. 역사박물관, 종이 박물관, 커피 박물관 등 세상에 다양한 박물관이 있지만 청소 박물관은 포카텔로가 유일하다. 이름처럼 이곳은 청소의 역사와 함께 청소기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펫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진공 흡입 청소기의 필요성이 커진 1800년대를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청소에 대한 모든 것이 한데 모여 있다. 이름만 듣고 호기심에 방문했다가 진지하고 전문적인 전시에 푹 빠져들 것. 세상에 처음 탄생한 진공청소기부터 서서히 발전해가는 과정을 실물로 살펴볼 수 있으며 직접 작동해 볼 수도 있다. 한쪽에는 100년 전 사용하던 세제와 청소도구도 함께 전시돼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옛 제품들을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버려진 청소기 부품으로 만든 작품들도 선보인다. 청소 박물관다운 리사이클링 갤러리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조각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낡은 부품들로 이뤄져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아이다호 동물원 2900 South 2nd Ave, Pocatello, ID 83204
포트 홀 레플리카 3000 Avenue of the Chiefs, Pocatello, ID 83204
청소 박물관 711 S 2nd Ave, Pocatello, ID 83201



LOGAN
로건

유타주 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한가롭고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부터 화려한 외관의 유타주립대학교, 압도적인 산맥이 이루는 절경까지 다채로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 로건을 방문했다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대자연을 누비는 액티비티가 바로 그것. 특히 비버 크리크 로지Beaver Creek Lodge에서 즐기는 승마체험과 UTV 오프로드 체험은 미 서부 여행의 필수 코스다. 비버 크리크 로지는 겨울에는 비버 산에서 스키와 스노모빌을, 봄과 여름, 가을에는 너른 평야에서 승마와 산악 바이킹,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다. 객실은 옛 미국 서부의 주택을 그대로 재현해 아늑하고 빈티지하면서도, 독립적인 구조로 배치해 프라이빗 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느 객실에서나 산과 호수가 빚어낸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지는 것도 매력. 베어 호수와도 가까워 여름이면 수상 스포츠와 낚시도 즐길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는 가을에 즐기는 승마다. 산과 들판이 온통 금빛으로 물든 황홀한 풍경 속을 말을 타고 누빌 수 있는 기회. 들판에서 시작해 산 중턱을 올랐다 돌아오는 코스이며 1시간~ 3시간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날씨가 좋다면 야생의 자연 곳곳을 탐험하는 UTV 오프로드 체험도 놓칠 수 없다. 비버 크리크 로지에서 출발해 로건캐니언을 지나 베어 호수까지 이어지는 오프로드를 사륜 자동차로 달리는 액티비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협곡의 장엄한 경관까지 감상할 수 있어 인기다. 오프로드를 달리며 한국전쟁 당시 비행기가 추락했던 흔적을 비롯해 역사적인 장소도 둘러볼 수 있다.
1800년대부터 1920년까지 로건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야외 박물관, 아메리칸 웨스트 헤리티지 센터American West Heritage Center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당시 의복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100여 년 전의 로건에 사는 것처럼 마을을 누비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옛 가구들로 꾸며진 가정집에는 농장에서 가져온 달걀과 고기로 낡은 식기를 이용해 요리하는가 하면, 대장간에서는 대장장이가 망치를 이용해 야생동물을 사냥할 덫을 제작하고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에 방문하면 1800년대 사람들처럼 직접 조랑말을 타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가을에 방문했다면 아메리칸 웨스트 헤리티지 센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가을 축제도 놓치지 말자. 1800년대 의상을 차려입고 과일을 따거나 추수, 전통 요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미국 전통 방식의 핼러윈 파티도 즐길 수 있다.
비버 크리크 로지 12800 E Highway 89, Logan, UT 84028
엘렌 에클스 극장 43 S Main St, Logan, UT 84321
아메리칸 웨스트 헤리티지 센터 4025 S.hwy 89-91, Wellsville, UT 8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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