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의 맛에 취하다
히로시마의 맛에 취하다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10.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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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는 서구권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다. 아시안 푸드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맛을 선물하는 히로시마의 별미들. 신선한 굴과 상큼한 레몬, 갖가지 신선한 해산물과 식재료로 만들어낸 정갈한 일본의 맛과 멋이 있다.







▶HIROSHIMA DOWNTOWN



히로시마의 오코노미야키는 다르다
오코노미무라 お好み村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메뉴 오코노미야키의 원조를 물으면 ‘오사카’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히로시마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에게 오코노미야키는 자존심이다. 일본 내에서 오사카와 히로시마 사람들 사이에 오코노미야키 원조 논쟁은 뜨거운 감자라 이에 대한 화제를 올릴 때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할 정도. 오코노미야키 소스의 대명사 오타후쿠 본사가 히로시마 태생인 것도 이들의 프라이드다.
각설하고 히로시마와 오사카의 오코노미야키는 만드는 방법부터 다르다. 오사카식은 양배추와 계란, 고기, 오징어 등의 갖가지 재료를 반죽과 섞어 평평하게 굽고, 히로시마식은 밀전병 위에 양배추와 숙주, 고기와 해산물, 면을 겹겹이 쌓아 구운 후 계란과 합체시킨다.
히로시마에서 오코노미야키를 제대로 즐기려면 오코노미무라가 정답이다. 히로시마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혼도리 상점가와 인접한 위치해 자리한 오코노미무라는 2~4층 건물 전체가 오코노미야키 점포로 채워져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순대타운 같은 느낌. 층마다 자그마한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오코노미야키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대동소이하고 맛에도 큰 차이가 없으니 마음에 드는 점포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된다.
히로시마에서는 무조건 1인 1 오코노미야키를 시켜야 한다. 자부심답게 누구와도 취향을 나누지 않는다. 들어가는 재료를 선택해 주문하면 바로 앞 철판에서 점원이 직접 구워주며, 손님들도 개인 접시가 아닌 철판에 놓인 오코노미야키를 그대로 먹는다. 다양한 식재료로 푸짐하게 내어주는 오코노미야키는 맥주와도 찰떡궁합. 현지인과 여행자들로 늘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23개의 점포가 있으니 빈자리는 늘 있다. 히로시마 여행자라면 단연코 첫 번째로 찾아야 할 맛집이다.
広島県広島市中区新天地5-13 新天地プラザ2~4F
11:00~02:00
오코노미야키 900~1800엔
okonomimura.jp



고소한 풍미 가득한
돈가스 키쿠야 とんかつ 菊屋

일본인들의 돈가스 사랑은 유명하다. 넓적하고 얇은 한국식 왕돈가스도 맛있지만 일본의 돈가스는 고기의 두툼한 식감을 살려내 고소하고 쫄깃한 풍미가 일품이다. 돈가스 키쿠야는 히로시마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맛집이다. 크지 않은 공간에 오픈형 주방과 바 테이블이 맞닿아 있고, 한쪽에는 4인 테이블이 두어 개 자리한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줄 서는 일도 각오해야 한다. 양복 입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가게답게 웨이팅은 필수. 하지만 기다린 만큼의 보상이 있다. 등심가스와 안심가스, 치킨가스가 대표 메뉴. 가스를 시키면 샐러드, 미소시루와 밥이 함께 나오는데 양이 푸짐해 성인 남성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돈가스는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기름기가 있는 고소한 돈가스를 원한다면 등심가스를, 담백한 살코기 돈가스를 원한다면 안심가스를, 닭요리를 선호하면 치킨가스를 시켜보자. 어떤 메뉴를 시켜도 신선한 튀김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에디터의 선택은 등심가스다. 돈가스 키쿠야의 등심가스는 유독 고소하다. 일반적인 등심가스보다 비계가 많은 부위를 사용해 먹는 내내 입안에 육즙이 가득 고인다. 지방을 선호하지 않거나 느끼한 음식이 싫다면 안심가스도 좋다. 기름기 하나 없는 안심은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広島県広島市中区鉄砲町7-7
11:30~21:00, 브레이크 타임 14:00~18:00, 일요일 휴무
돈가스 정식 1200엔, 특등심가스 정식 1600엔, 안심가스 정식 1800엔
+81822271235



맵부심 저격하는 츠케멘
카라부 타카라마치점 つけ麺本舗 辛部 宝町店

일본 여행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이다. 대부분의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니 여행 내내 입이 호강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달하고 느끼한 음식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매운 음식이 당기는데, ‘매운맛’을 내세운 음식들 중 어느 것도 맵부심 강한 한국인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런데 츠케멘은 다르다. 맵다.
츠케멘은 면을 육수에 찍어 먹는 음식으로 자루소바와 유사하다. 면의 씹는 맛이 중요한 만큼 라면보다 두꺼운 면을 사용하는데, 그래서 더욱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히로시마식 츠케멘은 면을 삶아 얼음물에 헹군 후 다진 파와 삶은 양배추 등과 함께 접시에 내고 매운 국물에 찍어 먹는다. 소스는 간장 베이스에 고추기름, 식초, 참깨 등이 들어가 매운맛과 감칠맛을 돋운다.
카라부에는 0에서 30까지 매운맛 단계가 있으며, 일곱 단계로 나누어 선택할 수 있다. 에디터의 선택은 6단계인 아주 매운맛.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맵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닌 에디터. 목구멍을 때리는 매운맛에 순간 놀랐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매콤한 맛이 아닌 고추기름의 얼얼한 매운맛이라 당황했지만 몇 번의 젓가락질로 금세 익숙해져 먹을 만하다. 매운맛에 굶주렸던 며칠간의 갈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맛이다.
広島県広島市中区宝町1-17
11:30~24:00, 브레이크 타임 15:00~18:00
츠케멘 소・보통・대・특대・초대형 850엔・950엔・1100엔・1200엔・1400엔
+81822366815



여행의 피로를 푸는 방법
타코신 蛸心

여행 중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이자카야만 한 곳이 없다. 여독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맥주 한 잔으로 달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술도 음식도 종류가 다양해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이자카야는 현지의 특산물을 재료로 안주를 만든다. 타코신도 마찬가지. 독특한 점이라면 타코신의 메인은 타코야키다.
일본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타코야키는 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문어와 파, 양배추 등을 넣고 동그랗게 구워내 가쓰오부시와 소스를 뿌려먹는 먹거리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일본 현지의 타코야키 맛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타코신에서 타코야키를 시키면 즉석에서 바로 요리해준다. 부드러운 반죽과 달콤 짭짤한 소스가 어우러져 술안주로 제격. 타코신의 타코야키는 소스를 따로 선택할 수 있다. 명란마요, 갈릭마요, 소스마요 등 다양한 소스를 마련해 놓았다.
타코야키 외에도 가라아게, 샐러드, 야키소바, 스테이크, 고로케 등 면, 야채, 국물, 고기 요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메뉴마다 양은 많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골고루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자카야가 좋은 선택이 되어준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하이볼도 다양한 위스키 종류로 구비해 놓았으니 취향에 맞게 선택해 먹어보자.
広島県広島市中区新天地1-26-1F
타코야키 6개 650~720엔, 8개 750~820엔, 야키소바 750엔, 가라아게 680엔
+81825007068


▶MIYAJIMA


히로시마 특산물을 맛보다
타케다 후린테이 武田風林亭

미야지마는 히로시마에서도 대표적인 굴 양식 산지다. 파도가 잔잔하고 조수의 흐름이 적당해 굴을 양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야지마로 향하는 페리를 타면 섬 앞바다에 굴 양식장이 보인다. 제철이 아니라도 사시사철 신선한 굴을 바로 공수할 수 있는 조건. 히로시마현은 굴을 가지고 브랜드도 만들었다. 품종 개량으로 여름에도 탱탱하고 알이 굵은 가키코마치다. 이런 연유로 미야지마에서는 굴 요리를 내는 집이 많다.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굴을 구워 판매한다.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특산물 굴과 붕장어 요리를 내는 타케다 후린테이는 미야지마의 중심가인 오모테산도 상점가에 자리한 향토 음식점이다. 탱탱한 굴이 가득 올라간 굴 덮밥, 고소한 붕장어 덮밥인 아나고메시가 대표 메뉴.
굴 덮밥은 짭조름하게 간을 한 밥 위에 레몬향을 입은 굴이 듬뿍 올라온다. 한 입 베어 물면 향긋한 바다향이 입안에서 춤추는 기분이다. 오롯이 굴의 맛을 보고 싶다면 굴 구이도 있으니 추가해 볼 것. 아나고메시는 민물장어 덮밥보다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민물장어보다 고소한 맛은 덜하지만 간간한 밥과 어우러져 별다른 반찬 없이도 한 끼를 뚝딱 해결할 수 있다.
広島県廿日市市宮島町536
11:30~16:00, 화요일 휴무
아나고메시 정식 2800엔, 굴 덮밥 2500엔
+81829442063



달콤한 모미지만주
하카타야 博多屋

히로시마에는 유독 단풍나무가 많다. 미야지마도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미야지마에서 시작된 단풍 모양의 모미지만주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디저트다. 단풍잎 모양의 빵 안에 팥, 말차, 초코, 크림, 치즈 등 다양한 소가 들어있어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낸다. 미야지마 오모테산도 상점가에는 모미지만주 가게가 여럿이다. 우리네 붕어빵 기계처럼 단풍 모양의 틀을 갖추고 있는데, 높은 인기 덕에 자동으로 기계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라 모미지만주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하카타야는 오모테산도 상점가 초입에 자리한 만주집으로 다양한 맛의 모미지만주를 낸다. 선물용으로 판매도 하고, 가게 내에서 먹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한 번 튀겨낸 아게모미지도 인기. 쫄깃한 식감과 소의 달달한 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모미지만주는 미야지마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사먹는 필수 간식이다. 커피와 음료도 함께 주문할 수 있으니 섬 여행을 마칠 무렵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広島県廿日市市宮島町459
09:00~18:00
모미지만주 1개 200엔, 아게모미지 1개 350엔
miyajimahakataya.com



▶ONOMICHI


쇼유 라멘의 깊이
오노미치 라멘 아지류 본점 尾道らーめん 味龍 本店

일본에는 각 지방마다 특색 있는 라멘이 가득하다.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에도 특별한 라멘이 있다. 닭 뼈와 돼지 뼈 혹은 말린 생선으로 국물을 낸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한 오노미치 라멘이다. 돈코츠 라멘처럼 탁한 국물이 아닌 맑은 육수에 면과 죽순, 차슈, 계란 등을 넣어 먹는다.
쇼유 라멘이지만 깊은 맛에 깜짝 놀란다. 비밀은 육수에 올린 액상 지방과 고체 지방 세아부라 민치(돼지 등의 지방) 덕분. 고체 기름이 느끼할 것 같지만 진하고 깊은 맛을 더 해주는 포인트다. 쇼유 특유의 감칠맛과 깔끔함이 진한 지방의 맛과 어우러져 어느새 한 그릇을 뚝딱하게 만든다.
아지류 라멘은 히로시마에 여러 체인점을 가진 오노미치 라멘 맛집이다. 식사시간이면 웨이팅은 기본이다. 인근의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데, 매장이 큰 편이라 회전율은 빠른 편. 라멘의 특성상 주문 후 음식도 빨리 나오는 편이라 바쁜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오노미치 중심가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니 관광 후 들리기도 좋다.
広島県尾道市高須町5193
11:00~21:30
아지류 라멘 770엔, 아지류 라멘 매콤한 맛 860엔, 아지류 라멘+볶음밥 세트 1180엔
+81848561145



▶SAIJO


깊고 깊은 사케의 향
쿠라 도코로 타루 蔵処 樽

히로시마 외곽의 사이조 지역은 사케로 유명하다. 일곱 개의 양조장이 몰려 있는 마을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사케 제조 지역. 히로시마 시내에서 기차로 30분이면 닿기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으로 양조장 견학을 마친 후 맛집을 찾는다면 낮에는 밥집으로, 밤에는 이자카야로 변신하는 쿠라 도코로 타루를 추천한다.
양조장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쿠라 도코로 타루는 주차장 옆 가건물에 자리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무심한 창고형 공간이지만 투박한 멋이 가득한 너른 공간이 나타난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사이조에서 생산한 사케를 부어 만드는 별미 비쇼나베가 인기. 비쇼나베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마늘, 각종 야채를 넣어 볶은 후 사케를 자작하게 넣어 먹는 나베 요리다.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면 사케의 은은한 단맛과 어우러져 독특한 감칠맛을 자아낸다. 지금껏 먹어본 나베와는 다른 색다른 맛이 일품. 비쇼나베 외에도 굴튀김, 돈가스, 치킨가스, 쇼가야키 등 다양한 식사 메뉴도 있어 가볍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좋다.
広島県東広島市西条栄町7-48
11:30~23:00, 월요일 휴무
굴 튀김 정식 1050엔, 치킨 정식 900엔
+81824307080
higashihiroshima.wixsite.com/kuradokorot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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