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하고 하이킹도 하고
캠핑 하고 하이킹도 하고
  • 김경선 | 아웃도어DB
  • 승인 2023.09.1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천 여행지 5

무더위에 숨죽였던 하이커들이 산과 들로 떠나는 시기가 돌아왔다. 두 발로 수려한 자연을 만나고, 그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 평범한 행위지만 발품 이상의 행복감이 밀려온다.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한 트레일 중에서도 하이킹과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다섯 곳을 모아봤다.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 권리환


남이섬
작은 섬 곳곳 어딜 가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 남이섬은 나홀로 여행하기에도 좋고, 친구나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해도 좋은 낭만의 섬이다. 이제는 옛 드라마가 되어 버린 〈겨울연가〉의 촬영지 메타세쿼이아 길을 비롯해 잣나무길, 은행나무길, 백자작나무길 등 아름다운 숲길은 물론 다양한 산책로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남이섬은 행정구역 상 춘천에 속하지만 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해 수도권과도 멀지 않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나미나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가평 도 춘천도 아닌 독립적인 국가를 선포한 지역답게 해외의 다양한 나라들과 직접 수교를 맺는 등 독특한 행보로도 유명하다.
완만한 섬은 곳곳에 트레일 코스가 잘 조성돼 하이킹하기에도 좋다. 더욱이 몇 해 전부터 ‘트래킹 온 아일랜드’라는 프로그램으로 남이섬 내 캠핑도 가능하다. 하루 최대 40팀까지만 이용이 허가돼 조용하게 남이섬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1인 5만5천 원의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면 남이섬 왕복 선박 이용권과 섬 내 2일 입장이 가능하며, 어트랙선 이용권, 자전거 30분 이용권, 하늘자전거 및 투어버스 이용권 등을 제공한다.
남이섬 캠핑의 백미는 관광객이 모두 떠난 후 고요해진 남이섬에서의 밤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름에는 반딧불이를 만나고, 새벽이면 아스라이 번지는 물안개의 비경을 마주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 라이브스튜디오


제주 비양도
천혜의 자연이 가득한 제주에서는 어딜 가나 캠핑 명소가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섬 속의 섬 비양도는 백패킹 성지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여행지다. 우도 속 비양도는 바다를 바라보는 해안에 드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고, 이색적인 봉수대까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다.
우도와 비양도는 다리로 연결돼 차도 사람도 손쉽게 오갈 수 있다. 인위적인 시설물 하나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비양도. 그곳에 자리 잡은 야영장은 연평리야영장으로 불린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화장실 외에는 개수대나 샤워시설이 없어 간편하게 음식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작은 섬 비양도에서는 딱히 하이킹할 곳이 없지만 우도에는 하이킹을 즐길 곳이 즐비하다. 특히 검멀레 해안과 우도봉은 빼놓아서는 안 될 포인트. 우도봉 꼭대기에 올라 100년 넘은 등대도 보고, 검은 모래가 이색적인 검멀레 해수욕장과 겹겹이 층을 이룬 해안 절벽도 둘러보자.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 앙지뉴 필름


울릉도 나리분지
험난한 지형이 펼쳐지는 울릉도에서 나리분지는 유일한 평지로 손꼽힌다. 울릉도가 화산 폭발로 형성될 당시 분화구 주위에 화산재가 평평하게 쌓여 조성된 나리분지는 높은 산이 사방으로 둘러싸 예로부터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오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리분지 숲길은 알봉 분지를 거쳐 신령수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로 약 2km의 짧은 구간이다. 거리가 짧고 경사가 평탄해 여유롭게 산책하듯 돌아볼 수 있으니 남녀노소 누구나 하이킹을 즐기기 좋다. 입구에 들어서면 하늘 높이 자란 너도밤나무에 둘러싸인다. 바깥세상과 차단된 듯 고요해 온전한 힐링을 누릴 수 있는 길이다.
숲길을 걷는 내내 이름 모를 낯선 꽃과 나무을 마주한다. 각종 양치식물과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 큰두루미꽃, 윤판나물아재비 등 평소 보기 힘든 식물이 가득하다. 중요민속자료 제257호로 지정된 ‘울릉 나리동 투막집’을 지나면 나리분지 숲길의 목적지인 신령수가 나타난다. 작은 동굴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모습이 신성하기까지 하다.
사시사철 백패커들이 찾는 나리분지에는 사실 캠핑장이 없다. 노지에서 백패킹을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부대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불편한 야영을 기피하는 캠퍼라면 해안가에 자리한 학포야영장이나 국민여가캠핑장을 추천한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학포야영장은 화장실, 샤워실, 세척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캠핑할 수 있어 인기다.


태안해변길
선선한 가을, 태안해변길을 찾으면 고즈넉한 곰솔밭이 펼쳐진 해변을 만난다. 태안해변길 4구간 솔모랫길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길마다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아이들과 함께 걷기도 그만이다. 태안해변길에서 가장 먼저 열린 솔모랫길은 몽산포부터 드르니항까지 총 13km의 길이다. 트레킹을 하는 동안 해안사구와 곰솔림, 사구습지를 지나며 변화무쌍 한 해안의 생태계를 보고 느낄 수 있다. 특히 곰솔숲과 해변을 넘나드는 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솔모랫길의 들머리는 몽산포 탐방안내센터다. 여름의 몽산포는 선홍빛 해당화가, 겨울의 몽산포는 금색 갯그령이 하이커를 반긴다. 곰솔은 내륙에서 자라는 소나무보다 솔잎이 굵고 생김새가 투박하다. 해풍 때문에 곧게 쭉쭉 뻗어 나가지도 못한데다 수피도 검은색에 가까워 흑송이라 불리는데, 그 모습이 이색적이다.
솔모랫길에는 몽산포자동차야영장이 있다. 국립공원에서 운 영하는 캠핑장인 만큼 시설이 훌륭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솔 숲이 내어주는 그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캠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해수욕과 해루질 등 다양한 경험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대관령자연휴양림
대관령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 대관령 옛길을 비롯해 선자령, 백두대간 마루금, 국민의숲 트레킹 코스 등 10여 개의 소나무 숲길이 자리한다. 대관령자연휴양림 인근에도 울창한 송림이 있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일원에 자리한 대관령 소나무숲은 면적만 해도 축구장 571개에 해당하는 400ha 규모다.
대관령 소나무숲 들머리는 어흘리 주자창 옆 대관령소나무숲안내소부터다. 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10여 분을 걸으면 본격적인 숲길이 나온다. 치마골을 따라 시원한 계곡길을 걷다보면 수시로 폭포가 등장하고 크고 작은 소를 지난다. 계곡이 끝날 무렵 대관령휴양림이 나타나고 본격적인 송림이 펼쳐진다. 소나무숲에 자리한 100년 생 소나무는 키가 족히 20m는 훌쩍 넘는다. 나무 밑동을 두 팔로 펼쳐 안아도 반도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소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소나무인 황장목으로 단단하고 우수한 재질을 인정받아 조선시대부터 궁궐이나 사찰의 자재로 쓰였다. 물고기 비닐처럼 단단하고 검푸른 껍질을 입고, 고개를 한껏 젖혀야 끝이 보이는 위풍당당한 소나무의 향연. 송림 사이사이로 연둣빛이 찬란한 키 작은 활엽수가 숲의 생기를 더하는 숲길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소나무숲 코스의 반환점인 대통령쉼터에서는 강릉 시내와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쉼터를 기점으로 대관령자연휴양림으로 회귀해 숲속 캠핑도 즐길 수 있다. 휴양림 내 캠핑장은 피톤치드 가득한 고요한 숲속에서의 멋진 하룻밤을 선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