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나이에 대하여
K-나이에 대하여
  • 신은정
  • 승인 2023.07.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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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나이 통일법

지난 6월 28일,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됐다. 한국식 나이인 ‘세는 나이’에서 국제적 기준인 ‘만 나이’로 바뀐 것. 법이 시행되고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 K-나이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본다.



지난 6월 28일부로 전 국민의 나이가 한두 살 줄어들었다.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세는 나이’가 사라지고 ‘만 나이’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법령, 계약서, 문서 등에 나오는 나이는 ‘만’ 자가 붙지 않아도 만 나이를 의미한다.
이름처럼 만 나이로 통일하는 법이지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 아직 ‘연 나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가 바뀌는 만 나이와 달리,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다. 생일을 확인할 수 없는 대상을 인터뷰한 언론 기사의 경우 연 나이로 표기하기도 하며, 취학 연령, 주류나 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 일부의 경우 아직까지는 연 나이를 사용한다.
보험의 경우 특수한 개념인 기존의 ‘보험 나이’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보험 나이는 ‘세는 나이’와 ‘만 나이’가 섞인 계산법을 적용한다. 보험 가입 시에는 실제 만 나이를 기준으로 6개월 미만의 끝수는 버리고 6개월 이상의 끝수는 1년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가입 나이가 40세까지인 경우 만 40세 6개월 미만까지만 가입이 가능한 식이다.

세는 나이란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고 해가 지나면 한 살씩 나이를 먹는 식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사용하고 있던 나이 계산법이다. 때문에 ‘한국 나이’라고도 불렸지만, 중국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세는 나이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만 사용되다가 점차 사라졌다.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적으로 적용했고, 1950년부터는 법으로 세는 나이를 쓰지 못하게 했다. 중국은 1966년부터 시작된 문화대혁명 이후로 세는 나이를 쓰지 않는다. 세는 나이를 쓰는 마지막 국가가 한국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에 만 나이를 공표했지만, 사회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법조계, 언론, 의료계 등에서는 ‘만 나이’를 쓰고,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에서는 ‘연 나이’를 적용했으며, 사회적으로는 ‘세는 나이’를 사용해 혼란만 가중 시킬 뿐이었다.

이렇게 혼란만 일으키는 세는 나이를 왜 이때까지 고수해왔을까. 사실 한국에서는 나이가 단순히 나이의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개인보다는 조직을, 그 속의 위계서열을 중시하는 경직된 문화가 우리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기 때문에 나이로 서열을 나누는 한국식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초면에 나이를 묻는다거나, 싸움이 일어날 경우 ‘너 몇 살이야?’라고 묻는 등 일련의 행위들로 상대보다 더 높은 서열에 있음을 확인하거나, 조직에서 자신의 서열을 확인하기 위해 ‘나이’를 물었다. 나이주의에 갇혀 있는 사람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을 하는 경우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한두 살 차이에 목숨을 거는 한국의 서열 문화는 악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학의 권력 놀이가 악습의 대표적인 예다.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이런 악습이 없어지리라는 기대감도 증가하고 있다. 만 나이에서는 친구였다가도 생일이 지나면 형이 됐다가, 동생이었던 사람이 생일이 지나면 친구가 된다. 서열화하기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만 나이가 사회적 나이로 인정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테지만, 이제 시작이다. 나이age는 사전적 의미로 따지면 사람이나 동·식물 따위가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를 말한다. 단지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고 있는 햇수에 불과하며,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먹는 게 나이란 뜻.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만 나이 통일법이 긍정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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