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가 노니는 아름다운 물의 마을
잉어가 노니는 아름다운 물의 마을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7.05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가사키 근교 시마바라

물의 마을은 고요했다. 비가 갠 하늘 아래 잿빛 바다는 잔잔했고, 촉촉이 젖은 마을의 거리는 한산했다. 망중한의 여유를 만끽하고픈 여행자들에게 힐링을 선물하는 마을. 시마바라의 여름은 축복이다.


나가사키에서 열차로 30분을 달리면 나가사키현의 가장 동쪽에 자리한 시마바라에 닿는다. 운젠 산을 중심으로 나가사키에서 구마모토 방향으로 돌출된 시마바라 반도는 분화를 반복하는 운젠후겐산雲仙普賢岳 덕분에 온천 관광지로 유명하다. 시마바라 반도에서 온천 관광의 핵심은 운젠 지역이지만 맑은 용천수가 솟아나는 시마바라도 빼 놓아서는 안 될 여행지다. 고즈넉한 해안 도시의 풍경과 따뜻하고 인정 많은 시골의 정, 저렴하지만 맛있는 음식까지, 볼거리와 먹거리가 공존하는 시마바라는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다.
시마바라는 작은 마을이다. 도시처럼 관광명소가 많진 않지만 적은 만큼 임팩트가 강한 여행지가 여럿. 처음은 마을을 지키고 있는 시마 바라성島原城이다. 1618년 당시 영주였던 마츠쿠라 시게마사松倉重政가 7년에 걸쳐 건축한 성으로 5층 건물과 그 주변에 여러 개의 탑을 둔 에도시대의 건축양식을 보인다. 약 250년간 시마바라 영주 가문의 정치 중심지이자 시마바라 난 당시 반란군의 공격을 이겨낸 성은 메이지유신 당시 민간에 부지가 팔리며 명맥이 끊겼지만 이후 성을 복원하기 위한 마을 주민들의 노력 끝에 1960년부터 성 일대가 차례로 복원됐다. 시마바라성은 세력이 강했던 타 지역의 성보다 규모는 작지만 마을 중심에서 여전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시마바라 히바류야마 플라워 파크島原火張山花公園다. 드넓은 공터에 자리한 화원은 1990년부터 5년간 분화한 헤이세이 신잔平成新山을 바라보는 전망 좋은 공원이다. 당시 엄청난 분화로 인한 재해를 극복하려는 시마바라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부흥의 상징이기도 하다. ‘가는 날이 장 날’이라고 6월 초의 히바류야마 플라워 파크는 양귀비가 지천에 만발했던 봄꽃 축제를 마치고 들판을 모조리 뒤집어 놓은 상태. 화사한 꽃의 향연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신록이 완연한 들판과 탁 트인 전망 너머로 드러난 헤이세이 신잔의 절경은 그림 같았다. 특히나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헤이세이 신잔은 대자연의 숭고함과 위대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풍경을 보여준다. 다시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면 새로운 꽃 축제로 여행객을 맞이한다니 시마바라 관광 정보 사이트(shimabaraonsen.com)에서 축제 일정을 잘 확인하고 방문할 것.
해안 마을 시마바라에는 일본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열차역 중 하나인 오미사키역大三東駅이 있다. 시마바라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에는 없지만 바다의 낭만을 만끽하기에 오미사키역만한 곳도 없다. 시마바라 철도선이 지나는 오미사키역은 우리나라의 정동진역과 꼭 닮았다. 승무원 하나 없는 무인역은 아리아케해와 인접해 아름다운 해안과 정겨운 옛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최근 일본인들 사이에서 핫스폿으로 인기가 많다.
역사를 지나 낡은 선로를 건너면 정겨운 대기실. 오픈된 대기실은 나무 벤치 두 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그 우측으로는 소원을 적은 노란 손수건들이 해풍에 펄럭인다. 여행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대기실의 가챠 머신에서 노란 손수건을 뽑아 소원을 적어볼 것. 대기실 왼쪽으로는 낡은 ‘오미사키역大三東駅’ 표지판이 레트로한 분위기를 돋운다. 표지판 옆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거나 이를 배경 삼아 플랫폼을 걷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면 그야말로 그림이다.
오미사키역은 특유의 분위기 덕에 맥도날드 CF를 비롯해 영화 촬영지로 선택받았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코앞으로 새파란 바다가 펼쳐지고, 농담을 달리한 푸른 하늘이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바람에 물결 치는 바다, 무인역의 적막함, 얼굴을 간질이는 짭조름한 바다의 향기가 마음을 휘젓는다. 가만히 앉아 아리아케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순간, 역사를 울리는 종소리가 들어왔다. 잠시 뒤 한 량짜리 샛노란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섰다. 낡고 오래돼 오히려 멋스 러운 열차는 잠시 승객을 내려주더니 서둘러 선로를 달린다. ‘에디터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역 중 하나’로 기억에 남을 순간이다.


다음날 아침, 서둘러 용수정원 시메이소四明荘를 찾았다. 메이지 시대 후기에 건물을 짓고, 쇼와 초기에 정원을 조성한 시메이소는 ‘사방의 전망이 아름답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이름처럼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아기자기한 일본식 정원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건물을 둘 러싼 연못은 평화롭고 고요했으며, 연못과 어우러진 정원은 자연미를 고스란히 살려 더욱 특별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연못 위에 섬처럼 군락을 이룬 보랏빛 꽃창포도 설렘을 배가시킨다.
건물에 들어서면 시원한 다다미가 여행자를 반긴다. 정원을 향해 사방의 문을 열어 놓아 어디에 앉아도 자연 안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툇마루에 앉아 주인장이 내어준 녹차를 마시며 여유를 부려본다. 발아래 유난히 맑고 깨끗한 연못을 잉어 떼들이 유영하는 모습도 특별하다. 시메이소가 특별한 이유는 땅에서 솟아나는 용천수 덕분이다. 하루에 약 3천 톤의 용수가 솟아난다니 녹조가 가득한 여느 연못과 시메이소가 다를 수밖에. 시메이소 뿐만 아니다. 시마바라가 ‘물의 도시’라고 알려진 이유는 마을 곳곳에서 맑은 용수가 솟아나기 때문이다. 시메이소가 속한 코이노오요구마치鯉の泳ぐまち 거리에서는 수로를 따라 용수가 샘솟고, 다채로운 색상의 잉어가 헤엄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SHIMABARA SPOT]
시마바라성
〒855-0036 長崎県島原市城内1丁目1183-1
09:00~17:30
+81 957-624-766
shimabarajou.com

시마바라 히바류야마 플라워 파크
〒855-0076 長崎県島原市上折橋町1465-2
+81 957-623-986

오미사키역
〒859-1413 長崎県島原市有明町大三東丙

용수정원 시메이소
〒855-0803 長崎県島原市新町2丁目
09:00~17:30
성인 310엔, 청소년 및 어린이 150엔
+81 957-631-121

여긴 어때?
과일 버스 정류장

사가현과 나가사키현의 경계이자 아리아케해의 관문인 고나가이 마을은 고즈넉한 시골의 정취가 가득하다. 시마바라로 향하는 길에 만나게 되는 마을에는 207번 국도를 따라 과일 버스 정류장이 있다. 빨기, 멜론, 수박, 토마토 모양의 귀여운 정류장은 SNS를 통해 포토 스폿으로 알려지며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아리아케해를 따라 늘어선 버스 정류장은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정류장은 17개로 207번 국도를 중심으로 설치돼 있다.
〒859-0167 長崎県諫早市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