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캠핑
바다 위 캠핑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6.30 14: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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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학포야영장

밤하늘에 별빛 무드 등을 띄워놓고 따뜻한 초여름의 바다를 이불 삼아 가만히 잠드는 그곳, 학포야영장에서의 하루.

서울에서 울릉도에 닿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역에서 두어 시간 기차를 타고 포항역에 도착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항구에 가서 꼬박 여섯 시간 반을 배에서 보내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울릉도는 매년 30~4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여행지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동안 그 수가 줄었다고 해도 작년 한 해 25만 명을 기록했다. 배에서 내려 울릉도에 발을 딛고야 알았다. 한나절을 꼬박 이동하는 데에만 써야 하는데도 애써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딱 하나, 도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광 때문이다. 마치 신이 빚어놓은 듯 거대하고 화려한 암석과 자꾸만 뛰어들고 싶은 바다의 아늑함,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울릉도는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이지만 그 사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르다. 제주도가 완만한 달걀 프라이라면 울릉도는 삶은 달걀이랄까. 제주도는 평지가 많은 반면 울릉도는 집 하나 들어설 곳을 찾기 힘든 격한 산세다. 산이나 바다의 사정도 마찬가지. 모래사장과 둘레길이 있는 제주도와 달리 울릉도의 해변은 급히 쏟아진 용암이 빠르게 식어 온통 절벽이고 육지와 맞닿아 있는 바다마저 심연이 깊다.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은 송곳처럼 얇고 길게 치솟아 있다. 우리 나라 최고 휴양지로 꼽히는 제주도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경관이 이곳엔 지천인 것이다. 그간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겨봤지만 이토록 생경한 자연은 처음이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캠핑 장비를 꾸렸다.

울릉도에는 산과 바다 곳곳에 노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캠핑 명소가 많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거칠지만 자연의 따스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에 캠핑 마니아들이 애정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캠핑의 형태도 다채롭다. 오토 캠퍼가 대부분이지만 차가 닿지 않는 곳이 많은 울릉도에서는 자전거 캠핑이나 백패킹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커다란 짐을 싣고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는 자전거나 몸집의 2~3배는 족히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필수인 캠퍼들을 위한 학포야영장과 국민여가캠핑장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에디터는 이후 트레킹, 씨카약 등 다양한 일정을 남겨두고 있었으므로 편의시설을 갖춘 학포야영장을 선택했다. ‘바다 위 캠핑장’이라는 별칭에 이미 기대치가 한껏 올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마주한 풍경은 가히 장관이라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해안 절벽에 자리한 이곳은 싱그러운 숲이 감싸 안듯 둘러싸고 있고, 정면에는 코발트빛 푸른 동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울릉도가 사람이라면 그의 가장 아늑한 품이 바로 이곳인 듯하다. 이런 곳에서의 하룻밤은 얼마나 황홀할까. 바다가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서둘러 짐을 풀었다.

절벽 위에 자리해 그늘 한 줌 없는 잔디밭에서 온몸으로 뜨거운 햇볕을 받아내며 오늘 머물 집을 지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려는 듯 급격히 더워진 날씨 탓에 어느새 이마와 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찝찝할 만도 한데, 이따금씩 바다가 시원한 바람을 가져다주니 피부가 타는 줄도 모르고 싱글벙글이었다. 힘들만하면 바다에서 넘어 온 갈매기들이 찾아와 응원하듯 주변을 서성거렸다. 텐트와 타프 설치를 마치고 나니 배가 출출해져 바로 식사 준비에 돌입했다. 오늘의 메뉴는 라구 파스타와 대패삼겹살. 울릉도를 여행하는 동안 특산물이란 특산물은 전부 먹어봐야 한다는 압박감에 내내 한식을 먹었으니 오늘만큼은 특식으로 마련했다.
마늘과 참기름, 소금을 적절히 배합해 양념장을 만들고 팬에 고기를 구웠다. 야외에서 구워 먹는 고기가 가장 맛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타프가 내어준 그늘 아래, 햇빛에 반짝이는 잔디밭과 그 너머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먹는 고기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이제 두 번째 메뉴인 라구 파스타를 만들려는데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그제야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정면에 펼쳐진 수평선에는 어느덧 해가 몸을 반쯤 담고 있었다. 이런 황홀한 뷰와 함께 즐기는 식사라니. 한낮에 흘렸던 땀에 대한 보상 마냥 다디달다. 아름다운 노을은 천천히, 그러나 아쉬움을 가득 안긴 채 완전히 사라졌다.


날이 저물고 빛이 사라지자 절벽 위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생각에 몸이 노곤해진다. 에어매트를 깔고 침낭까지 펼친 후 씻고 나오니 새로운 황홀경이 다시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누가 바다 위에 보석을 뿌려놨나 싶었는데, 캄캄한 하늘을 은빛으로 가득 수놓은 별이었다. 이대로 잠들기 아쉬워 다음 날 아침을 위해 챙겨온 커피를 끓이기 시작했다. 이 몽롱하고도 찬란한 순간을 언제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데에 집중하기로 한다. 학포야영장처럼 자연의 품속에 숨겨진 곳에서 어떻게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돼 알람을 미리 맞춰놨는데, 알람보다 더 부지런한 갈매기들의 목청 좋은 울음에 먼저 눈을 떴다. 어디서나 머리만 대면 잘 자는 에디터라지만 제법 거센 파도 소리와 생경한 풍경 때문에 깊은 잠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밤하늘을 은은하게 비춘 별들 덕분일까, 자장가처럼 잔잔한 바다의 속삭임 덕분일까. 지난밤이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숙면을 취했다. 가뿐해진 몸을 일으켜 텐트 밖으로 나오니 바다 아래로 몸을 숨겼던 해가 보란 듯이 야영장을 비추고 있었다. 새롭게 맞이한 울릉도의 하루가 벌써 흥미롭다. 일정이 빠듯하지만 이 평화로운 풍경을 조금 더 누리고 싶어 애써 늦장을 부려본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지만 이런 고생이라면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이다.


학포야영장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공식야영장. 2020년 1월 코로나로 인해 운영이 중지되었다가 21년 6월경 재개장했다. 총 12면의 데크와 남/녀 화장실, 남/녀 샤워실, 세척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 데크 당 이용료는 2만원이다. 사이트는 사전 예약이 아닌 선착순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경북 울릉군 서면 학포길 1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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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agus 2022-07-01 1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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