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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의 입질
나른한 오후의 입질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08.06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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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낚시 캠핑

찌가 저수지 안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떠오른다. 그러기를 몇 번 끝에 찌 주변으로 작은 파동이 일어난다. 지금이 아니다. 더 큰 파동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파동의 크기가 커졌다고 자만해서도 안 된다. 찌가 저수지 아래로 푹 가라앉았을 때가 진짜다.

흔히 ‘낚시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바다낚시는 온몸이 해풍에 절여진 상태로 출렁이는 배 위에서 수 시간을 보내야 하고 민물낚시는 하염없이 물고기를 기다려야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만만치 않은 낚시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낚시꾼들은 밤낮없이 챔질을 하는 걸까.

2017년 TV 예능 판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방송가에서 낚시꾼으로 알려진 이경규, 이덕화, 마이크로닷, 장도연이 출연한 TV 예능 <도시어부>가 그 주인공이다. 먹방, 쿡방, 오디션이 난무하는 방송계에 40대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인 낚시를 방송한다? 아무리 젊은 사람들이 TV를 안 본다고 하지만 과연 이게 먹힐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의구심은 노파심에 불과했다. <도시어부>는 삽시간에 인기 프로그램으로 등극했고 아저씨들은 물론 젊은 세대까지 낚시에 빠져들었다. <도시어부>는 지금까지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방송중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내가 낚시에 빠지게 될 줄은.

생애 첫 낚시와는 의도치 않게 조우했다.
단지 캠핑을 떠난 것인데 마침 저수지에서 낚시 체험을 진행한다는 주인장의 말을 듣고 덜컥 낚싯대를 대여한 게 시작이었다. 친구도 없이 캠핑장에서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보내는 게 여간 심심한 일이기도 하고 또 수면위로 수십 마리 물고기가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걸 보니 괜히 낚시가 하고 싶어졌다.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긴 낚싯대를 타프 아래 내려놓자 눈앞이 막막했다. 일단 낚싯대는 빌렸는데 어떻게 낚시를 하는 건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물고기를 유인할 떡밥이 필요할 거 같아 낚시 가게에서 미끼인 글루텐과 지렁이 한 통을 구매했다. 캠핑장 주인장에게 받은 메기 사료도 준비해 낚싯대 옆에 놓아뒀다. 주인장은 사료에 글루텐을 섞어 반죽하면 메기가 많이 잡힌다고 했다. 사료를 물에 충분히 불린 뒤 글루텐을 넣고 치덕거리자 수제비 반죽처럼 찰진 미끼가 완성됐다.

낚싯대는 〈도시어부〉에서 봤던 것과는 달랐다.
릴이 없는 민물 낚싯대였다. 게다가 낚싯바늘에 갈고리 모양을 한 미늘도 없었다. 이곳은 잡은 물고기를 방생하는 손맛 낚시터라 물고기가 쉽게 낚싯바늘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도록 미늘 없는 낚싯대를 제공한다. 어차피 한두 시간 하다 말 텐데 릴이나 미늘이 없다고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 맞다. 낚시채비를 할 때만 해도 단순히 체험이라고 생각했었다.

배합한 사료를 도토리 크기만큼 떼어 낸 뒤 동글동글 굴려 바늘에 꽂고 낚싯줄을 던졌다. 그래도 기왕이면 큰 물고기가 걸렸으면 해 멀리 던졌다. 퐁당 하고 미끼가 저수지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찌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금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38선과 멀지 않은 파주의 고요한 캠핑장에서 낚싯대를 가만히 잡고 있으니 개구리울음, 새소리, 첨벙거리는 물고기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ASMR인가 헷갈릴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시선은 찌에, 촉각은 손끝에 집중하니 작렬하는 태양과 끔찍이도 싫어하는 벌레들이 이상하게도 거슬리지 않는다.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찌, 물고기, 손끝에 몰두한다.

물아일체의 시간은 찌가 움찔거리자 사라졌다. 입질이다. 어떤 물고기가 내 떡밥을 염탐하고 있을까. 메기일까 붕어일까, 아니면 잉어일 수도 있겠지. 감각이 더욱 예리해지며 클라이맥스를 기다린다. 찌가 두 번 더 움찔했을 때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첨벙. 10cm 크기의 피라미가 찰나의 순간 저수지로 떨어졌다. 미늘이 없어서 그랬는지, 챔질 시기를 놓쳤는지 몰라도 떡밥은 사라지고 초라한 낚싯바늘만 남았다. 첫 입질에 이 정도면 잘했다고 위안해보지만 아쉬운 마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 뒤로도 허탕이다. 쳐다만 봐도 수십에서 수백 마리 물고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내 낚시는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아무래도 오늘은 물고기들이 포식하는 날인가 보다.

떡밥을 지렁이로 바꿔보면 좀 나을까 싶어 지렁이 통을 열어봤는데 마음이 더욱 심란해진다. 맨손은 고사하고 목장갑을 낀 채로도 지렁이를 만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쭈그리고 앉아 지렁이만 하염없이 내려다봤다. 지렁이가 아무리 미물이라지만 생명이라면 생명인데 내가 그의 몸통을 쇠꼬챙이에 꿰어도 될까. 지렁이 만지기가 어지간히 싫었는지 종국에는 지렁이의 일생에 관해 묵념했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사람들 발에 짓밟히느니 물고기 밥으로라도 제 역할을 해라’며 지렁이를 낚싯바늘에 꿰었다.

지렁이의 숭고함을 새기며 낚싯줄을 힘차게 던졌다. 10초쯤 지났을까 금세 입질이 왔다. 찌가 두세 번 움찔한 뒤 저수지 밑으로 푹하고 가라앉자마자 잽싸게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손끝에서 묵직함이 느껴졌다. 예감이 좋다. 물고기는 낚싯바늘을 벗어나기 위해 발악했다. 여기서 힘을 빼면 안 된다. 물고기가 완벽히 지상으로 들어 올려질 때까지 낚싯대를 꽉 움켜쥐어야 한다. 순식간에 수면위로 크고 작은 파동과 물보라가 일어나더니 작은 붕어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가서 부모님 데리고 와”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얼음낚시를 하던 노홍철이 빙어를 방생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때는 노홍철이 재치 있으면서도 야박하다고 여겼는데 손맛을 본 이상 그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첫 물고기도 저수지로 돌아가서 부모님 물고기를 데려왔으면 싶다.

큼직한 떡밥을 낚싯바늘에 꿰고 캐스팅하자마자 입질이 왔다. 간절한 바람이 전달됐는지 찌의 움직임이 제법 크다. 갑자기 낚싯줄이 팽팽해졌고 낚싯대도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수면 아래로 언뜻 보이는 건 메기였다. 메기의 힘은 외모만큼이나 위협적이었다. 낚싯대를 잡아당기려는 나와 낚싯바늘에서 빠져나오려는 메기의 힘겨루기 끝에 격렬한 움직임이 멎었다. 어림잡아 30cm는 되어 보이는 길이, 뻐끔거리는 거대한 아가리, 기다란 수염까지. 참 난감한 외모였지만 애정이 솟구는 건 왜일까. 잠시 눈 가까이 데려와 관찰하는데 느닷없이 퍼덕거린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메기는 유유히 사라졌다. 저수지로 돌아가서 더욱 거대한 대물이 되어라.

그 뒤로도 줄곧 입질이 왔고 메기 네 마리, 피라미 네 마리, 붕어 두 마리를 낚았다. 첫 낚시에 열 마리나 잡을 수 있던 건 포인트가 좋았기도 하고 반드시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없었던 덕분인 듯하다. 물론 같은 자리에서 다섯 시간 동안 낚싯대만 쳐다봤기 때문에 일수도 있겠다.

다섯 시간 동안 열 마리를 잡은 게 평범한지 운이 좋았던 건지 알 수 없지만 결과는 중요치 않다. 물고기를 기다리고, 물고기와 실랑이를 하고, 짜릿한 손맛에 취하고, 잡은 물고기를 저수지로 돌려보내면서 머릿속을 꽉 채우던 자질구레한 생각들이 멈추었다. “낚시에는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말한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 소설가 워싱턴 어빙처럼 낚시에는 물고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낚시 캠핑장 BEST 4
파주 하마캠핑장

에디터가 첫 낚시에 성공한 캠핑장이다. 파주의 깊은 산속에서 캠핑, 낚시, 사과 따기, 미꾸라지 잡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픈한지 12년 된 유서 깊은 캠핑장답게 깨끗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캠핑장 내부에 예쁜 카페도 자리해 간단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양평 부림관광농원
옛날 스타일의 좌대 민물낚시를 즐길 수 있는 캠핑장. 낚시터 바로 앞에 텐트를 칠 수 있어 진정한 낚시 캠핑이 가능하다. 미니 수영장, 토끼 사육장 등 아이들의 놀 거리도 마련해 가족 캠퍼에게 안성맞춤이다.

인천 만정레져
낚시터 5개와 및 캠핑장 1개가 옹기종기 모여 대규모 레저 단지를 만들었다.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 다양한 낚시 대회와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단순 체험객뿐만 아니라 프로 낚시꾼들도 방문하는 낚시 성지다.

연천 지오낚시터
장어, 메기, 송어 손맛을 볼 수 있는 낚시터. 캠핑보다 낚시에 중점을 둔 곳으로 야간 낚시를 진행한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방류를 자주 해 손맛 포인트로 알려졌다. 낚시터 주변으로 방갈로를 갖추고 있으며 작은 애완견 동반 입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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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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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식 2021-09-27 16:57:27
공감되고 다 읽을동안 웃음이 그치질 않네요 ㅎㅎ 이번주말에낚시 가야겠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