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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부부, 생활모험가
차박 부부, 생활모험가
  • 박신영 기자 | 사진제공 생활모험가
  • 승인 2021.05.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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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다락방

자전거 백패킹에서 미니멀 캠핑을 넘어 차박까지. 오랜 시간 동안 SNS에서 국내 캠핑 문화를 선두하고 있는 생활모험가 부부를 만나 차박에 관해 물었다.

<아웃도어>에서 ‘생활모험가’ 연재를 끝내고 어떻게 지냈나요?
안녕하세요. 생활모험가 부부 블리와 빅초이입니다. 작년 9월 <아웃도어> 연재를 마치고 오랜만에 만나 뵙습니다. 그 후로 저희 부부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캠퍼들을 만나 왔어요. 여러 곳에서 차박 토크를 진행하고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문화 공간 ‘트래블라이브러리’에서 유튜브 생중계도 했죠. 초보 차박러를 위한 필수품, 차박 꿀팁 등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 캠핑하면서 달라진 삶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에세이 도서 <캠핑 하루>도 출간했어요.

요즘에도 미니멀 차박을 즐기죠?
스텔스, 미니멀, 차박 캠핑 등 차박의 종류가 많은데, 저희는 딱 하나의 차박만 한다기보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차박을 즐겨요.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미니멀 캠핑을 해 온 탓에 미니멀 차박을 많이 합니다. 캠핑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차박에 그대로 적용하죠. 추운 겨울에는 차박 캠핑을 자주 다니고요. 아무래도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차박용 도킹 텐트를 달거나 난로를 설치하는 등 소위 차박용 장비들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가장 선호하는 건 스텔스 차박이에요. 특별한 장비 없이 트렁크를 열고 좌석만 눕히면 끝이죠. 텐트를 설치하는 과정 없이 자동차 하나만으로 나만의 다락방을 만들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간편할 수 없어요.

SNS에서 감성 차박 캠퍼들이 유독 많이 보여요.
초보 차박러지만 완벽히 장비를 갖추고 차박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작년부터 SNS에서 감성 차박이 유행하면서 차박 관련 다양한 업체와 용품이 생긴 덕분이지 않을까요? 초보 차박러 입장에서는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SNS이고 그 사진에 나온 장비들, 예를 들면 차박 텐트처럼 명칭화된 장비들을 구매해야만 차박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죠. 기존 캠퍼들은 야영에 관한 이해도가 있어서 간단한 장비만으로 차박이 가능하다고 여기는데, 초보자들은 당연히 헤맬 수밖에 없으니까 SNS에서 많이 보이는 장비를 사용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차박용 도킹 텐트, 차박용 타프, 루프탑 텐트 등을 사용하는 차박러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차박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요. 집 밖 도심 생활이 불가능에 가까워지자 자연으로 나가 차박을 즐기는 거죠. 무엇보다 자연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느낌에 매료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장롱에 들어가서 소꿉놀이하고 다락방에 올라가 책도 읽고 했잖아요. 차박에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는 거죠. 좁지만 밀착됐던 그 추억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요. 또 차박은 캠핑과 달리 무척 간편해서 시도하기도 쉽고요. 캠핑처럼 텐트나 타프 등 장비 없이 자동차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죠. 차박이 캠핑보다 안전하고 날씨에 개의치 않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고요.

실내 온도 조절 등 불편한 점도 있잖아요.
온도 조절이 차박의 큰 고민거리긴 하죠. 한여름과 한겨울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고 잠들면 절대 안 되니까요. 창문도 꼭 열고 있어야 하고요. 땀이 뻘뻘 나는 여름이라고 해서 트렁크를 완전히 개방하고 잘 수 없어서 고민하다가 차박 타프를 설치하기 시작했어요. 트렁크와 차박 타프를 연결하고 메시를 내려서 여름을 나죠. 겨울에는 도킹 텐트를 설치해 보온을 확보하고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단계예요. 저희도 몇 년간 고생하고 실패하면서 하나둘 깨달은 부분이죠.

생활모험가가 생각하는 차박 필수품을 말해주세요.
차박에서는 잠을 쾌적하게 자는 게 포인트다 보니 평탄화 과정이 가장 중요해요. 자동차 뒷좌석을 눕혔다고 해서 완벽히 일자가 되지 않거든요. 매트리스나 나무 보드를 활용하는 게 좋아요. 저희는 일체형 나무 보드를 트렁크에 깔고 그 위에 매트리스와 침낭을 올려 평탄화를 마칩니다. 테이블과 체어도 필수품이에요. 자동차 안팎에서 테이블을 펴 놓고 의자에 앉아 쉼을 즐기는 것이 차박의 매력이죠.

직접 사용하는 장비도 알려주세요.
요즘엔 <브루트> 카고 박스를 테이블로 활용해요. 카고 박스는 예쁘고 내구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지품을 수납할 수 있어서 무척 간편해요. 체어는 <헬리녹스> 체어 원 제품을 사용해요. 완벽히 폴딩할 수 있어 이동과 보관이 간편하고 내구성도 좋죠. 감성 캠퍼들은 접이식 원목 의자를 많이 사용해요. <커밋체어> 제품군을 주로 사용하는데, 디자인이 예쁘고 저렴해서 인기더라고요.

노지에서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여요.
노지보다 캠핑장 차박을 추천해요. 최근 화두로 떠오른 굴업도를 예로 들어 볼게요. 굴업도는 몇 시간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야 도착하는 섬이지만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면서 백패커들이 많이 찾아요. 이국적인 평원, 가파른 기암괴석, 곳곳에서 보이는 야생동물 등 볼거리가 많죠. 그런데 잘 뜯어보면 굴업도는 캠핑지로 어울리지 않는 곳이에요. 화장실과 샤워실 등 편의시설이 전무하다 보니 굴업도 이곳저곳에서 무단 방뇨와 방분이 행해지죠. 화기류 사용도 잦고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도 종종 목격하고요. 당연히 굴업도 자연은 갈수록 훼손되고 있죠. ‘굳이 노지를 찾아가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캠핑을 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마구 샘솟죠. 그런데 굴업도 백패킹을 금지하면 주민들에게 타격이 갈 거예요. 굴업도 주민들은 백패커들에게 편의 시설을 제공하면서 관광 수입을 얻고 있거든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죠. 대부분의 노지 캠핑이 굴업도와 비슷한 상황일 거예요. 그래서 선뜻 노지에서 차박을 하라고 추천하기 어려워요. 대신 노지만큼의 멋진 자연을 가진 해수욕장 야영장에서 차박 하길 바라요. 편의시설을 갖췄고 해당 지역 청년회나 부녀회에 비용을 지불하면 야영도 가능하니까요. 바다도 앞에 있고 울창한 소나무숲도 뒤에 있어서 바다 뷰와 숲 뷰도 모두 감상할 수 있죠. 지금은 국내 캠핑 문화가 성숙기로 접어드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캠퍼나 차박러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연을 즐겨야 하는지 고민하는 단계죠. 그런 고민 속에서 가능과 불가능을 정립하고 우리나라만의 캠핑 문화를 만드는 중인 거 같아요.

생활모험가가 차박에 빠진 남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차박은 제가 좋아하는 순간을 가져다줘요. 어느 정도 차박 사이트를 꾸리면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자연을 봐요. 그러면서 ‘바다 예쁘네’, ‘청설모 지나간다’, ‘비가 오려나?’와 같은 아주 단순한 생각을 해요. 우리는 늘 고민에 둘러싸여 살잖아요. 경제 문제나 인간관계 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렇게 멍을 때리면 뇌 속에 꽉 들어찬 고민이 사르르 녹아내리면서 느슨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뇌에 여유를 준다고 할까요. ‘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면서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면 그때만큼은 고민이 지워지죠.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소설을 쓰고 나면 15일 동안 쓴 글을 보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그것을 양생하는 시간이라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계속해서 글을 봐봤자 문제점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덮어놓고 그 안에서 스스로 글이 익어가는 걸 기다리는 거죠. 차박 중 넋 놓는 시간도 마찬가지예요. 어차피 고민해봤자 해결책은 없고 고통스러울 뿐이니 고민을 내려놓고 그 고민이 익어가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자연 속에서 이런 시간을 갖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유튜브 채널 ‘생활모험가’에서 초보 차박러를 위한 많은 것을 전달하더라고요.
처음 유튜브 채널을 오픈할 때 브롬핑과 자전거 위주로 올리다가 미니멀 캠핑으로 넘어왔고 요즘엔 소소한 차박 이야기를 전해요. 차박 장비 리뷰, 차박 브이로그, 캠핑장 리뷰, 차박 평탄화 꿀팁 등의 내용으로 구독자와 소통하죠. 그렇지만 전문 유튜버들처럼 매주 한두 개씩 꼭 영상을 올리지 않아요.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씩 영상을 올렸는데 저희 부부 생활이 유튜브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조회 수와 구독자 수에 몰두하게 되면서 마음이 피폐해졌달까요. ‘왜 내 영상을 안 봐주지?’라면서 구독자들을 원망할 수도 있고 유튜브 세계에만 열중할까 봐 섬뜩하더라고요. 우리는 현실에 사는 사람인데 유튜브 안에서만 몇 명이 봤고, 좋아요가 몇 개 눌렸고에 집중하면 우리의 삶을 살 수 없겠다고 깨달았죠. 그래서 영상 업로드 주기에 연연하지 않아요. 우리가 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와 소통하면서 소소한 유튜브 생활을 하고 있어요.

차박 토크, 출간, 유튜브 등 차박계의 많은 일을 해오셨어요.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차박과 캠핑 콘텐츠를 만들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유튜브든 출간이든 어떤 방식일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생활모험가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할 거예요. 그 첫 번째가 올여름 출간할 다섯 번째 캠핑 에세이예요. 아직 책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열심히 작업하고 있답니다. 매주 캠핑도 떠날 거고요. 좀 오그라들지만 죽는 순간까지 캠핑을 다닐 거 같아요. 나이가 들면 좀 더 편한 방식으로 캠핑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거 같아요.

유튜브 생활모험가

인스타그램 bliee_, big.b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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