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언젠가 만날> 펴낸 사진작가 이해선
<인연, 언젠가 만날> 펴낸 사진작가 이해선
  • 박성용 기자
  • 승인 2011.04.0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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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에서 작은 행복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오지 여행에서 만났던 현지 사람들을 얼마나 기억할까. 야속하게도 세월은 그들을 어깨 뒤로 스쳐갔던 하나의 풍경으로 만든다. 사진작가 이해선씨는 10년 전 라다크에서 만났던 그 풍경을 인연으로 여기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때 찍었던 사진들을 주기 위해서. 이 책은 그들을 만나고 온 여정을 담고 있다. 지난 2000년에 펴낸 <10루피로 산 행복>의 속편인 셈. 

“동굴 사원에서 여름 한철을 보내는 동안 죽을 만큼 외로웠지만 저를 치유해준 것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와 10루피짜리 작은 행복들이었습니다. 그 작은 행복들을 찾아 히말라야 골짜기를 떠도는 순례자가 되었어요.”

저자를 쏙 빼닮은 외모에 나이까지 같은 여인, 스칼장 아몽. 한 달에 한 번 들어온 버스를 향해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던 소년, 텐진 초파. 저자에게 군장돌마란 이름을 지어준 라마승 롭상 눌보 등을 재회하는 과정은 여행 에세이가 아닌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다. 그러나 저자에게 10루피의 행복을 알려줬던 소년이 이미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해 하는 대목에서는 깊은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라마승들은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황량한 곳에 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꽃이 피면 다시 지는 불가의 연기법을 체득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릴 줄 아는 그들 속에서 저자는 외로운 자아와 만난다.

저자는 어린 라마승들과 깊은 인간애를 나누면서 극한까지 내몰린 자신을 보듬는다. 그렇게 마음을 조금씩 치유하면서 저자는 사원의 일상을 현미경처럼 섬세한 눈길로 관찰하고 정갈한 사진과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삶에 지치고 또 수많은 관계 속에서 오히려 고독한 사람들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가 이 책의 미덕이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미국 발 금융위기로 나라는 물론이고 제 경제적 상황은 더 나빠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삶의 고통을 견디는 것에 제 자신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겨 돌아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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