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왕처럼 서울을 엿보다
진흥왕처럼 서울을 엿보다
  • 글 사진·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1.04.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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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산길 |(16)북한산 비봉능선

▲ 비봉에서 펼쳐지는 북한산의 모습이 가장 역동적이다. 멀리 백운대, 노적봉, 만경대가 화강암으로 빚은 연꽃처럼 보인다.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836.5m)은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수호신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 세계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북한산의 매력은 미끈하게 잘 빠진 화강암 봉우리에 있다. 최고봉 백운대, 암벽등반의 메카 인수봉, 무속인의 성지 보현봉 등 총 32개의 봉우리가 저마다 독특한 바위미를 자랑한다. 그래서 북한산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능선 산행이다.

순조 탄생 비화가 서린 목정굴
주능선·의상능선·원효능선·우이능선·진달래능선 등 북한산의 뼈대를 이루는 여러 능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비봉능선이다. 이곳은 북한산 서쪽 향로봉에서 문수봉까지 약 2.5km에 불과하지만, 서울 시내가 손금 들여다보듯 훤히 보이고 북한산 전체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이처럼 전망이 좋고 풍광이 빼어나기에 진흥왕이 비봉(碑峰)에 순수비를 세우고 이곳이 자신의 땅임을 선포했던 것이다.

비봉능선의 등산 코스는 구기동을 들머리로 비봉·승가봉·문수봉을 차례로 넘고 대남문에서 구기동으로 하산하는 길이 정석이다. 구기동 이북5도청을 지나 골목길 모퉁이를 두어 번 돌면 비봉탐방지원센터가 나오는데, 4월 말쯤 이 일대는 벚꽃이 흐드러진다. 산행이 시작되면서 작고 아담한 계곡이 펼쳐진다. 졸졸 흐르는 개울을 기분 좋게 따르면 왼쪽으로 목정굴(木精窟) 안내판이 나온다. 등산로는 오른쪽이지만 목정굴을 구경하고 가는 것이 좋다.

▲ 비봉에는 한국전쟁의 총탄 흔적이 남아 있는 진흥왕 순수비가 서 있다.

목정굴은 순조 임금의 탄생 비화가 서린 동굴이다. 당시 고승으로 이름 높았던 농산 스님이 정조의 부탁을 받고 이 굴에서 기도를 드리다 입적해 순조 임금으로 환생했다는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목정굴은 기도발이 잘 듣기로도 유명하다. 굴 법당 안 수월관음보살 뒤로 계곡이 통하고 있어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외부의 잡음을 차단하여 삼매에 들기에 좋다. 

굴에서 이어진 길을 따르면 금선사가 나온다. 최근에 건물들을 세워 고풍스러운 맛은 없지만 산세와 어울려 분위기가 좋다. 절을 나오면 다시 등산로가 이어지고 아름드리나무들이 들어찬 호젓한 숲길이 끝나면서 돌계단이 이어진다. 30분쯤 된비알을 오르면 왼쪽으로 탕춘대능선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해 향로봉과 비봉 사이의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일단 능선에 붙으면 길은 순하다. 10분쯤 가면 비봉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화강암들이 켜켜이 쌓인 비봉은 오르는 길이 약간 위험하지만, 두 손으로 짜릿한 바위맛을 느끼며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는 진흥왕이 555년 한강 일대를 평정하고 그 업적을 기리고자 세웠던 순수비(원형복제비)가 서 있다.

비석 앞에서는 북악산과 남산, 광화문의 빌딩들, 여의도와 63빌딩, 그리고 굽이쳐 흐르는 한강까지 한눈에 잡힌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서울의 참모습이다. 반대쪽으로는 능선 위로  백운대, 노적봉, 만경대가 봉긋 솟아올랐다. 그 모습은 마치 화강암으로 빚은 연꽃 같다.

자연돌문 통과해 문수봉으로

비봉에서 내려와 5분쯤 가면 사모바위다. 이 바위는 남자들이 혼례식 때 머리에 쓰는 사모(私募)처럼 생겨 그렇게 부른다. 이곳은 헬기장이 넓고 주변 풍광이 좋아 휴식 장소로 인기가 좋다. 이어 승가봉을 넘으면 자연돌문에서 발걸음이 멈춰진다. 바위가 만들어낸 돌문을 통과하면 마치 신비의 세계로 입장하는 느낌이 든다.

북한산 비봉능선 정보
비봉능선은 북한산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산길은 이북5도청~비봉~문수봉~구기동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거리는 약 7.5km 4시간쯤 걸린다. 좀 더 산행을 즐기고 싶으면 대남문에서 주능선을 타고 백운대나 의상봉, 산성계곡 등 다양한 코스를 잡을 수 있다.

교통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0212번 초록색 버스를 타고 종점인 구기동 이북5도청에 내린다.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와 7211번 초록색 버스를 타면 구기삼거리에서 하차해 10분쯤 오르면 이북5도청이다.

맛집
구기동의 옛날민속집(02-379-6100)은 15년째 국산 콩을 직접 갈아서 만든 손두부, 콩비지, 청국장 등을 내놓는 유명한 한식집이다.

추천하는 메뉴는 보리밥정식. 10여 가지 반찬과 청국장, 콩비지, 누룽지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 보리밥정식 7천원. 청국장 6천원.

자연돌문에서 문수봉으로 가는 길은 암릉길과 우회로가 있다. 문수봉으로 직접 이어진 암릉길은 짜릿하고 경치가 빼어나지만 위험하다. 안전하게 우회로를 따르는 게 좋겠다. 암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왼쪽길을 따르는 우회로는 청수동암문까지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15분쯤 이어진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암문으로 들어서 오른쪽 산성길을 따르면 문수봉이 지척이다. 비봉능선은 문수봉에서 끝나지만 능선 마루금은 주능선으로 이어져 백운대까지 뻗어 나간다. 문수봉을 내려오면 북한산성 12개 성문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대남문이다. 2층 망루로 올라오면 보현봉이 잘 보이고, 그 옆으로 서울 시내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하산은 성문 밖으로 나가 구기계곡을 따라 내려오게 된다. 계곡을 만나기까지 급경사가 이어지니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내려온다. 구기계곡은 계곡미가 빼어나고 수량이 풍부하지만 좀 험한 것이 흠이다. 30분쯤 내려와 다리를 건너면 구기약수가 나온다. 이곳에서 목을 축이고 두 번 더 다리를 건너면 산행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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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ibelle 2011-07-01 00:04:56
At last! Someone who understands! Thanks for potsn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