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펄떡 뛰는 봄을 후려랏
펄떡펄떡 뛰는 봄을 후려랏
  • 글·사진 안창욱 본지 부산경남지사장
  • 승인 2011.04.29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가덕도 연대봉 & 숭어들이 축제

육로 열렸다고 섬이 섬이 아니랴. 누가 남도의 큰 섬 하나를 가덕도라 처음 부르기 시작했을까.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이 섬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다 하고, 1544년(조선 중종 39) 섬 지역에 가덕진(加德鎭)과 천성만호진(天城萬戶鎭)이 설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 연대봉 정상에서 본 거가대교. 배가 지나가는 아래가 바다 속 침매터널 구간이다

제주ㆍ거제 다음으로 큰 섬

세월이 지나 한 백 년이 흘렀을 때 이 섬의 이름은 무엇일까. 답은 가덕도. 그 누구도 오답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이 땅 위에 살았고, 또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이제는 본격적으로 육로가 열린 가덕도이지만 그 이름처럼 36km에 달하는 섬 둘레 곳곳에 섬의 풍치가 여전히 간직되어 갈 것이다. 그래서 가덕도는 섬이다. 그것도 제주도ㆍ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이름을 간직해 갈 것이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의 기억을 벗고 맨 처음 남도의 봄을 만나러 가덕도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봄소식을 실은 남도의 바다와 그 봄 바다 속의 이야기를 은빛으로 알려줄 숭어를 만나러 가보자.     
섬 산행의 묘미는 바로 산과 바다를 동시에 섭렵하는 것. 오밀조밀한 산세 속에서 멀리 수평선 끝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항구와 그것을 잇는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묘미일 것이다. 게다가 푸른 바다의 봄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가덕도는 연대봉(459.4m)·매봉(359m)·응봉산(314m)·웅주봉(339m)·삼박봉(310.9m)·구곡산(235m)·감금봉(198m)·국수봉(280m)등의 산이 선창, 눌차, 두문, 천성, 대항, 외양포, 새바지 등의 항구를 가지고 있다. 육지에 비하면 낮은 산들과 작은 항구들이지만 그 나름의 조화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 한반도의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연대봉 봉수대

거가대교 놓여 더 가까워져

가덕도에서 산과 산을 잇는 능선, 산과 항구를 잇는 오름길, 항구와 항구를 잇는 둘레길을 모두 섭렵하려면 족히 일주일은 걸린다. 게다가 날씨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바다와 하늘색까지 감상하려면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덕도 산행 코스 가운데 어느 하나를 딱 꼬집어 추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가덕도의 산과 항구, 어느 길을 가더라도 섬의 운치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언제나 상쾌한 바닷바람이 함께 하고, 작은 포구를 거치는 길에는 뭔지 모를 감흥이 함께 한다. 힘들어 돌아보는 길에는 항상 바다가 있고, 바다와 맞닿은 경계에서는 싫지 않은 비린내가 함께 한다. 푸른 소나무들이 산길을 품고, 푸른 바다가 해안길을 받쳐 든다. 가덕도는 섬 산행의 묘미를 모두 담고 있다. 단지 담지 못하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과 세월뿐.   

가덕도 정상인 해발 459.4m의 연대봉은 말 그대로 쪽빛 바다를 가슴에 한가득 안을 수 있는 산이다. 정상에서 연대봉 암봉을 걸쳐 내려다보는 조망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남쪽으로는 끝없이 태평양이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부산 다대포와 태종대, 해운대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거제도와 남해 사천 일대의 산들이 펼쳐진다. 특히 작년 12월에 개통된 거가대교의 침매 터널 진입로와 현수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운치를 확인하노라면 어디선가 봄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느끼려 애쓰지 않아도 섬에 내린 봄기운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정상에 복원해 놓은 봉수대는 일본 대마도와 가장 가까운 연변봉수대로 서쪽으로는 충주, 북쪽으로는 대구를 거쳐 영천, 동쪽으로는 다대포와 교신하는 역할을 했다. 봄바람이 불고 있는 연대봉 봉수대는 한반도의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허락되면 수려한 풍경과 등대의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덕도 등대, 러ㆍ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설치했던 외양포의 요새부터, 대원군 척화비, 대항, 세바지 동굴 등을 둘러볼 수도 있다. 모두 가덕도가 가진 문화유산들이다.

▲ 매년 4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숭어들이축제가 열린다

4월에 열리는 숭어들이 축제

사람들은 수렵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오랜 수렵 생활에서 전해진 본능 때문일 것이다. 육지에서의 야생 수렵은 대부분이 금지되었지만 일부 수자원 보호 어종을 제외하고는 바다에서의 수렵은 육지와는 정반대에 있다. 더 크고 넓은 바다의 관대함 때문일 것이다.

바다 속에서 가덕도의 봄을 알리는 어종은 바로 숭어다. 가덕도의 대표 어종은 대구와 숭어. 가덕 대구는 임금님에게 진상할 정도로 유명한 어종이었고 가덕 숭어 역시 가덕도의 명물이다. 특히 봄철 가덕 숭어는 춘곤증을 몰아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 가덕도에서는 전통 방식인 ‘육수장망’ 어법으로 숭어를 잡는다

가덕도에서는 전통 방식인 ‘육수장망’ 어법으로 숭어를 걷어 올리는데 이를 ‘숭어들이’라고 한다. 숭어들이는 숭어 떼가 가덕도 앞바다로 몰려오는 봄철 강서 지역에서 전통으로 내려온 어로방식이다.

6척의 소형 무동력선이 숭어가 떼 지어 다니는 물목에 진을 치듯 타원형으로 그물을 깔고 기다리다 숭어 떼가 그물 안으로 들어오면 어로장의 “후려랏” 구령에 맞춰 재빠르게 그물을 들어 올려 숭어를 잡는다. 6척의 배가 한 조가 된다는 데서 유래돼 ‘육수장망 숭어들이’ 라고도 부르는 숭어들이는 16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숭어 떼가 많이 몰려 올 때는 바다물빛이 불그레하게 변하는데, 숭어들이 시연회에서는 이 같은 광경과 함께 숭어들이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덕도의 봄을 알리는 숭어들이 축제에서는 숭어들이 시연회 말고도 바로 잡아 올린 숭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시식회와 맨손 숭어잡기 대회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