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매요, 함께 봄소풍 가실래예?”
“아지매요, 함께 봄소풍 가실래예?”
  • 글 사진·이두용 기자 | 협찬·와일드로즈
  • 승인 2011.04.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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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트레킹 | ② 지리산 둘레길

여성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가 진행하는 둘레길 걷기. 이번 달은 남쪽 땅에 성큼 찾아온 봄을 맞으며 걷는 지리산 둘레길 3코스다. 오늘 걷는 길은 그 중에서도 걷기 좋고 볼 것도 많은 장항교~매동마을~중황마을~상황마을~등구재~창원마을~금계마을로 이어지는 11.7km 단축 코스다. 

▲ 지리산 둘레길 3코스는 장항교~금계마을 구간으로 제방·마을·산·계곡을 지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봄 맞으러 가입시더

오늘 함께 걷기로 한 사람들은 경상남도 와일드로즈 진주점 고객. 출발지인 장항교는 전라북도 남원에 위치해 있다. 진주 공설운동장 앞에서 모여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장항교로 이동했다. 다들 봄소풍 떠나는 여고생들처럼 표정이 밝다.

버스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니 쏟아지는 햇살이 영락없는 봄이다. 둘레길 안내도를 한번 훑어보고 첫발을 내딛었다.

▲ 지리산 자락 품에 안긴 산촌마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늑하고 정겹다.

“정말 봄이 왔네예. 산행은 봄하고 가을이 참 좋지예.”
노정숙씨가 깊게 눌러 쓴 모자를 들어 햇살을 올려다보며 말을 건넸다.
“진주에는 산악회가 참말로 많았지예. 1997년 IMF 맞고 1999년에 196개나 됐다카더라고예. 지금은 많이 줄었다카는데 아직 많아예.”

산청 방향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걸었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는 포장도로가 많다. 하지만 흙길과 산길이 잘 섞여 있고 높낮이와 폭의 변화가 많아 걷기에는 지루하지 않다.

포장길 오르막을 올라 우측으로 도는가 싶었는데 양옆으로 나무들이 줄지어 섰다. 시원한 숲길이다. 나무들이 만들어 준 그늘이 제법 아늑하다. 뙤약볕이 쏟아지는 여름에 이 길을 걸으면 서늘한 기운이 돌 것 같다.

▲ 3코스 구간은 흙길과 산길이 잘 섞여 있고 높낮이와 폭의 변화가 많아 걷기에 지루하지 않다
숲길을 지나면 다시 포장도로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데 길이라도 잃을까 누군가 도로 위에 스프레이로 화살표를 그려 방향 표시를 해 놨다.

표시를 지나 중황마을을 통과하니 갈림길이 여럿이다. 좌우로 뻗는 길의 구별이 없어 이정표가 없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곳을 지날 때는 지도를 한 번 확인하면서 걷는 게 좋겠다. 

 상황마을을 지나면 오롯한 흙길을 밟으며 등구재를 넘는다. 해발 650m의 등구재는 거북이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라북도에 속한 상황마을과 경상남도의 창원마을을 이어주는 고개다. 숨을 몰아쉬며 등구재를 넘으니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참가자들마다 배낭에서 싸온 과일이며 음료를 꺼내 서로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음식 나눔은 늘 보기 좋다.

거북이등 타고 넘어 숲으로

▲ 종이에 소원을 적어 나무에 붙여둔 모양이 하얀 나뭇잎처럼 보였다.
“이렇게 자연이 좋은데 제가 산에 안 오겠습니꺼. 이레 사람도 많고 자연도 좋고 공기도 맑아가 이 맛에 산에 오지예.”

윤성희씨가 배낭에서 물을 꺼내들며 산행 소감을 말했다.
“그래도 마 길이 좀 심심하다 안 하나. 흙길을 걸어야 좋은긴데 시멘트가 너무 많다. 시멘트에서 오르락내리락해가 발바닥이 안 아프나.” 박숙여씨도 둘레길에 대해 한 마디 한다. 의견은 달라도 공기 좋고 하늘이 아름답다는 것은 모두 공감이다.

휴식을 통해 기운을 차린 참가자들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 숲길을 따라 등구재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10여분 쯤 걸었을까. 길옆으로 나무에 하얀 종이가 가득 붙어 있다. 가까이 가보니 사람들이 종이에 소원을 적어 붙여둔 것이다. 멀리서 보니 하얀 나뭇잎이 수북이 달려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바람이 모여 만든 나무다.

창원마을로 접어들면 목적지인 금계마을까지 낮은 산 하나를 넘는다. 들머리부터 걸었던 포장도로에 싫증나 있던 참가자들이 날머리에서 쾌재를 부른다.

▲ 지리산 둘레길 순례는 와일드로즈 진주점 고객들과 함께 진행했다

솔향기가 그윽한 산길에 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여기저기서 나무를 베고 있다. 길 한쪽으로 대충 쌓아놓은 나뭇단이 걷는 사람들에게 위협적이다. 혹시라도 둘레길 개발을 위한 벌목이라면 오히려 산을 돌아가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적으로 높아진 걷기의 인기만큼 자연보호 의식도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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