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의 긴장감, “손이 떨려요.”
테이블 위의 긴장감, “손이 떨려요.”
  • 오대진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5.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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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 캠핑

아빠들은 피곤하다. 엄마들은 집안일로 바쁘다. 어린이들은 하교 후 곧장 학원으로 향한다. 한 가족이 저녁상을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은 이제 옛 일이 되었다. 시대가 바뀌면 문화도 바뀐다지만,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정의 달이다. 아이들과 근교에 나가 함께 어울려 보자.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넋을 잃어 보자. 안 노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 논 아빠 엄마들을 위해 캠핑장, 뒷동산에서 할 수 있는 가족놀이를 소개한다.

11살 동갑내기인 이가연과 김은지 어린이 가족이 놀이 캠핑을 떠났다. 둘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4년 단짝친구. 야외에 나와서도 둘만 있으면 다른 놀이가 필요 없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놀이의 대상이다. 가연이와 은지가 처음부터 발랄하지는 않았다.

▲ 매트 위 공간 놀이 중 원을 그리며 뛰어노는 모습.
가연이의 아버지 이민성 씨(51)는 늦둥이 딸을 본 이후로 고민이 많아졌다. 큰 오빠(21)와 무려 10살이나 차이나는 나이 때문. 가연이와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았다. 여기에 본인도 부상으로 2년간 운동을 못하게 됐다.

아이들과 무엇을 같이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민성 씨는 캠핑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그는 “캠핑을 선택한 것은 지금 와서 보면 참 잘 한 일“이라고 전했다.

가연이 어머니 박은자 씨도 야외활동이 아이들을 변화시켰음을 말했다. “아이들이 캠핑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먼저 진흙 놀이를 하자고 해요. 예전에는 흙 자체를 아예 만지지도 못했던 아이들인데.” 부부는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날 가연이와 은지는 처음 본 기자와도 어스름 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놀이를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부모님 따라 캠핑을 다니며 야외환경에 익숙해진 듯했고, 낯선 사람들과도 경계심 없이 친해지는 법을 몸으로 익힌 모습이었다.

▲ 마피아게임의 범인은?

▲ 은지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학습의 방법이 달랐다. 놀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며 학습을 한 가연이와 은지는 무엇을 하든지 곧바로 그 대상에 심취했다. 부모님의 놀이교육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승부욕을 자극했고, 동시에 집중력과 동기부여에 따른 자기주도적 성향을 길러냈다.

놀이 캠핑을 통해 가족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가연이 가족. 그들의 놀이 캠핑은 쉽게 따라할 수있는 놀이 77가지를 소개한 서적 '좀 놀아본 캠핑'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별한 준비물 없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놀이를 즐기는 가연이와 은지 가족. 그들의 놀이 캠핑을 지켜보자. 그리고 따라해 보자.

아빠, 새총 놀이 같이 해요-쉽게 할 수 있는 놀이 캠핑 4선

1. 나뭇가지 구출작전
필요한 건 작은 테이블과 나뭇가지다. 곳곳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들을 주워 테이블 위에 풀어 놓는다. 게임 방법도 간단하다. 테이블 위에 쌓인 나뭇가지를 옆에 가지를 건드리지 않은 채 빼내면 된다. 아이들의 집중력과 공간지각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아빠 엄마와 큰아들까지 합류해 5명이 게임 시작. 벌칙은 꿀밤과 엉덩이로 이름쓰기. 모두 긴장한 채 테이블 위만 바라본다. “매의 눈으로 보고 있다.” “긴장 돼요.” “깔깔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게임에 진지하게 집중한 모습. 의외로 아이들은 걸리지 않고, 어른들만 벌칙을 받는다. 아빠의 엉덩이로 이름쓰기가 시작되자 모두가 자지러졌다. 아이들의 벌칙은 걸그룹 골반 댄스. 엄마 아빠는 안 먹어도 배부른 표정이다.

2. 마피아 게임
일종의 역할극 게임이다. 범인과 형사를 정해 범인을 찾아내는 심리 게임. 가위바위보로 형사와 범인을 정한 후, 범인은 물품 하나를 숨긴다. 형사는 질문을 한 뒤 표정 혹은 행동들을 통해 범인의 포위망을 좁혀 간다. 범인은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나머지 게임 구성원은 진실만을 이야기한다.

은지가 형사. 은지의 날카로운 눈빛에 게임 테이블에 긴장감이 찾아왔다. “난 아니야.” 모두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은 범인이 아님을 어필한다. “다 지퍼를 내려봐요.” “손 털어요.” “팔 벌려 봐요.” 은지의 날카로운 수사가 계속됐고, 이내 감을 잡았다. “이모가 범인이에요!” “와우, 은지 촉 살아있네.”

3. 텐트 펙 새총 놀이
텐트 팩을 이용한 놀이다.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준비도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된다. 텐트 팩을 고무줄로 감싼 뒤 반대쪽 고무줄을 감싼 고무줄 안쪽으로 넣고 당겨주면 새총이 완성된다. 이제 총알을 만들 차례. 총알 만들기는 아이들의 그림수업 시간이다. 박스의 한 귀퉁이를 자르고 컵 밑둥을 받쳐 펜으로 그린다. 모양대로 오린 후, 자신이 원하는 문양대로 그림을 그린다. 예를 들면 무당벌레 모양. 다 그린 뒤 한 쪽 귀퉁이를 부채꼴 모양으로 잘라주면 된다. 쏘는 법은 일반 새총과 동일하다. 무당벌레 총알의 홈 부분에 고무줄을 끼우고 당겨서 쏘면 된다.

남자 아이들이 즐길 법한 놀이임에도 가연이와 은지는 연신 신나게 새총 방아쇠를 당긴다. 멀리 보내기 경쟁도 하고, 한 곳을 겨낭해 날려보기도 한다. 카메라를 향해 제법 그럴듯하게 포즈를 잡아본다.

4. 봄꽃 놀이, 장화 꾸미기
가연이와 은지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있던 놀이. 더 집중한 만큼 그 결과물도 놀라웠다. 세상에 둘도 없는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 장화가 완성됐다.

말 그대로 꽃잎으로 장화를 꾸미는 놀이다. 봄에는 떨어진 꽃잎으로, 가을에는 낙엽으로 하면 된다. 장화에 양면테이프를 붙인다. 그 다음에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등 형형색색의 꽃잎으로 자신만의 장화를 꾸미면 된다.

“엄마, 뭐 하는 거야. 내 작품을 망쳐놨어.” “예술의 세계는 난해한 거야.” “붙이지 마. 나만의 장화를 만들거야.” 엄마와 딸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동안 장화는 변신을 거듭한다.

분홍색 장화가 꽃장화로 변신했다. 리미티드 에디션 한정판 장화의 이름은 의외로 심플하다. ‘봄 장화’. 가연이와 은지는 봄 장화를 번갈아 신고 모델 워킹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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