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국토종주! Part1…한강 봄나들이
두 바퀴로 국토종주! Part1…한강 봄나들이
  • 오대진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5.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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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역~양평 37km

현재 우리나라 레저 부문에서 가장 각광 받는 분야는 무엇일까? 1000만 인구의 자전거와 300만 시대를 연 캠핑? 자전거와 캠핑 모두 즐기는 이들의 숫자가 말해주듯 어느샌가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해봤다. 이번엔 자전거 캠핑이다. 미니벨로 하나로 국내와 유럽을 누비던 막무가내 라이더가 자전거와 캠핑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우며 국토종주에 도전한다.

국토종주가 동네 마실 나들이는 아니다. 10일 이상 휴가를 주는 신의 직장도 흔치 않다. 방법은 있다. 국토종주길을 구간 별로 여행한다. 주말을 이용 1박 2일, 2박 3일이면 충분하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국토종주를 넘어 일본과 유럽 종주까지 그려본다. 월급 탈탈 털 각오도 이미 되어 있다.

▲ 국토종주길의 서막. 본격적인 라이딩. “달려라 달려.”
자전거 캠핑, 출바~알!

준비는 간단하다. 자전거와 캠핑장비만 있으면 자전거 캠핑을 떠날 수 있다. 농이 아니다. 기자도 첫 자전거 캠핑을 이렇게 떠났다. 바퀴 두 개 달린 자전거와 최소한의 캠핑장비만을 갖추고.

어땠냐고?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캠핑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마음먹었을 때 떠나면 된다는 이야기다. 무엇이든 마음먹기까지가 어렵다. 완벽할 순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도 없다.

마음을 먹었으면 이제 누구와 어떤 루트로 갈 것인지를 정하면 된다. 시작은 팔당역에서 양평까지 약 37km. 봄나들이 겸 몸 풀기 코스로 정했다. 누구와 가느냐만 남았다. 기자는 친구가 없다. 평일에 유유자적 할 수 있는 부르주아 친구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혼자 5춘기 놀이를 할 순 없는 법. 편집장이 친히 지인을 소개해 주었다. 신의 직장(?)에 다니는 정민우 씨다.

사진 선배까지 세 명 모두 남자다. 갑자기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세 사람 모두 다음 달엔 무조건 여성회원을 합류시키겠다며…. 자전거 캠핑 여성회원을 모집합니다. 독자 의견 기다리겠습니다.

▲ 자이언트 리볼트 1, 툴레 투어랙, 툴레 트렁크 백, 툴레 팩앤페달 쉴드 패니어, 말로야 ClauM(후드), 말로야 GionM. 1/1(바이크 셔츠), 말로야 LegwarmerM. Camo(레그워머), 말로야 RinaldoM(반바지), 스미스 오버테이크(헬멧), 닥터유 에너지바, 닥터유 99라이트바, 스노우피크 시에라 컵, 스노우피크 티타늄 코펠, 스노우피크 오젠 미니테이블, 스노우피크 기가파워 스토브 수동, 알프스 이소가스, 제로그램 티타늄 컵, 코디엠 티타늄 스푼 세트, 코베아 KL-805 프리미엄 티탄 가스 랜턴, 자이언트 퓨어 더블스트링 물통 600cc, 트리덴트 크라켄 스마트폰 거치대, 블랙다이아몬드 스톰 헤드램프, 블랙다이아몬드 올빗 랜턴, AVK 알로에베라 선블록 크림, 클라이밋 이너시아 엑스라이트(매트리스), 클라이밋 인슐레이티드 스태틱 브이(매트리스), 니모 퀀텀 엘리트(텐트), 마모트 미티어(침낭), 자전거 전조등 후미등 자물쇠

팔당역 맛 집인 초계국수집에서 한 그릇을 비우고 출발. 아, 이번에는 미니벨로가 아니다. 장거리를 소화할 수 있는 프레임 강성에 일반도로와 비포장길, 흙길에 적합한 자이언트 리볼트1REVOLT 1 모델을 골랐다. 랙에 패니어까지 장착하고도 15kg이 넘지 않는 녀석이다. 민우 씨의 그라비어GRAVIER 역시 10kg 초반 대. 투어링 바이크로 적합한 녀석들이다. 여행은 짐과의 싸움이다. 자전거여행 뿐 아니라 배낭여행, 패키지여행도 마찬가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무게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여행의 만족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팔당역에서 옛 기찻길을 따라 페달을 밟는다. 봄꽃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달리자 멀리 팔당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곤 곧바로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길에 터널이? 팔당에서 양평까지 이어지는 자전거길의 대부분은 예전 철길로 사용되던 코스다. 철길만이 주는 운치와 분위기가 제법 그럴 듯하다. 터널 내부 조명까지 신경 쓴 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처음 자전거터널을 통과한 민우 씨는 “색다르네요. 자전거길에 터널이라니”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남자 셋 자전거 캠핑도 그렇게 삭막하지 않은데? 하하.

▲ 팔당댐 앞 봉안터널. 라이딩 중 터널 구간은 시원하다.

페이스 조절과 휴식

자전거를 많이 타보지 않은 사람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오버페이스다. 라이딩 초반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장거리 라이딩의 가장 큰, 가장 흔한 실수다. 여기에 자전거를 꾸준히 타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장거리 라이딩을 하게 되면 엉덩이, 허리, 손목 등에 통증을 느낀다. 꾸준히 타던 사람도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자전거 위에서 보낸다면 마찬가지다.

라이딩 거리가 하루하루 늘어나면 몸은 통증을 이겨내며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그러나 적응 시간을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쾌적한 라이딩을 위한 첫 번째 팁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근육의 이완과 수축이 필요하다. 오르막과 평지, 내리막에서는 적절한 기어 변속으로 근육과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한다.

▲ 여유를 즐기며 벚꽃 핀 자전거길을 라이딩.

두 번째는 자전거 위에서 몸을 계속 풀어주는 것이다. 엉덩이에 통증이 있다면 안장의 앞뒤를 번갈아 앉는다. 장시간 수그린 자세로 허리가 아프다면, 한 손 혹은 두 손을 떼고 스트레칭을 해준다. 장시간 같은 자세는 어떤 자세든지 몸에 무리를 준다. 손목이나 팔, 어깨, 목 또한 마찬가지. 주기적인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 도전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자전거 위에서 3시간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 자전거 캠핑은 경주가 아니다. 볼거리를 보고, 즐길 거리를 즐기며 여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자전거에서 내려 재충전 시간을 갖는다. 스트레칭과 음료, 간단한 음식을 섭취해 빠져나간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라이딩 코스에 평소 관심을 가졌던 문화재나 관광지 등이 있다면 잠깐 돌아보자. 잠깐의 관람 시간 동안에도 몸은 알아서 다시 라이딩 준비를 마친다.

▲ 석양을 머금은 양수철교.

명소를 거쳐 캠핑장으로

남한강자전거길을 따라 10km 정도를 가다 보니 거대한 철골구조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구 양수철교다. 지금은 새로 건설된 양수철교가 중앙선 열차를 떠받치고 있다. 철교는 노장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듯 원숙미를 뽐내며 말한다. ‘어서 와. 자전거 철교는 처음이지?’ 민우 씨는 “오늘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네요. 10여 년 전에 자전거 전국일주 할 때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자전거길 참 멋집니다.”라며 철교를 감상한다. 몇 차례 와 보았던 기자도 철교 위를 달릴 때 나는 특유의 기차 소리가 듣기 좋아 몇 번이고 같은 구간을 왕복했다.

철교를 지나면 양평의 명소인 두물머리 물래길을 만날 수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는 아침 일출과 저녁 노을, 새벽 물안개로 유명하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진 두물머리는 출사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 세미원의 열수주교. 다리를 건너면 두물머리다.

두물머리의 흙길을 지나면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이 기다리고 있다. 세미원은 장자의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말에서 따온 이름으로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이다. 세미원에 입장하면서부터 기운을 느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셋과 세미원. 썩 어울리는 그림이 아니다.

평일임에도 많은 연인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예쁘게 치장한 정원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했다. 건장한 남자 셋도 여유를 즐겼다. 그러나 차마 셔터를 누를 순 없었다. 남자들끼리의 여유를 사진으로 옮길 용기가 부족했다. 또 다시 여성회원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 여성회원의 참여를 여전히 갈구한다. 자전거 캠핑이 끝나는 그 날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 두물머리 물래길의 새벽

이제부터는 제대로 라이딩이다. 목적지인 양평관광농원캠핑장까지는 약 22km. 여유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해가 산자락에 걸려 있다. 알피엠rpm이 높아진다. 입으로 중얼중얼 거린다. ‘나는 빠르다. 내 허벅지가 최고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아님 말고. 쉬지 않고 1시간 30분 가량 페달을 굴렀다. 아신역을 지나 국도로 올라선다. 캠핑장까지 6km 정도 남았다. ‘이 정도야 뭐’ 생각하고 민우 씨와 사진 선배에게 “조금만 올라가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후에 캠핑장에 도착해선 “조금은 아니었었었던 것 같다.”라며 서로 입을 모았다.

▲ 양평관광농원캠핑장의 밤. 니모의 퀀텀 엘리트QUANTUM ELITE와 다이거DAGGER.
마지막 구간이 경사다. 계속. 내리막 하나 없는. 캠핑장에 거진 다 도착했을 때는 허벅지가 조금씩 땡겨 왔다. “내가 이래봬도 ‘보살팬’인데 이런 것도 못 참겠어?”라며 또 다시 궁시렁궁시렁. 드디어 캠핑장 입구가 보인다. 빙그레 이글스로 시작한 내추럴 본 한화팬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 첫날 라이딩 종료. 약 37km 코스. 봄나들이로 제격이었다.

캠핑장의 넓디넓은 데크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각자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을 먹는다. 물론 개운하게 새 단장을 하고. 텐트는 자전거 캠핑도 백패킹과 마찬가지로 1~2인용 텐트가 적합하다. 3인용 이상은 부피가 커 패니어에 수납하기에 부담스럽다. 짐은 1/n 하는 것이 진리. 니모의 퀀텀 엘리트QUANTUM ELITE와 다이거DAGGER. 색도 봄에 어울리는 노랑, 초록. 고기에 술 한 잔 기울이며 라이딩 코스를 돌아본다. 사는 이야기도 하고. 밤하늘에 별이 많다. 이 맛에 캠핑하지.

다음 날 새벽 4시. 두물머리의 새벽 물안개와 일출을 보기 위해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새벽 라이딩. 참 오랜만이다. 간간이 차 소리가 들리지만, 바퀴 구르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에 이내 파묻힌다. 새벽이슬 맞으며 다시 두물머리로 회귀. 새벽 물안개라기보다는 그냥 안개가, 일출도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두물머리의 이른 아침은 20km를 달려오기에 충분했다. 약 80km의 첫 번째 자전거 캠핑 여정이 마무리됐다.

Epilogue
일상으로의 복귀.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편집장이 친히 차를 몰고 와주었다. “하루 사이 다들 볼이 쏙 들어간 것 같아요. 나도 나이 들어 오토캠핑만 하지 말고 운동이 되는 캠핑을 해야겠어요. 카약 캠핑이나 자전거 캠핑 같은. 안하면 퍼지겠어요. 예전에 ‘철TB’ 한 시간을 타고도 재밌었는데. 자전거를 사야 할까 봐요.” 편집장까지 네 남자는 커피 한 잔씩을 기울이며 자전거와 캠핑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민우 씨도 “오늘 오랜만에 새벽 공기, 정말 좋았어요. 어제 오늘 자전거길도 참 잘 되어 있어 새삼 놀랐구요.”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즐긴다. 그러나 기자는 예외였다. 자전거 페달에서 발을 내려놓았을 때 이미 원고와의 전쟁이 시작됨을 알고 있었다. 초조했지만, 다른 이들의 여유를 빼앗을 순 없었다.

이제 짐을 정리하고 진짜 출발. 침낭 개고, 텐트 걷고, 마무리만 하면 되는데... 응? 비가 쏟아진다. 홀딱 젖었다. 텐트라도 걷고 비 맞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좋은 기억들만 남았으니 그렇게 생각해야겠지. 다음 달 목적지는 충주호다.

자전거 캠핑 TIP
1. 장비
간단하다고 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전거 캠핑도 여느 여행처럼 꽤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크게 보면 자전거와 캠핑 용품이다. 우선 자전거는 짐을 실을 랙과 패니어에 스마트폰 거치대, 물통, 자물쇠, 전조등, 후미등 그리고 헬멧, 장갑 등이 필요하다. 캠핑 장비에는 텐트와 침낭, 매트리스, 코펠, 버너, 가스 등이 있다. 종류는 많지만 텐트, 침낭의 부피만 최소화 한다면 자전거 패니어에 여유있게 수납 가능하다.

2. 안전
“차 조심해라.”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소리다. 맞는 말이다. 차를 조심해야 한다. 국토종주길 대부분 코스는 자전거도로다. 그러나 코스 연결 구간이나 일부 구간은 도로와 인접해 있거나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차가 아니더라도 시속 20~40km 이상을 오가는 자전거 라이딩은 충돌이나 낙차 시 큰 부상을 입을 수가 있다. 헬멧은 꼭 착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화 되지 않았으나 자전거 라이딩 시 헬멧은 필수다.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같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 첫째도, 둘째도 안전 헬멧을 꼭 착용하자.

※장비지원/ 자이언트코리아, 툴레코리아, 엠케이아웃도어, 말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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