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금성
우리가 몰랐던 금성
  • 글 사진 김호섭 별과꿈 별관측소 소장
  • 승인 2015.04.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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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새벽과 초저녁에만 만날 수 있어요

늦은 밤 하늘에는 별 중에서 가장 밝다고 알려진 시리우스보다도 두 배 이상 밝은 목성이 밤하늘을 빛내고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 별 손님들에게 “저게 뭘까요?”라고 질문을 하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대답은 “샛별” 즉 “금성”이다. 금성이 매우 밝은 천체라는 고정관념 때문일까. 시간대에 상관없이 매우 밝으면 ‘샛별’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린다. 일 년 전 금성에 대해 조금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금성이 아주 잘 보이는 시기라서 이번 호에서는 보다 자세히 금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금성의 위상 변화. 금성이 태양을 공전하면서 지구와의 거리에 따라 크기가 현저하게 변화하며 모양도 달처럼 변한다. 갈릴레이는 금성의 위상변화를 관측한 결과를 스케치로 남기고 태양중심설(지동설)의 강력한 증거로 삼았다. (2014년 제22회 천체사진공모전 대상작품. 사진:박대영)

먼저 금성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본문에 들어가고자 한다.
금성은 밝은 별이다?
No. 금성은 밝은 행성이다.
금성은 일 년 내내 볼 수 있다?
No. 지구에서 봤을 때 태양 가까이 가면 보기 힘들다.
금성은 한밤중에도 볼 수 있다?
No. 금성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금성은 새벽에만 보여서 샛별이라 부른다?
No. 금성은 초저녁에도 보이는 때가 있다.

금성에 대한 오해는 밤하늘 관측에 많은 혼선을 빚게 한다. 초보자들은 금성처럼 밝게 빛나는 천체 때문에 별자리를 그릴 때 흔히 오류를 일으킨다. 금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그 혼선을 줄이고 밤하늘을 멋지게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이다. 금성 관측을 천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이런 식이다.

▲ 금성의 태양면 통과 2012년 6월 6일 (사진:김호섭)다음 금성의 태양면 통과는 105년 뒤인 2117년 12월 11일에 나타나는 진귀한 현상이다. 금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을 정밀하게 관측함으로써 금성에 직접 가지 않고도 금성의 대기 및 거리에 관련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고, 외계 항성 앞을 지나가는 외계 행성의 기준자료를 추출할 수 있어 천문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금성은 내행성이기 때문에 한밤중에 볼 수 없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이해했다면 아랫부분은 읽을 필요가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제부터 꼼꼼하게 정독해 주길 부탁한다. 우선 내행성에 대한 정의부터 알아보자. 내행성은 태양계에서 지구 안쪽에 있는 행성, 즉 수성과 금성을 말한다. 두 행성의 관측적인 속성은 유사하므로 금성에 대해서만 이해를 하면 수성 또한 이해했다고 봐도 된다. 금성은 연중 밝기와 모양이 계속 변한다. 금성이 내행성이기 때문에 지구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는데 그 와중에 모양과 밝기가 변하는 것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 모양의 변화를 반복하는 것처럼 금성도 지구-태양-금성의 삼각관계 때문에 달과 같은 모양의 변화를 겪는다. 이것이 내행성의 특징 중 하나다.

다시 금성에 대한 핵심적인 사항을 정리해 보자. 금성은 새벽에 보일 때도 있고 초저녁에 보일 때도 있지만, 한밤중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금성이 밝기 때문에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내행성의 공전주기가 지구 궤도 안쪽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늦은 밤에 당신이 아무리 ‘샛별’같이 밝은 천체를 봤다고 한들 그것은 다른 건 몰라도 금성은 아니다.

▲ 금성과 수성이 한밤중에 보이지 않는 이유(일러스트:이두용)

[그림]을 보자. 태양이 떠 있고 관측자가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이럴 때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태양 주변 가까이에 수성과 금성이 항상 있다. 내행성이기 때문이다. 수성은 태양과 워낙 가까우므로 일단 제쳐놓고, 금성조차도 손을 뻗었을 때 태양으로부터 두 뼘 이상 멀어지지 않는다. 즉 금성은 아무리 태양으로부터 멀어져 봐야 지구 쪽에서 봤을 때 여전히 태양 근처 어딘가에 있다는 말이다.

내행성인 금성과 수성은 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 주변의 공전궤도 밖으로 벗어날 수가 없다. 금성이 태양으로부터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 궤도 범위 안에 있게 되는 것이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이 뜨고 지므로 수성과 금성은 늘 태양 근처 어딘가에 있게 된다. 금성이 A의 위치에 있게 되면 새벽에 태양이 뜨기 전에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태양이 뜨고 날이 밝으면 보이지 않게 된다. 새벽에 보이므로 이때의 금성을 ‘샛별’이라 부른다.

그러나 B의 위치에 놓이게 되면 새벽에 보이지 않고, 태양이 서쪽으로 진 후 금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처럼 금성은 저녁에 서쪽에서 보이기도 하는데 이때는 ‘개밥바라기’라고 부른다. 저녁 시간에 마당에 있던 개가 금성이 넘어 갈 때쯤 배가 고파져 밥 달라고 짖는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 우리 조상의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2015년의 금성은 7월 말까지 ‘개밥바라기’로 있다가 8월 하순부터는 ‘샛별’이 된다.

결론적으로 금성은 일 년 중 ‘샛별’로 머무는 기간과 ‘개밥바라기’로 머무는 기간으로 나누어진다. 샛별에서 개밥바라기로 바뀌는 기간에는 태양과 매우 가까워 관측이 힘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샛별일 때는 새벽에만 보이다가 태양이 뜨면 사라지고, 개밥바라기 때는 태양이 진 뒤 나타났다가 서쪽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금성은 절대 한밤중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오늘은 금성의 위치가 어디일까?

용어의 명확한 정리
태양계의 행성을 나누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법의 명칭이 한글표기로는 내행성, 외행성으로 동일하다.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형(암석) 행성을 내행성(inner planet), 목성형(가스) 행성을 외행성(outer planet)이라 부르는 것이 첫 번째 구분이다. 두 번째는 지구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수성과 금성을 내행성(inferior planet), 그리고 지구 바깥쪽에 있는 화성부터 해왕성까지의 행성을 외행성(superior planet)이라고 부른다. 두 가지를 구분 짓는 용어가 우리말로는 동일하니 어떤 식으로 표시하든, 그 의미를 알고 사용해야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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