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은 즐기다보면 잘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밍은 즐기다보면 잘할 수 있습니다”
  • 이두용 차장
  • 승인 2014.09.1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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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EME EXPERT | 스포츠클라이머 김자인

국내에 클라이밍이 인기다. 다이어트에 좋다거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다는 등 이유야 많지만 인기 비결에 ‘김자인’이란 세 글자를 빼놓으면 아쉽다.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김자인 선수는 가녀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대회를 석권했다. 이제 여성 클라이밍 부문에선 명실상부 세계 최고다. 

김자인 선수의 대회 수상이 어제 오늘일도 아닌데 그녀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급부상하고 있다. TV광고에 다양한 이벤트까지 섭렵한 그녀가 얼마 전엔 유명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이름에 대해 얘기했다. 등산용 밧줄인 자일에서 ‘자’를 따왔고 북한산 인수봉에서 ‘인’을 따와서 ‘자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방송이 나가고 수많은 매체에서 이 얘기를 앞 다투어 다뤘다. 김자인은 이제 단순한 선수를 넘어 국내 클라이밍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올 시즌 국제대회에서 3연속 우승을 하고 리드 월드컵 4차전에서는 준우승을 했는데 아쉬움은 없었나요?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어요. 다음 경기가 있기 때문에 지나간 일은 인정하고 열심히 다음을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9월에 있을 IFSC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우승을 하고 싶어요.(웃음) 지금까지 열심히 했으니 하던 대로 꾸준히 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괜찮은데 저에 대해 기대하는 분이 많아지면서 제가 부담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모두의 바람은 좋은 결과이니 응원이라고 믿고 경기에 임하려고요.
 
대회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나 징크스 같은 건 없나요?
제게 특별히 징크스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추울 때 하는 경기는 조금.(웃음) 예전엔 비를 싫어해서 비 맞으며 하는 경기가 좋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야외에서 열리는 경기가 많다보니 그건 자연스레 괜찮아 진 것 같아요. 경기 전에는 긴장을 풀기 위해 가볍게 과일이나 요거트를 먹는 데 제겐 좋은 습관인 것 같아요.

김자인 선수는 원래 운동신경이 뛰어났었나요?
제 스스로 운동신경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클라이밍을 오래 하다 보니 그쪽의 운동신경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저를 보고 ‘스포츠에 만능이 아닐까?’ 생각하시는데 저는 공으로 하는 운동을 잘 못해요. 몸을 움직인다는 기본은 같지만 사용하는 부위가 달라서 발달하는 부위도 다른 것 같아요. 저는 클라이밍과 관련한 도구만 잘 다룰 줄 알아요.(웃음)

몸이 작고 가녀린데 체중조절은 어떻게 하나요?
클라이밍이 전신을 사용하는 스포츠인건 맞지만 사용하는 부위만 반복해서 쓰기 때문에 클라이밍만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제가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인데 대회가 있거나 꾸준히 연습이 필요할 때는 음식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체중을 조절해요. 대신 마음껏 먹어도 될 땐 밀가루 음식과 고기를 즐겨서 먹어요.(웃음)

클라이밍을 하면서 두려웠던 순간은 없었나요?
물론 있었지요. 처음 클라이밍을 해봤을 땐 무서워서 울었어요. 그리고 한참을 안했지요. 다시 클라이밍을 시작했을 때도 사실 고소에 대한 공포는 있었어요. 그런데 반복하다보니 높이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높이 올랐을 때의 공포는 없어요. 그래도 추락에 대한 두려움은 늘 있는 것 같아요.

인공암벽과 자연암벽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인공암벽에서 클라이밍에 숙달한 후 자연암벽에 도전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엔 자연암벽이 조금 무서웠어요. 그런데 익숙해지고 나니 꽤 매력이 있더라고요. 인공암벽은 갈 수 있는 코스가 정해져 있어 계속 선택하면서 오르는 재미가 있다면 자연암벽은 코스도 난이도도 정해져 있지 않아 제 스스로 개척하며 오르는 재미가 있어요. 자연암벽을 오르면 인공암벽보다 뿌듯함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매체에서 인기가 많은데,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은가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쑥스럽지만 요즘 많이 불러주시는 ‘암벽 위의 발레리나’라는 호칭이 좋아요.(웃음) 암벽여제라는 표현을 많이 써주시는데 최고의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암벽 위에서 즐기는 제 모습을 발레리나로 표현해주신 것이 더 제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해요.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클라이밍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초등학생 때는 노래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어요. 가수는 아니고 성악가 같은.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합창단을 하기도 했어요. 클라이밍을 시작하기 전까지 성악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듣는 것은 좋아해요.(웃음) 그런데 클라이밍을 안했으면 아마 맛있는 빵을 만드는 제빵사나 꽃꽂이 하는 플로리스트가 되었을 것 같아요.

10년 후의 김자인 선수는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후에도 선수생활을 하고 있을까요? 만약 은퇴를 한다면 경기에 대한 압박감은 일단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클라이밍과 관련한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클라이밍이 제게 준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전하는 사람이 돼있지 않을까요? 
클라이머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제가 청소년 때는 제 또래 선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국내 대회를 보면 수상자 대부분이 어린 친구들이라 놀라요. 올해만 봐도 결승전에서 만난 선수들 중 제가 나이가 가장 많았어요.(웃음) 그런데 어린 친구들은 많이들 도전하지만 쉽게 포기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그 시기에는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실력을 쌓을 방법이 없거든요. 그런데 조금 해보고 성적이 안나오면 포기하는 것 같아요. 정말 클라이밍을 하고 싶다면 즐겁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즐기다보면 실력은 쌓이기 마련이거든요. 하나 더 얘기한다면 많은 경험이 실력에 도움이 되니 선수가 되고 싶다면 경험을 많이 쌓았으면 해요. 저도 20살 때부터 해외 경기에 참가하면서 국제 대회의 감각을 키웠던 것 같아요.  


김자인

1988년 9월 11일생. 고양시 산악연맹 부회장을 지낸 아버지 김학은 씨와 한국 1호 여성 스포츠클라이밍 1급 공인 심판인 어머니 이승형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권유와 클라이밍 선수로 활동 중인 친오빠 자하, 자비의 영향을 받아 암벽을 시작했다. 16살이던 2004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뛰어난 순발력이 필요한 볼더링과 지구력을 요하는 리드에서 모두 월드컵 우승을 했다. 리드, 볼더링, 스피드는 성격과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한 선수가 세 종목에서 기량을 보이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2011년 월드컵에서 여자부 사상 최초로 리드와 볼더링 타이틀을 석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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