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저씨의 별별이야기|은하수가 밤하늘을 수놓는 6월
별아저씨의 별별이야기|은하수가 밤하늘을 수놓는 6월
  • 글 김호섭 기자
  • 승인 2014.07.01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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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은하수의 파노라마

별쟁이들에게 밤하늘의 로망은 단연 은하수를 만나는 것이다.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변방에 있는 태양계에서 바라다 본 모습이다. 은하는 납작하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 길게 띠를 형성한 것처럼 보인다. 보통의 성인이면 우연히 올려다 본 밤하늘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본 기억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 몽골 남고비 사막에서 찍은 은하수.

그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고 은하수를 봤다고 생각하실지 모르나, 그것은 실제 은하수의 일부분 일뿐이다. 은하수는 엄청난 별의 밀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거리가 수만 광년에 이를 정도로 워낙 멀어서 별들이 우리 눈에 낱개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히 별이 많아 보이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거대한 띠를 형성하고 있다. 이 띠 내부에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풀리지 않은 암흑물질(dark matter)과 별들이 뒤섞여 여름철 밤하늘을 가로지르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 눈에는 하나의 거대한 띠처럼 어렴풋하게 보이는 은하수다.

6월은 은하수가 본격적으로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우리가 사진으로 보는 화려한 은하수 사진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인터넷을 통해 흔히 보는 은하수 사진은 보통 카메라를 고감도로 설정하고 노출을 20초에서 때로는 수분이상 오래줘서 사람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희미한 부분까지 담아낸 것이다.

따라서 화려한 은하수 사진을 보고 캄캄한 캠핑장 같은 곳에서 멋진 은하수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것이 좋다. 띠 모양으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어렴풋한 은하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 넘친다.

이 은하수를 쉽게 인지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은하수를 보려면 달빛이 없거나 밝지 않아야 한다. 즉 보름 전후로는 날씨가 아무리 맑아도 은하수를 보기 어렵다. 달빛 자체가 은하수를 감춰 버리는 광공해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충 맑은 정도가 아니라 투명도가 좋아야 한다. 투명도가 좋으려면 기본적으로 습도가 높지 않아야 한다.

▲ 몽골 은하수와 별쟁이(우측이 필자).

보통 우리나라는 맑고 건조한 날이라고 해도 밤의 습도가 70%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별로 없다. 게다가 그런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날은 6월부터 8월 사이에 그다지 많지 않다. 장마와 겹쳐 있고, 매달 보름 전후해서 일주일 정도는 관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은하수를 제대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진한 은하수를 보기 위해 2013년에는 몽골의 남고비 사막으로 촬영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었다. 일체의 옵션투어 없이 오직 은하수만 따라다녔던 열흘간의 여정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그때 보았던 우주의 심연 같은 진한 은하수의 감동은 사진보다 더 강렬하게 지금도 가슴과 머릿속에 남아있다. 몽골은 수도인 울란바토르만 벗어나면 대부분 아는 바와 같이 굴뚝이 없고, 끝없는 초원과 사막이 펼쳐져 있다. 인구밀도도 매우 낮은데다가 가로등 같은 광공해 요소가 없어 산에 올라갈 필요 없이 그냥 평지에서도 엄청난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여행경비가 저렴하고 국민성이 순한 것은 덤이다. 무뚝뚝한 친절함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그곳 노지에서의 열악한 캠핑은 불편했지만 밤하늘을 이불삼아 지샜기 때문에 모든 걸 감수하고도 남았다.

그렇다면 여름철 밤하늘 어디서 은하수를 찾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쉽게 얻으려면 여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 몇 개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흔히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부르는 세 개의 별을 우선 찾아보자. 대 삼각형의 세 꼭짓점에 해당하는 별은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와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 직녀성), 그리고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 견우성)다. 긴 이등변 삼각형을 연상하면 되는데 긴 변의 끝에 있는 별이 견우성이다.

▲ 몽골의 오지 테비쉬울 초원에서의 야영.

여름철 동쪽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들이므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세별이 떠오르는 순서는 베가(직녀성), 데네브, 알타이르(견우성)다. 이중 알타이르는 맨 하단에 있어서 늦게 떠오르기 때문에 밤이 되자마자 찾아보면 아직 떠오르기 전이라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6월 기준으로 알타이르가 떠오르는 시간은 대략 밤 10시 전후. 보통의 캠핑장은 사방이 완전히 트인 평지가 아니므로 해당 캠핑장의 동쪽 능선 높이에 따라 보이는 시간의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두자. 은하수는 대략 데네브 위치쯤에서 시작해서 직녀성과 견우성 사이를 관통하여 남쪽으로 궁수자리를 지나 전갈자리의 꼬리까지 이어져 있다.

여름철에 꼭 기억해야할 별이 몇 개가 있다. 앞서 얘기한 베가, 데네브, 알타이르 외에 하나 더 추가한다. 남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서 보면 매우 밝고 붉은 색이 강한 별 하나가 눈에 띈다. 이 별이 바로 전갈자리의 심장에 해당하는 안타레스다. 안타레스는 몇 가지 점에서 기억해 둘 만한 별이다. 안타레스는 태양 직경보다 무려 700배 이상 큰 적색초거성이다. 원래부터 이렇게 거대한 별은 아닌데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부풀어 오르고 있다.

쉽게 말해서 안타레스를 태양의 위치에 갖다 놓으면 그 덩치로 인해 수성, 금성, 지구, 그리고 화성까지 안타레스의 몸체 안에 들어가고 만다. 밀도는 지극히 낮아서 덩치에 비해 무게는 그리 많이 나가지는 않으며, 표면 온도도 나이를 먹음에 따라 계속 내려가서 현재는 대략 3500도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행성이다. 조만간 폭발한다면 블랙홀로 변할 것이다. 조만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우주에서는 최소 몇 억년 이후일 것이다.

▲ 여름철 밤하늘의 대삼각형.

백조자리는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신화가 전해진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제우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사랑해, 우아한 백조로 변신해 접근했다. 백조가 사라지고 레다는 2개의 알을 낳아 이들이 쌍둥이자리의 폴룩스와 카스토르가 되었다고 한다.

거문고자리는 리라 연주에 능했던 오르페우스가 죽은 뒤 제우스가 그의 리라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가 되었다. 서양에서는 당연히 리라(Lyra, 서양의 고대 현악기)자리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대로 적용하기에 부적합해 우리 전통악기인 거문고로 대치한 것이다.

독수리자리는 제우스가 변신했던 독수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제우스가 미소년 가니메데를 데려오기 위해 변신했던 독수리에 관한 이야기다. 트로이에 가니메데라는 아름다운 소년이 있었다. 그의 조각 같은 아름다움은 매우 뛰어나서 그 소문이 천상계까지 퍼져나갔다. 소문을 들은 제우스는 독수리로 변신하고 지상으로 내려가 가니메데를 발견하자 독수리의 발톱으로 가니메데스를 붙잡아 천상계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가니메데에게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주고, 신들의 연회에 참석하게 하여 술잔을 돌리는 역할을 맡겼다.

전갈자리는 사냥꾼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헤라 여신이 보낸 전갈에 해당된다. 전갈자리와 오리온자리는 거의 반대편 위치에 있는데, 이는 이들의 앙숙 관계가 하늘에서도 계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도 있다.

캠핑을 가거나 밤에 가족과 드라이브라도 나설 때면 은하수 관측에 도전해보자. 관람료가 없는 최고의 파노라마 생방송을 즐기기 위해서 그저 자리를 깔고 누우면 된다. 가만히 밤하늘을 즐기다보면 이따금 유성(별똥별)이 보너스로 당신을 위해 특별 출연해 줄 것이다.

김호섭 |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밤하늘의 매력에 빠져 별자리 공부를 시작했다. 현재 춘천의 강원도청소년수련관 별과 꿈 관측소(www.gystar.co.kr)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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