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벽소령대피소에 반달곰 출현
지리산 벽소령대피소에 반달곰 출현
  • 이주희 기자
  • 승인 2014.06.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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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야간, 탐방객 침낭 물어뜯고 달아나…비박·야간산행 자제 당부

지리산국립공원 대피소에 반달곰이 나타나 탐방객을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8일 오후 10시 25분경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지리산 벽소령대피소 앞에 있던 탐방객 2명에게 접근해 이들이 갖고 있던 침낭을 물어뜯었고, 즉시 대피소 직원들이 출동해 최루가스와 공포탄을 쏘자 달아났다고 밝혔다.

▲ 지리산 벽소령대피소 잔반통 주변을 돌아다니는 반달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탐방객 이씨는 “친구와 함께 대피소 외벽에 등을 기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추위를 피하기 위해 침낭을 덮고 있었는데 갑자기 곰이 다가온 것을 발견했다”며 “깔고 있던 매트리스를 곰 쪽으로 던졌고, 곰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신속하게 대피소 안으로 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를 일으킨 반달곰은 2010년 방사한 CF-38번으로, 올해 봄 새끼 두 마리를 낳아 양육하고 있다. 이 곰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이전에도 수차례 벽소령대피소에 나타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전기펜스 때문에 반달곰이 먹이를 찾기가 어려워지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배낭과 침낭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접근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 이번 사고에서 반달곰이 물어뜯은 침낭.

공단은 이 반달곰이 자연적응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회수해 증식용으로 활용키로 했다. 새끼들도 어미와 함께 데려와 자연적응훈련장에서 먹이활동과 대인기피 훈련을 시켜 방사할 계획이다. 또한 유사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또 다른 곰들이 대피소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음식쓰레기를 진공포장해 탐방객이 되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쓰레기 야적장도 야생동물이 접근할 수 없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공단 종복원기술원 권철환 원장은 “국립공원에서 비박할 경우 음식 냄새를 맡고 반달곰과 같은 야생동물이 다가올 위험이 있다”며 “비박과 야간산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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