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 부산 ④ 맛길
Korea Travel | 부산 ④ 맛길
  • 글 채동우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1.16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부산 음식
가난한 배 따뜻이 채워주는 소울푸드

부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유독 서민 음식이 발달했다. 대한민국 제2의 수도니 하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고 번화가의 훤한 간판들은 서울 못지않게 휘황찬란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안으로 파고들면 가벼운 주머니로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즐비하다. 동네 횟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수산물은 잠시 접어두고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진짜 부산 음식을 만나보자.

연탄불 석쇠 위에서 익어가는 추억,
원조할매집 산곰장어

어둑어둑하게 해가 지면 호텔 농심 뒷편 골목에서 곰장어 굽는 냄새가 피어오른다.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즐비하게 늘어선 곰장어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워낙에 유명한 곰장어 골목이라 맛은 비슷비슷하지만 그래도 한 곳을 꼽으라면 ‘원조할매집 산 곰장어’다. 40년이 넘게 곰장어만 구워냈는데 조리방법이 예전과 변함이 없다. 연탄불로 초벌구이 하고 양념에 버무려 한 번 더 구워 완성한다.

조리가 끝난 곰장어는 석쇠 위에서 동그랗게 모양을 잡은 뒤에 접시에 엎어 내는데 그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곰장어 가격이 올라서 서민 음식의 반열에서 사라진지는 오래다. 하지만 가게 밖에 조리실을 두고 연탄으로 곰장어를 굽는 모습과 변하지 않는 맛은 충분히 추억에 잠기게 한다.

· 양념구이 소 3만원, 중 4만원, 대 5만원
·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 135-16(금강로124번길 23-12)
· 원조할매집 산곰장어 051-556-3643


팥알이 터지고 인절미 조각이 씹히네, 남포동 팥죽 골목
씨앗호떡이 요즘 대세라고 하는데 원래 이 구역의 원조 먹거리는 따로 있다. 바로 단팥죽이다. 골목 초입에 들어서면 아지매들이 이리 오라며 손을 펄럭인다. 보통은 일단 눈이 먼저 마주친 가게에 들어서게 된다. 한 숟갈 푹 떠서 입에 넣으면 달콤함이 입안에 퍼진다. 그리고 곧이어 팥알이 톡, 톡 씹히는 즐거움이 찾아온다. 그리고 작게 썰어 올린 인절미가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다. 유심히 보니 팥죽 솥을 불 위에 발로 올리지 않았다. 커다란 솥에 물을 부어 그 위에 죽솥을 얹었다.


2번집 아지매는 “이렇게 중탕으로 죽을 데워야 팥 알갱이가 안 퍼진다”고 귀띔했다. 찬바람 부는 겨울, 남포동에 가면 꼭 단팥죽을 먹어보자. 적어도 기름에 튀긴 씨앗호떡보다 깔끔하다. 그리고 아쉬운 눈빛을 마구 쏘면 한 국자 더 퍼서 주는 아지매 인심도 훈훈하다.

·단팥죽 3000원 남포동 국제시장 내에 위치

짭짤한 고등어구이에 밥 한 그릇 뚝딱, 
명동정식식당

일상의 식사란 딱 필요한 만큼 깔끔하게 먹고 일어서는 것. 그런 면에서 보자면 명동정식식당에서 파는 고등어 정식은 칭찬받을만하다. 단출하게 차려내니 가격도 저렴하다. 그렇다고 부족한 밥상인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너댓 가지 기본 찬과 국, 그리고 된장찌개가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고등어 반마리와 같이 나온다. 고등어구이도 맛있지만 커다란 솥에서 뭉근한 불로 온종일 끓이는 된장찌개가 별미다.

무를 아끼지 않고 넣어 시원함이 일품이고 들척지근한 맛도 인위적이지 않아서 좋다. 만약 혼자서 떠난 여행이라면 인파에 휩쓸려 자갈치 골목으로 바로 들어가지 말고 이곳에서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자갈치 시장 구경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

· 고등어구이 정식 4000원.
· 부산광역시 남포동 6가 28-1(자갈치로 23번길 1)


내 새끼 푸짐하게 먹이고 싶은 마음, 
원조 할매 3단 토스트

부산대학교 정문을 앞에 두고 왼쪽은 토스트 골목이다. 하지만 이 토스트 골목의 원조 가게는 그 골목에 없다. 토스트 골목에서 사거리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편의점이 있는데 그 앞 노점상이 원조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토스트를 팔고 있는데 제대로 된 3단 토스트를 먹고 싶다면 더블계란 토스트를 주문하자. 옆에서 보면 식빵 석장이 층을 이루고 있어 3단 토스트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자면 요즘 스타일과 확연히 다른 계란지단이 이 가게의 핵심이다. 계란 한 알 톡 까서 옥수수 알갱이 몇 개 넣고 굽는 인정머리 없는 계란지단이 아니라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부친다.

완성된 토스트는 비닐봉지에 넣은 다음 냅킨으로 아래를 싸서 건네는데 어쩌면 그 순간이 토스트의 맛을 결정짓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새끼를 먹이는 마음으로 따뜻한 웃음을 머금으며 건네는 그 토스트가 어찌 맛 없을 수 있겠는가.

· 더블계란토스트 2500원
· 부산대학교 사거리 GS25 앞 파란색 노점


잔 기교 없이 진한 국물 맛이 일품, 장터돼지국밥
어디를 가든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밥이 있는데 부산은 돼지국밥이다. 많은 사람이 돼지국밥과 순댓국밥이 비슷한 음식이라 생각하는데 둘은 전혀 다른 음식이다. 돼지국밥은 살코기가 주를 이루고 밥을 토렴해서 말아져 있는 상태로 식탁에 올린다.


뭐가 더 맛있느냐는 기호의 문제겠으나 원래 우리의 식문화는 돼지국밥에 가깝다. 국제시장 안에 위치한 장터돼지국밥은 국물, 내용물, 담아내는 방법 모두 앞서 설명한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가게는 돼지국밥 안에 순대를 하나 넣어 주는데 공장제를 끊어다 쓰지 않고 직접 만든다. 적당한 온기로 토렴 되어 나오는 국물맛은 돼지 잡내 없이 깔끔하고 진하다.

· 돼지국밥 6000원
· 부산광역시 중구 부평동1가 29-41(부평 2길 28)
· 장터돼지국밥 051-254-2371

신새벽 골목길에 울리던 그 소리, 사또 재첩국

30여 년 전 부산에서 재첩국은 일상적인 음식이었다. 아버지가 약주를 좋아하는 집이라면 뻥을 조금 보태서 된장국보다 자주 밥상에 올랐다. 재첩국이 된장국보다 끓이기 쉬운 음식이라서가 아니다. 매일 새벽 재첩국을 파는 아주머니가 골목골목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재치국 사이소~재치국.” 이 소리가 새벽 골목에 울려 퍼지면 어머니는 냄비를 들고 밖으로 나서곤 했다.

호텔농심 뒷골목에 자리 잡은 사또 재첩은 인근에서 꽤 유명한 재첩국 식당이다. 이 집에서 재첩 정식을 시키면 비빔밥을 해먹을 수 있는 대접과 서대 한 마리를 구워 올린다. 기본적으로 재첩국 국물맛이 제대로다. 전날 과음을 한 주당이라면 처진 몸 이끌고 찾아갈만하다.

· 사또재첩정식 7000원
· 부산 동래구 온천1동 96-5(금강공원로 26번길 2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