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캠핑…모항해수욕장캠핑장
바다와 마주하는 일
바다와 마주하는 일
바람이 심한 곳에서 텐트를 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평소 같은 상황이라면 10분이면 뚝딱 끝났겠지만, 폴을 잡은 손을 잠시만 놓기만 해도 텐트가 바람에 뒤집혀버려 펙을 박기 전까지는 한시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 텐트 설치가 끝나자 곧 어둠이 찾아왔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해변을 걸었다. |
▲ 모항해수욕장은 자연 조성된 해수욕장으로 아담한 백사장과 울창한 솔숲이 조화를 이룬다. |
신비로운 밤바다
해변에 순식간에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간간히 보이던 관광객들과 연인들도 어느새 모두 떠나고 없었다. 우리는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해변으로 내려왔다. 서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백사장을 걸었지만, 말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몰아치는 바람에 못 이겨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나만 홀로 남겨두고 텐트로 들어가 버렸다.
좀 더 남아서 모래사장을 거닐기로 했다. 썰물 시간에 맞춰 해변을 빠져나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감아보기도 하고,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지평선 너머의 밤바다를 바라봤다.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밤바다는 신비로운 구석이 있었고, 감상에 젖어들게 했다. 누군가와 통화라도 하면서 이 기분을 나누고 싶었지만, 스마트폰의 주소록을 확인하다가 왠지 두고두고 후회할 짓을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이성적인 생각이 가능할 때 텐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모항해수욕장의 밤은 길었다.
▲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밤바다. |
해변에서 맞이한 아침
이튿날 아침,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동트는 햇살 아니라, 또다시 날리는 눈발이었다. 워낙 날씨가 예측불허라 눈발이 더 거세지기 전에 사이트 철수부터 시작했다. 밤새 바람에 날려 온 모래가 텐트 곳곳에 침투해 있었다.
▲ 다시 바다로 돌아갈 시간이다. |
▲ 빈 조개껍데기를 두 손에 가득 담았다. |
▲ 각자 텐트는 각자 알아서. |
▲ 침낭은 벤치에 말려놓고 모래가 들어있는 텐트를 탈탈 털자. |
날리던 눈발은 어느새 그쳤고 구름 사이로 드러난 태양이 해변을 비췄다. 나는 땅굴을 파고 나온 게 한 마리를 잡았고, 승영씨는 해변의 빈 조개 껍데기를 주워 모았다. 바닷물이 차가웠지만, 혹시나 또 없을까 해변을 수색했다. 내가 얻은 수확은 게 한 마리가 전부였다. 떠나기 전 잡았던 게를 다시 파도 속으로 놓아주고 다음에 찾을 겨울 바다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모항을 떠났다.
모항해수욕장캠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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