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 부산 ② 바닷길
Korea Travel | 부산 ② 바닷길
  • 글 채동우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1.15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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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길·절영해안 산책로·영도대교
부산의 두 얼굴을 마주하는 길

자연과 도시의 콜라보레이션, 이기대길
이기대길은 현대적이고 잘 정돈된 대도시 부산의 모습과 해안 절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어느 한 곳 빠지지 않는, 흥행과 작품성을 겸비한 웰메이드 영화 같은 길이다. 운동화는 물론 구두를 신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잘 정비된 길이며 데크와 구름다리를 설치해 위험 구간을 최소화했다.

▲ 바다 건너 광안대교와 높은 건물들이 보인다.

이기대길은 약 2km에 달하는 해안선이 기묘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해안 일대의 암반들이 비스듬히 바다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원래는 군사지역이 있어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었으나 개방된 이후에는 부산 시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이기대’라는 명칭의 유래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당시 수영성을 함락한 왜군들이 경치가 빼어난 이곳에서 잔치를 벌였다. 그때 수영의 기생 두 명이 술에 취한 왜장을 끌어안고 물에 빠져 죽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이후로 이곳을 이기대라 부른다.

▲ 해송이 자라는 숲길로 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 따뜻한 부산에서는 바닷가에서 다육식물을 구경할 수도 있다.

▲ 등 뒤로는 도시가 멀어지고 길 앞으로는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 해안 동굴을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이기대길은 부산 갈맷길 2코스 중 일부인데 이기대 해안만 즐기고 싶다면 들머리를 ‘이기대 더 뷰’ 건물로 찍고 움직이는 게 좋다. 이기대 더 뷰 이후로 이어지는 길은 해안절벽을 끼고 돌기도 하고 때론 짧은 숲길로 이어지기도 한다.

길을 걷는 동안 한 번씩 뒤를 돌아보도록 하자. 앞으로 펼쳐진 길은 해안 절벽으로 이뤄진 절경이 펼쳐지지만 지나온 뒤를 돌아보면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와 광안리 일대의 고층 빌딩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야누스와 같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진 길이다. 따라서 오륙도 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진 길을 끝까지 걷기에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거나 시간이 모자란 사람은 도중에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이기대길을 동행한 김강진씨는 “예전에 어머니와 함께 이 길을 걸은 적이 있었는데 그땐 이 길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다”며 “부산에 살면서도 자주 찾지 않았는데 시간날 때 종종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 구름다리 위에서 광안리 쪽을 바라보면 도시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 데크 위에서 사진도 한 장.

풍문으로 들었소~ 영화 속 그 길, 절영해안산책로 
절영해안 산책로는 앞서 들렀던 이기대길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길이다. 바닷가 옆으론 난 길만 걸어서는 알 수 없고 산책로 위에 위치한 흰여울길까지 같이 걸어야 제대로 이곳을 들렀다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선을 잡을 때 부산보건고등학교 별관 뒤의 산책로 입구를 들머리로 잡지 말고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 다음 절영로 188-1 골목길 입구를 시작점으로 잡는 게 낫다.

▲ 흰여울길 끝에서 바라본 풍경 마치 절벽 위에 집들이 지어진듯 하다.

▲ 산책로 주변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

흰여울길은 폭이 2미터가 채 되지 않는 골목길이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오른편 아래로 해안산책로를 볼 수 있으며 멀리 바다 위에 한가로이 떠 있는 배와 수평선도 조망할 수 있다. 길의 왼편에는 바닷바람을 버티며 많은 사연을 눌러 담았을 법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줄지어 있다. 부산이기에 만날 수 있는 골목길 풍경이다. 실제로 이 길에서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촬영하기도 했는데 스틸컷만 봐도 부산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넘치는 곳이다.

▲ 흰여울길로 들어가는 골목길.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다.

▲ 인천에서 부산까지 여행을 온 이옥겸 모녀.

원래 흰여울길에 위치한 집들은 대부분 노후화되어 1970년대를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데 최근 벽화사업을 통해 좀 더 밝은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벽화사업이 과연 이 길의 정체성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예전 모습이 정취를 느끼며 걷기에 좋다는 방문객의 의견이 많다. 흰여울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두 갈래로 나뉘어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해안산책로를 따라 7호 광장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흰여울길을 걸으며 내려다본 길을 걷게 된다.

수능을 마친 고3 딸과 함께 단둘이서 부산 여행을 온 이옥겸씨는 “인천에 살고 있는데 같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인데도 너무 다른 느낌”이라며 “특히 흰여울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차분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 흰여울길에 그려진 벽화가 오히려 예전 정취를 망가뜨리고 있다.

멸종됐던 공룡이 되살아나 꿈틀거리네, 영도대교
영도대교는 부산 중구와 영도구를 연결한 길이 214.63m의 다리다. 1934년 11월에 준공되었으며 한국 최초의 연륙교이자 국내 유일한 일엽식 도개교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1966년 9월 영도구의 인구증가에 따른 교통량의 증가로 도개를 중단하게 되어 도개교의 정체성을 잃었고 2003년에는 안전진단 검사에서 위험등급을 받아 철거 논란을 겪기도 했다. 속된 말로 한물간, 화려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다리로 남아 있었다.

▲ 47년 만에 도개 기능을 복원한 영도대교.

▲ 영도대교 중앙운영실. 이곳에서 도개 조작이 실시된다.

그러던 영도대교가 지난 2013년 11월, 47년만에 도개 기능을 복원해 새로 개통됐다. 마치 멸종되어 화석으로만 남아 있던 공룡이 눈앞에 다시 나타나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다. 매일 정오에 한 번씩 다리를 들고 내리는데, 총 15분 동안 도개한다. 다리가 올라가는 시간은 4분, 다시 내려오는 시간도 4분. 교통 통제를 하는 시간을 빼면 채 10분이 되지 않는 시간이다. 하루에 몇 번이고 도개가 가능하지만 교통체증 등 현실적인 문제로 하루 1회만 그 웅장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 생선구이 가게는 수십 년 동안 영도대교 아래를 지키고 있다.

▲ 가게 앞에 놓인 보행기가 점집 주인의 나이를 짐작게 한다. 사진 채동우 기자

▲ 영도대교 아래 뒷골목에는 약재상이 줄지어 있다.

▲ 영도대교 아래 횟집 사장님이 활짝 웃고 있다.
정오가 되면 사이렌이 울리고 다리로 들어서는 모든 차량과 사람은 통제되면서 도개가 시작된다. 남포동으로 인접한 쪽의 다리가 올라가는데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서서히 하늘로 치솟는 모습은 새삼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고개도 따라 올라가는데 수백 명의 사람이 같은 각도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도 장관이라면 장관이다.

이렇듯 영도대교는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섰지만 영도다리 아래 풍경은 예전 그대로다. 그동안 수천 쌍의 궁합은 족히 봤을 점집이 예전 간판 그대로 성업 중이고 생선구이에 소주를 한 잔 마실 수 있는 허름한 가게도 수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지어 뒷골목에 줄지어 있는 약재상에서는 말린 개구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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