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기자가 찍고찍Go | 눈사진 찍기
채기자가 찍고찍Go | 눈사진 찍기
  • 글 사진 채동우 기자
  • 승인 2013.12.26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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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서는 노출 보정이 필수
손만 대도 녹는 성질 닮아 예민한 소재

온도계 수은주의 높낮이로 계절의 바뀜을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자연 풍광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봄에는 연두색으로 솟아나는 새잎과 현란하게 피어나는 꽃들이, 여름에는 짙은 녹색의 나무와 먹구름 낀 하늘이, 가을은 붉게 물드는 단풍과 시린 하늘이 계절의 변화를 말해준다. 이제 12월,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이다. 함박눈이 펑펑 내려 온 세상을 덮으면 진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언 손 호호 불어가며 눈 쌓인 풍경을 찍을 수 있는 계절이 오는 것이다.

▲ 이른 첫눈이 내린 날. 버드나무잎이 아직 푸르다.

그런데 막상 눈 덮인 풍경을 찍으면 눈으로 본 것과 새삼 다른 결과물에 깜짝 놀라곤 한다. 순백의 세상이 어딘지 모르게 칙칙해 보이기도 하고 보드라운 눈의 입자감은 온데간데없는 결과물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서는 실패 없이 눈 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카메라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설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한숨짓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노출보정을 하지 않아서다. 눈 외에 다른 사물들이 적절히 섞인 풍경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파인더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피사체가 눈일 경우에는 사진을 망치기 십상이다. 카메라에 탑재된 노출계가 노출을 잘못 잡기 때문. 무슨 말인고 하니, 새하얀 배경을 대고 반셔터를 누르면 카메라는 엄청나게 밝은 곳으로 인식하고 셔터스피드를 아주 빠르게 조절하거나 조리개를 조여버린다. 결과적으로 적정 노출보다 어두운 사진이 찍히는 것.

▲ 눈이 많이 쌓인 풍경을 찍을 때에는 반드시 노출 보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설원에서 풍경 사진을 찍을 때에는 카메라가 지시하는 것보다 2스탑 가량 노출값을 더 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카메라가 지시하는 노출값이 f8에 1/4000초 라면 셔터스피드를 1/1000초로 바꾸거나 조리개 값을 f4로 개방해야 한다. 아니면 손쉽게 카메라의 노출보정 기능을 이용해 2스톱 올려주면 된다.

아무리 눈이 매력적이라도 조연이 있어야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걸으며 순백의 세상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셔터를 누르면 자칫 밋밋한 느낌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차라리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은 눈밭을 찍는 게 나을 수 있다. 눈이 내려 독특한 풍경이니 찍으면 다 작품이 될 거라 오해하면 안 된다. 새하얀 주연을 받쳐줄 조연이 있어야 한다.

▲ 나무의 색 때문에 심심하지 않은 사진이 됐다.

▲ 눈 내리는 날 바닥에 카메라를 올리고 찍은 사진.

마른 풀잎의 그림자도 있을 것이고 눈 녹은 물 위로 비친 반영도 있을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색이 없는 상황이라면 흑백으로 설경을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농담과 콘트라스트만 잘 조절해도 마음에 드는 눈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채기자의 Tip
노출보정으로 제대로 된 밝기의 사진을 얻어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바로 눈의 질감이다. 분명 가까이에 있는 눈을 찍었는데 결과물에서 눈 특유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는 것. 보통 순광에서 눈을 촬영했을 때 이런 경우들이 생기고는 하는데 이럴 땐 측광이나 역광으로 촬영하면 원하는 질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사람의 얼굴이 들어가야 하거나 다른 피사체까지 함께 담아야 한다면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눈 쌓인 오리배. 반드시 눈이 주연이 되라는 법은 없다.

▲ 눈 녹은 물에 비친 반영을 찍는 것도 방법이다.

▲ 역광에 눈까지 찍어야 한다면 조명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약간 어둡게 찍고 후보정을 하면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다.

▲ 한강이라는 엉뚱한 배경 속에 폭설에 뒤덮인 자동차가 놓여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채기자의 Tip
한겨울에 사진을 찍을 때 의외로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꽃핀다. 대표적인 것이 배터리가 얼거나 방전되는 것. 최근 나오는 대부분 카메라가 어느 정도 추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지만 문제는 배터리다. 겨울에는 되도록 카메라를 가방이나 몸 밖으로 빼서 들고 다니지 않도록 한다. 배터리가 얼어 사진이 찍히지 않을 때에는 품 안에 카메라를 안고 녹여서 찍으면 된다. 여기에 더해 메모리 카드는 반드시 맨손으로 빼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장갑을 낀 상태에서 메모리 카드를 빼면 정전기로 인해 고생해서 찍은 사진을 날려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눈은 색감이 아니고 질감이다. 질감을 잘 살려내는 게 관건이다.

▲ 순백의 눈밭이었어도 예뻤겠지만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심심하지 않은 사진이 됐다.

▲ 흑백으로 눈밭을 찍어보자. 콘트라스트와 농담으로 사진을 살리는 맛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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