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기자가 찍고찍Go | 광각렌즈 활용법 ②
채기자가 찍고찍Go | 광각렌즈 활용법 ②
  • 글 사진 채동우 기자
  • 승인 2013.09.25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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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함을 한데 뭉칠수 있어야 진짜 고수
거시적인 시선과 과감한 프레이밍 필요

▲ 넓게 찍는 동시에 프레임 속 사물들을 정돈할 수 있어야 광각렌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지난 기사에서 광각렌즈의 일반적인 특성을 설명했다면 이번 호에서는 기계적 성능이나 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사진을 찍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광각렌즈는 그 특성상 파인더 안에 많은 피사체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포토샵에서 일일이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광각렌즈를 사용해야 할까.

▲ 점처럼 작게 보이는 아버지와 아들. 더 뒤로 물러나 찍어 그들의 발자국까지 프레임에 담았다.
▲ 갈매기만 담기보단 부드러운 모래에 촘촘히 박힌 발자국까지 찍어 재미를 더했다.

물러설 거라면 확실히 물러나자
지난 호에서 한 걸음만 더 피사체로 다가가라고 조언했지만 이번에는 그와 반대의 개념이다. 광각렌즈는 극단적인 장비다. ‘모 아니면 도’라 불러도 될 정도로 끝과 끝을 찍는 장비다. 즉 바짝 다가서거나 확 뒤로 물러서거나 둘 중 하나다. 중간에 위치하게 되는 순간 사진은 어중간해지기 십상이다. 피사체와의 거리를 둔다고 해서 그 피사체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피사체와 주변의 풍경이 한데 어울리는 방식으로 시너지효과를 얻는 것이다. 뒤로 물러나서 무작정 많은 것을 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물과 조화를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광각렌즈 특유의 왜곡을 살리면 인물사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인물 뒤 배경이 실제보다 더 작게 보이고 한군데로 집중되는 느낌이 든다.
▲ 마두금을 켜고 있는 가수. 광각렌즈는 좁은 실내에서 전신을 촬영하기에도 좋다.

채기자의 Tip
발자국이나 행적 등을 한번에 같이 프레이밍 한다거나 건물이나 각종 구조물의 선을 같이 담는 등 뒤로 물러났을 때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있다. 계획적으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는 말. 무작정 셔터를 누르기보단 수시로 파인더를 보면서 광각렌즈의 화각에 익숙해지는 게 우선이다. 내가 주제로 삼고 싶은 피사체의 조연으로 어떤 배경을 꾸려야 하는지 꾸준히 연습하자.

▲ 광각렌즈로 패닝사진을 찍으면 주변부가 더욱 역동적으로 표현된다.

인물사진은 망원렌즈로? 편견을 버려요
인물사진을 찍을 때 망원렌즈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촬영하곤 한다. 적당한 심도 표현 덕에 인물이 살아나기도 하고 압축된 공간감 덕에 인물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물사진을 반드시 망원렌즈로 촬영하란 법은 없다. 광각렌즈로 촬영한 인물사진이 망원렌즈가 만들어주는 사진보다 더 나을지언정 못하지는 않다. 피사체와 확실히 교감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대상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 피사체가 움직이고 있는 사진의 경우에도 광각렌즈는 힘을 발휘한다. 망원렌즈나 표준렌즈로 패닝을 시도하는 것보다 광각 렌즈로 패닝을 시도하는 것이 더 역동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 넓은 화면에 많은 것들이 나온다고 두려워하면 안 된다. 하단에는 녹색 잎, 중간은 황토색 물, 상단은 파란 하늘로 나눠 덩어리지었다.
▲ 소실점을 두고 카메라 각도를 조절하면 화면이 정리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 지평선이나 수평선을 이용해 화면을 정리하고 구분 짓는 것도 광각렌즈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자의 Tip
광각렌즈의 특성상 수평이 틀어졌을 때 중앙부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왜곡이 심해진다. 풍경이나 건물사진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인물사진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왼쪽이나 오른쪽에 인물을 치우치게 촬영하면 결과물에서 좌우로 늘어난 얼굴을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로 프레임의 경우 사람을 중심 근처에 두도록 한다. 다만 세로 프레임의 경우에는 위아래로 사람이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으므로 이를 거꾸로 이용해 찍는 것도 재미있다.

▲ 낮잠을 즐기는 사람과 비둘기를 함께 프레이밍했다. 화면을 상하 반으로 나눠 재미가 없을 뻔 했지만 위에는 녹색 잎을, 아래에는 비둘기를 배치해 사진을 살렸다.

뺄 수 없다면 뭉쳐보자
흔히들 사진을 찍는 행위를 필요 없는 것을 하나씩 빼는 작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말을 광각렌즈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걸 뺐다 싶으면 저게 들어오고 저걸 뺐다 싶으면 다시 또 이게 들어오는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 하지만 미시적인 시선으로 작은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프레이밍 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으로 사물 여러 개를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서 바라보면 광각렌즈로 사진을 찍는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표준렌즈를 쓸 때 견지하고 있던 시선을 광각렌즈에서도 똑같이 고집해서는 결코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없다.

▲ 골목길처럼 복잡해 보이는 공간도 어떻게 덩어리 짓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전깃줄이나 담벼락 등을 이용해 화면을 나누면 지저분한 느낌을 덜어낼 수 있다.

▲ 사람이 걷고 있는 길, 담벼락, 벚나무를 적당히 구분 지어 산만함을 줄였다.

채기자의 Tip
예를 들자면 사진의 주제가 될 인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그리고 배경에 흩어진 다른 공간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물로 향하고 있는 다른 선을 또 하나의 덩어리로 구분해 프레이밍 한다면 넓은 공간을 담고 있음에도 어색하거나 산만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노출차를 이용한 덩어리 짓기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살릴 부분과 다운시킬 부분을 명확히 하고 구획을 나누면 정돈된 느낌의 광각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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