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씨의 캠핑이야기|한 여름밤의 해변에서 사색에 잠기다
상식씨의 캠핑이야기|한 여름밤의 해변에서 사색에 잠기다
  • 글 사진 최상식 기자
  • 승인 2013.09.23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만나는 그 모든 풍경들은 언제나 새로웠다”

입추가 지났건만 뜨거워진 태양은 식을 줄을 모른다. 제주에서 맞는 네 번째 여름이 뜨겁게 지나고 있다. 날이 더워질수록 해변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난다. 금능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해가 저물 무렵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해변으로 갔다. 하늘은 물감을 뿌린 듯이 붉게 물들어 다른 때보다 유난히 아름다웠다. 나에게도 영화 같은 시간이지만 가족과 함께, 친구와 같이 장난치는 사람들에게도 분명 잊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그런 하나하나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내 기억 속에 담는다.

마냥 신난 어린아이는 세상의 모든 웃음을 다 가진 것처럼 해맑은 얼굴을 하고 뛰어논다. 친구들과 이모티콘 포즈를 흉내 내며 행복해하는 세 여자, 연인과 석양이 지는 풍경을 배경 삼아 손을 잡고 사진을 찍는 연인, 딸아이의 손을 잡고 해변을 나오는 부녀,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있는 듯 키스를 나누는 외국인 연인. 제주에 살아야지 한 적도 없고 다만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니 제주에 있게 되었지만 가끔은 이런 순간들을 마주함에 감사할 뿐이다.

가끔 지인들이 그런 질문을 한다, 그런 풍경들을 계속 보다보면 질리지 않는지. 전혀! 이런 풍경들은 제주에서 수십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매번 만나는 하늘의 구름이 같은 적이 없고 바람의 공기가 다르게 흘러왔으며 계절별로 찾아가는 오름과 숲은 볼 때마다 달랐다. 내가 만나는 그 모든 풍경들은 언제나 새로웠다.

달빛에 비친 밤바다가 얼마나 교교한지 송악산 절벽 아래 파도에 넘실거리는 밤바다를 보며 알게 되었다. 한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면 오름 언덕의 자연눈썰매장에서 눈썰매를 타면서 아직도 나와 친구들의 순수한 모습을 다시 보았다. 봄이 오기 전 동백은 붉게 제주를 물들였고 봄이 오면 위미와 중문의 벚꽃 풍경에 영화 <4월이야기>를 떠올렸다. 계절은 때가 되면 바뀌지만 제주는 달랐다. 이번 가을도 지난해 가을과 다를 것이다.

비양도가 바라다 보이는 여름 해변에 저녁은 찾아왔다. 사람들은 별이 뜨고 달빛이 비추는 밤바다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놀고 있다. 그 실루엣이 저녁 바다에 남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