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기자가 오르GO|양주 불곡산
막내기자가 오르GO|양주 불곡산
  • 글 김재형 기자 | 사진 김태우 기자 | 협찬 트렉스타
  • 승인 2013.09.23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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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길은 말이야 내가 히말라야를 가봐서 아는데”
불곡산장~부흥사~임꺽정봉~상봉…약 5.8km 4시간

겨우 장마가 끝났다 싶었는데, 곧바로 폭염이다. 30도는 가볍게 찍어주는 요즘 같은 날에 산에 오를 생각을 하는 게 정신 나간 짓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변화무쌍한 일기예보만 계속 확인한다고 산행에 적합한 최적의 날씨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은 그저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을 뿐이고, 언제나 그 산을 오르며 의미를 찾아야 하는 건 사람이다.

▲ 부디 이 산행을 마치고 시원한 사이다 한잔 마실 수 있게 해주세요.
▲ 가파른 암릉길을 오를 때는 로프를 쥔 손의 힘을 풀어서는 안 된다.

한여름 산행은 준비부터 철저하게
조선 시대 의적으로 이름을 날린 임꺽정의 주요 활동 무대로써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암릉과 우거진 녹음, 탁 트인 경치가 일품인 경기도 양주의 불곡산을 찾았다. 의리 하나만 임꺽정 산적패 못지않은 대학원생 박병준씨가 폭염특보에도 굴하지 않고 취재진과 함께했다.

해발 470.7m로 높이만 따지면 한나절 만에 오르고도 남을 것 같지만, 암릉이 많은 불곡산은 그리 만만하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정상인 상봉을 필두로 크게 상투봉, 임꺽정봉 등으로 이루어진 세 개의 바위 봉우리를 오르내리다보면 한나절은 훌쩍 지나간다. 더군다나 여름철 산행은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무척이나 크다. 무더운 날씨 탓에 땀을 많이 흘려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무리한 페이스로 오르다간 봉우리 하나도 도달하기 전에 탈진할 수 있다.

▲ 이제 시작이다. 웃으면서 오르자.

빨리 오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잦은 휴식과 충분한 수분 섭취로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총 4~5시간의 가벼운 산행이라도 물과 이온음료를 최소 1리터 이상 준비해야 한다. 초콜릿 종류는 쉽게 녹아버릴 수 있으니 에너지 바 같은 다른 행동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해 레인재킷까지 챙겨 가면 준비는 완벽하다.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지만 여름철 산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1차 목표인 임꺽정봉에 도착했는데 벌써 가져온 물이 거의 다 떨어져 간다.

능력과 취향에 맞는 코스 선택
불곡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암릉을 오르며 스릴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백화암 코스와 불곡산장 코스가 적합하고, 비교적 수월하게 오르고 싶다면 양주시청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코스가 어울린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그날의 컨디션과 상황에 맞게 고르면 된다. 불곡산의 세 봉우리 임꺽정봉, 상투봉, 상봉을 이날 산행의 목표로 삼았다.

불곡산장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좀 더 위쪽에 나 있는 샛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에어컨 바람 쌩쌩한 차 안에서 나온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금세 이마에 맺힌 땀이 흘러내렸다. 내리쬐는 햇볕에도 불구하고 산의 초입 길은 길었던 장마의 흔적이 남아 마르지 않은 채 진창이 돼서 질척거렸다. “내가 히말라야를 가봐서 아는데 이런 산길은 발목을 꽉 잡아주는 중등산화를 신어줘야 된다고.” 자신만만한 박병준씨의 거침없는 행보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능선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전경이 일품이다.

임꺽정봉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이정표가 있지만 워낙에 갈림길이 많아 자칫하면 길을 헤맬 수도 있다. 공병부대 훈련장이 있어 초반에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생긴다. 녹음이 우거진 산림을 30분 정도 오르고 나면 본격적인 암릉길이 나타난다.

햇볕으로 뜨겁게 달궈진 암릉은 인내심을 시험하게 한다. 쇠 난간을 타고 로프를 잡아가며 겨우 하나를 오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암릉이 앞을 가로막는다. “여긴 그늘 한 점 없네. 조금만 쉬었다 가자. 벌써 30도는 넘었겠다.” 잦은 휴식을 취하는 박병준씨처럼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바위를 하나씩 오르며 만끽하는 스릴은 불곡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다. 탁 트인 능선에서 바라보는 양주 시내 전경도 일품이다. 임꺽정봉에서 바라보는 상투봉과 상봉은 거리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막상 상투봉에 도착하고 나면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는 상봉의 위엄에 압도당해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 상봉으로 오르는 암릉길은 아찔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산행의 묘미다.

▲ 오늘 산행도 무사히 클리어.

그러나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져 절묘한 풍경을 자아내는 상봉으로 향하는 길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불곡산의 백미다.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지지만 2009년에 등산로 정비와 위험 구간에는 데크계단을 설치해 초보자들도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정상인 상봉에서 상투봉을 거쳐 부흥사로 내려오는 길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이 있다. 잠시 쉬어가며 흘린 땀을 씻어내면서 열기를 식혀주는 것도 좋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네팔도 이렇게 덥고 힘들진 않았어.” 무더운 날씨에 투덜대던 박병준 씨도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나자 다시 본래의 모습인 의리의 사나이로 돌아가 있었다. 여정의 종착점에서 만난 부흥사 약수터는 힘겨운 산행에 지친 이들에게 부처님의 자비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줄 정도의 시원한 물을 제공한다.

▲ 드디어 정상이다. 이제 다시 그 바윗길을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 부흥사 약수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양주의 맛집으로 유명한 부흥국수도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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