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기자가 오르GO|도봉산 자운봉
막내기자가 오르GO|도봉산 자운봉
  • 글 김재형 기자 | 사진 엄재백 기자 | 협찬 트렉스타
  • 승인 2013.08.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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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개에 갇히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도봉탐방지원센터~도봉산장~경찰산악구조대~신선대…약 6km 5시간

숲길마다 빼곡히 들어선 안개가 이정표를 가린다. 산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 없다. 정상에 올라도 도봉산의 빼어난 경치는 보이지 않고, 비안개에 갇혀 온몸이 젖고 나면 볕 좋은 날만 골라도 모자랄 판에 왜 하필 이런 날을 택했을까 절로 한탄이 나온다. 하지만 비에 젖은 나무들 사이로 안개를 헤치며 걷는 도봉산은 평소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김민혁씨와 함께 거대한 화강암들로 우뚝 솟은 암봉들과 맑은 계곡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도봉산을 찾았다. 안개가 자욱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안개 같은 미래도 바람에 함께 실려 가길 바라며 신선대 봉우리에 올랐다.

▲ 잘 정비된 도보를 따라 흐르는 도봉산 계곡.

▲ 처음엔 돌계단이 이어지다가 곧 가혹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많은 등산객과 클라이머가 찾는 명소
이름만 가지고 다 북한산이겠거니 하면 도봉산은 억울하다. 우이령을 경계로 남쪽 북한산, 북쪽 도봉산을 아울러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이라 부른다. 해발 739.5m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불꽃 같은 봉우리들과 맑고 풍부한 계곡은 사시사철 많은 등산객과 클라이머를 유혹한다. 더불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러나 산 중턱에 산악구조대가 항시 상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 만만히 보고 오를 곳은 절대 아니다. 능선과 비탈면마다 수많은 암릉과 암봉들이 늘어서 있고 경사가 가파른 곳이 많아 자칫하다 보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 도봉산은 만만히 볼 산은 아니다. 수분을 자주 섭취하며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자.

▲ 쌍줄기 약수터에서 미리 목도 축여놓고 물도 충분히 챙겨가자.

이번 산행은 도봉산장을 따라 경찰산악구조대를 거쳐 자운봉에 이르는 도봉산 신선대 코스를 택했다.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에 내려 상점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곧 도봉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도봉산 초입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도보가 잘 정비돼 있어 오르는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기 전 만날 수 있는 쌍줄기 약수터는 이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약수터기 때문에 목도 축이고 잠시 여유를 가지는 게 좋다.

▲ 점점 짙어지는 안개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가파른 산길은 페이스 조절이 중요
고도가 높지 않다고 기세 좋게 속도를 올리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헐떡이며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도봉산 산길은 오르막이 시작되면 중간에 쉴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특히 비가 오거나 변덕스러운 기상환경에서는 바위가 미끄럽기 때문에 한 발짝 떼는 것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덕분에 739.5m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험난한 도봉산 산길은 취업에 대한 고민으로 전날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던 김민혁씨에게는 매우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그는 “매일 동기들과 모여 학점과 취업고민에 술자리만 가지는 것 보다는 이렇게 산에 올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도 의미 있는 것 같다”며 가쁜 숨을 내쉬는 와중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 등산객의 간식을 노리는 고양이의 눈빛.

▲ 뿌듯함도 잠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서운한 마음도 든다.
▲ 마당바위에 앉아 간식을 먹다 보니 도봉산을 가득 메운 안개가 서서히 걷혀간다.

높이는 자운봉, 정상은 신선대
도봉산의 최고봉은 자운봉이다. 그러나 자운봉에 오르는 일은 전문 암벽장비를 갖추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사실상 등반 가능한 최고봉은 해발 725m의 신선대다. 자운봉을 뒤로 하고 맨몸으로 신선대를 오르는 일도 옆에 있는 쇠 난간을 꽉 잡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이날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난간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산행을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오른 신선대 정상에선 뿌듯함도 잠시, 고대하던 도봉산의 봉우리들이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안갯속을 내려다보는 일행들 앞으로 중년의 등산객이 나타났다. 정상에서 만난 등산애호가 서덕기씨는 “오늘은 온통 안개라서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시계가 좋은 날은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주 장관”이라면서 “안개로 가득한 봉우리에 오르는 것도 하나의 산행의 묘미”라고 했다.

▲ 신선대 정상에 오르는 길은 이미 안개로 가득하다.

▲ 흐르는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몸과 마음의 피로도 함께 흘려보내자.

주봉을 따라 내려오면서 들른 마당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도봉산을 가득 메운 안개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렇게 궂은 날씨에 무슨 산행인가 싶었다”던 김민혁씨도 “힘든 산행이어서 그런지 구름을 뚫고 비친 한 줄기 햇살이 오늘따라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 마당바위에 앉아 간식을 먹다 보니 도봉산을 가득 메운 안개가 서서히 걷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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